열린특강② “원전과 지역언론”
핵발전 지역의 언론은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
10월 13일, 부산민언련 미디어교육모임 〈시선, 달리〉가 두 번째 열린특강을 열었습니다.
이번 특강은 강언주 새알미디어 공동대표(기후·환경정의 전문 독립 미디어)가 맡아 ‘원전(핵발전)과 지역언론, 핵발전 지역의 언론은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진행됐습니다.
위험의 풍경 속에서
강언주 대표는 부산·울산을 “국가권력, 산업논리, 주민의 삶이 교차하는 위험경관(riskscape)”이라 표현했습니다. “국가와 산업은 핵발전을 ‘안전한 풍경’으로 그리지만, 주민은 불안과 투쟁의 풍경 속에 산다.”며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핵밀집 지역에 사는 부울경 주민들의 현실을 짚었습니다.
2015년 부산으로 이사해 실제 핵발전소를 마주한 강대표는 “비핵 지역에서 보던 핵은 뉴스였지만, 이곳의 핵은 삶의 조건이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핵발전과 지역의 불평등
현재 한국에는 25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며, 그중 10기가 수명연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부산은 10기의 핵발전소와 맞닿아 있는 도시이자, 전 세계에서 인구 밀집도가 가장 높은 위험 지역입니다. 그런데 언론은 이 위험을 얼마나 다루고 있을까요?
강 대표는 지역언론의 현실을 냉정하게 짚었습니다.
사건 중심 보도: 사고가 있어야만 주목하는 ‘일시적 관심’
경제 프레임: “지역경제의 축”이라는 익숙한 수사 뒤에 가려진 불평등
형식적 중립: 찬반을 1:1로 나열하며 힘의 불균형을 감추는 보도
공기업 중심 정보 구조: 한수원 보도자료를 받아쓰는 언론의 현실
“균형이란 찬반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누가 위험을 감수하고 누가 이익을 얻는가를 묻는 일입니다.” 강 대표는 언론이 이 질문을 놓칠 때, 핵발전의 문제는 ‘안전한 산업’으로 포장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위험만 기록하는 언론에서, 전환을 여는 언론으로
강언주 대표는 강연에서 새알미디어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일부를 소개하며, “언론은 사건의 순간만 보도하고, 그 뒤의 삶을 기록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예를 들어, 월성 주민들의 갑상선암 소송은 방사능 피해를 호소한 주민들의 오랜 싸움이지만, 언론은 판결 결과만 전하며 그 과정의 불안과 분노, 국가 책임의 문제를 외면해왔습니다. 고리2호기 수명연장 논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언론은 ‘재가동 여부’ 같은 찬반 구도에 머물며, 그 결정이 지역 주민의 안전과 생태, 그리고 지역 불평등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다루지 않았습니다. 또한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 문제에서는 일본 정부의 발표나 국제기구의 입장만 받아쓰는 보도가 이어졌고, 시민들의 의문과 우려는 공론장에서 사라졌습니다.
강 대표는 이 사례들을 통해 “언론이 사건의 표면을 따라가며 구조를 기록하지 않는다”는 문제를 지적하며, “원전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정의와 민주주의의 문제입니다. 언론이 사건이 아니라 구조를, 갈등이 아니라 삶을 기록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지역언론이 시민사회와 손잡고 장기적 감시 체계와 협업 저널리즘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는데요. 또한 “언론은 갈등의 중재자가 아니라 전환의 기록자, 사업의 전달자가 아니라 공공의 감시자로 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열린특강은 지역언론이 ‘중립’이라는 이름 아래 누락해온 현실을 다시 마주하게 했습니다. 언론을 비평하는 자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역의 위험을 어떻게 기록하고, 시민의 언어로 어떻게 말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만들었습니다.
핵발전소를 품은 도시는 위험의 도시이기도 하지만, 언론이 달라진다면 전환의 도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 특강은 그 가능성을 확인한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시선, 달리>의 앞으로의 활동도 기대해주세요.

![[시선, 달리] 열린특강 2_핵발전 지역의 언론은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https://bssiminnet.or.kr/wp/wp-content/uploads/2025/10/%EC%A0%9C%EB%AA%A9-%EC%97%86%EB%8A%94-%EB%94%94%EC%9E%90%EC%9D%B8-44.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