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모니터 필요성 및 목적 포괄적 차별금지법(이하 ‘차별금지법’)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하고 예방하기 위한 기본법이다. 2024년 전국 조사에서 국민 63.4%가 찬성할 만큼 사회적 공감대가 이미 형성된 의제다. 하지만 2025년 대선 과정에서도 정치권은 ‘사회적 합의’를 이유로 제정을 미뤘고, 언론 역시 이러한 정치적 소극성을 비판하거나 법의 실질적 내용을 전달하기보다는 무관심과 갈등 보도로만 일관하고 있다. 특히 전국 언론의 보도 행태를 살펴보면, 차별금지법을 인권의 보편적 가치보다는 정치적 정쟁의 산물로 다루는 경향이 짙다. 대다수 언론은 법안의 구체적인 조문이나 사회적 기대 효과를 분석하기보다, 일부 종교계의 반대 목소리를 기계적으로 나열하며 ‘종교의 자유 침해’나 ‘여성 역차별’과 같은 프레임으로 갈등을 증폭시켜 왔다. 이러한 ‘가짜 균형’ 보도는 시민들에게 법안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오해를 심어주었으며, 결과적으로 차별 해소를 위한 공론장의 문턱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다.1) 2017년부터 이어진 전국적인 차별금지법제정 운동의 흐름 속에서, 2018년 부산지역의 평등권 실현을 위해 ‘차별금지법제정 부산연대(이하 ’부산차제연‘)’가 출범(2018/03/28)했다. 이후 부산 차제연을 주축으로 한 시민사회는 부산퀴어문화축제,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10만 국민동의청원,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평등버스, 부산차별철폐대행진, ‘평등의 약속, 지금 당장’ 도보행진, 기자회견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며 지역 공론장에 차별과 혐오를 넘어 평등의 가치를 꾸준히 제안해 왔다. 하지만 이를 전달하는 지역언론의 시선은 이러한 전국언론의 한계를 답습하며, 인권의 본질보다 무관심과 갈등의 프레임에 매몰되어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부산민언련’)과 부산차제연은 지역언론이 인권 의제를 공론화하는 과정에서 시민의 올바른 이해를 돕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점검하기 위해 ‘차별금지법’ 관련 보도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혐오 표현을 무비판적으로 옮기거나 특정 주장에 치우친 보도가 지역 공론장에 어떤 부정적 영향을 주는지 점검하고, 이를 통해 우리 지역언론이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보도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2. 모니터 개요 및 분석항목 1) 모니터 대상 및 기간, 방법 ![]() 각 매체의 보도량과 함께 보도 프레임, 정보의 정확성, 당사자 목소리의 반영 정도 등 주요 지표를 설정하여 다각도로 검토하였다. 특히 단순히 이슈를 전달하는 방식을 넘어, 인권 가치를 대하는 지역언론의 태도를 측정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지표와 세부 모니터 항목을 설정하였다. 모든 항목은 기사의 복합적인 성격을 반영하기 위해 중복 코딩방식을 채택했다. 2) 모니터 항목 ① 보도 프레임: 지역언론이 차별금지법 관련 보도에서 어떤 시각의 틀을 통해 이슈를 규정하고자 했는지 분석했다. 분석 항목으로 ▲정책/법제정, ▲갈등/정치공방/진영대립, ▲이슈 과장/자극, ▲인권가치 강조, ▲정치적 전략/절차, ▲단순전달(분석불가)로 설정했다. 법안의 본질인 ‘인권‘이나 ‘정책’에 집중하고 있는지, 혹은 이슈를 단순한 ‘대립 및 공방’이나 ‘정치적 전략’의 소재로만 소모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자 했다. ② 정확성 및 사실 설명: 보도가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과 맥락을 독자에게 얼마나 충실하고 정확하게 전달하고 있는지 분석했다. ▲법안 기본내용 설명, ▲구체적 차별사유 명시, ▲반대 주장 무비판 인용, ▲팩트체크, ▲전문가 해설 및 법리 분석 등을 분석 항목으로 설정했다. 지역언론이 차별금지법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지, 아니면 사실 확인 없이 반대 단체의 주장을 그대로 옮기는 데 그치고 있는지 점검하고자 했다. 특히 허위 정보에 대한 지역언론의 검증 의지를 핵심적으로 평가하였다. ③ 취재원: 기사 속에서 누구의 목소리가 공론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누구의 입장이 배제되고 있는지 분석했다. ▲인권(시민)단체, ▲차별 피해 당사자, ▲반대 단체, ▲학계/법조계 등 전문가, ▲정부/지자체/행정기관, ▲일반 시민, ▲정치권(국회/정당 등)으로 구분하여, 보도가 실제 차별을 겪는 ‘피해 당사자’의 삶을 대변하고 있는지, 아니면 이슈를 정치적 쟁점으로만 다루는 ‘정치권’의 목소리에 매몰되어 있는지 확인하여 공론장의 주체 불균형 실태를 파악하고자 했다. ④ 정책 효과 및 사회적 영향: 해당 보도가 독자들에게 차별금지법의 사회적 필요성과 가치를 어떻게 환기했는지 분석했다. ▲제정 필요성 강조, ▲구체적 차별 피해 사례 제시, ▲법 부재로 인한 문제점 지적, ▲해외 선진 법제 사례 소개, ▲인권 중심 인식 변화 강조 등 보도가 단순한 사건 기록을 넘어 ‘왜 이 법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가’에 대한 답을 제공하고 있는지 측정하고자 했다. 실질적인 피해 사례나 해외 사례 등을 통해 법의 실효성을 입체적으로 다루었는지도 함께 평가했다. 3. 모니터 결과 1) 지역언론, ‘차별금지법’ 관련 보도 절대적 부족: 이슈 발생시 보도집중, 그마저도 외부의견에 의존하거나 단신으로 전달 2018년부터 2025년까지 8년간 부산 지역 6개 주요 언론사가 보도한 차별금지법 관련 기사는 총 75건에 불과했다. 이는 6개 매체의 보도량을 모두 합쳐도 연간 평균 10건이 채 되지 않는 수치다. 이러한 보도량은 지역언론이 ‘차별금지법’을 공론화하는데 매우 소극적이었음을 보여준다. 그 결과, 차별금지법의 취지와 사회적 필요성을 지역사회 차원에서 충분히 설명하고 논의할 기회가 제한됐으며, 관련 쟁점 역시 지역 공론장으로 확장되지 못했다. ![]() 또한 지역신문의 경우, 언론사 자체 기획보도나 직접 취재 보도보다 외부 필진에 의한 의견 기사(칼럼, 기고 등)의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국제신문은 전체 24건 중 외부 기고 및 칼럼이 10건(41.7%), 부산일보 역시 전체 16건 중 7건(43.8%)이 외부 의견이었다. 이는 언론사가 자체적인 취재 역량을 투입하여 평등 의제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취재하기보다, 단순한 의견 전달자나 중개자적 역할에 머무른 것이다. 지역방송 역시 관련 내용을 대부분 단신으로 전달했다. KBS부산은 단신 4건과 앵커 클로징 멘트 2건, 부산MBC는 단신 4건, KNN은 단신 6건을 보도했다. 보도 내용은 주로 시민단체의 기자회견이나 캠페인 현장 소식을 간략히 전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이로인해 차별금지법의 제도적 취지나 사회적 맥락을 충분히 설명하는 데는 한계를 보였다. 2) 각 분석항목 결과: 침묵과 중계 사이, 차별금지법 보도에 ‘당사자의 목소리’는 없었다 보도량의 절대적 부족은 필연적으로 보도내용의 부실로 이어졌다. 보도내용을 프레임, 정보전달 수준, 취재원, 사회적 영향을 분석한 결과, 지역 언론은 차별금지법을 보편적 인권의 가치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나 찬반 갈등의 틀(프레임)로 다루는 경향이 우세했다. 법안의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팩트체크 등 능동적인 검증 보도는 극히 드물었으며, 대부분의 정보 제공은 단순 현상 전달에 치중되었다. 특히 핵심 취재원이 정치권에 편중되면서 법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는 소외되었고, 이는 결과적으로 ‘왜 이 법이 필요한가’에 대한 사회적 응답과 정책적 대안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 (1) 프레임 분석 결과: 외부 칼럼에 기댄 인권 담론, 현장은 ‘갈등 중계’에 치중 보도 프레임 분석은 지역언론이 차별금지법을 어떠한 시각의 틀로 규정하고 전달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시되었다. ▲정책/법제정, ▲갈등/정치공방/진영대립, ▲이슈 과장/자극, ▲인권가치 강조, ▲정치적 전략/절차, ▲단순전달(분석불가)로 설정했다. ‘단순전달(분석불가)’은 프레임 확인이 불가한 ‘단편적 알림’으로 발생 사건 중 하나로 처리한 보도로 관점이 부재한 경우 코딩되었다. 먼저, 지역신문은 수치적으로는 인권과 정책적 관점을 비교적 고루 다루는 양상을 보였다. 국제신문은 ‘인권 가치’와 ‘정치 전략 및 절차’ 프레임이 각각 8건으로 동일하게 나타났으며, 부산일보 역시 ‘정책 및 법 제정’ 8건, ‘인권 가치’ 7건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인권 가치를 강조한 보도의 상당수가 자체 취재한 기사보다는 외부 필진의 기고나 칼럼에 편중되어 있었다.2) 드물게 진행된 기획 보도에서는 차별의 현실을 깊이 있게 짚어내는 태도를 보였으나,3) 일반 기사에서는 차별금지법을 정치적 이해관계나 입법 절차의 관점에 치중하여 보도했다.4) 한편, 오마이뉴스(부산)는 전체 14건의 보도 중 13건(92.8%)에서 ‘인권 가치’ 프레임이 나타났다. 특히 시민사회단체의 활동(평등버스, 차별철폐대행진 등)을 단순한 사건 전달을 넘어 법 제정의 필요성과 연결해 보도했다. 또 현장 취재 시에도 대립 상황을 중계하는 방식보다는 ‘소수자 인권 보호’와 ‘차별 예방’이라는 프레임을 견지했다.5) 반면 지역방송은 기자회견, 퀴어 축제 등 이슈 발생시 찬반 양측의 물리적 충돌이나 대립 구도로 다루는 경향이 뚜렷했다.6) 일례로 KNN의 <성소수자 찬반 행사 앞두고 긴장 고조>(18/10/13)에서 “경찰은 물리적 충돌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22개 중대와 여경 3개 대대를 현장에 배치해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입장”이라며 행사의 본질보다는 퀴어문화 축제 현장의 찬반 집회 긴장감을 강조하거나 경찰 배치 등 치안 상황을 부각했다. KBS부산은 <[키워드이슈] 포괄적 차별금지법>(20/07/29) 등에서 법안 내용을 자세히 전했지만,7) 이 법이 통과되었을 때 우리 사회가 실제로 어떻게 변하는지, 법적으로 어떤 쟁점이 있는지 깊이 있게 짚어주는 보도로까지는 연결되진 않았다. (2) 정보의 정확성 및 사실 설명: 60%가 단순 중계, 팩트체크는 단 3건에 불과 정확성 및 사실 설명 항목은 지역언론이 차별금지법의 구체적 조항을 충실히 설명하고, 법안을 둘러싼 왜곡된 정보나 반대 측의 주장에 대해 얼마나 적극적인 검증(팩트체크)을 수행했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분석 결과, 대다수 보도가 법안의 본질적 내용을 설명하기보다 발생한 사건을 단순히 전달하는 데 그쳤으며, 능동적인 검증 보도는 극히 드물었다. 전체 75건의 보도 중 60%(45건)가 법안의 배경이나 맥락에 대한 심층적인 설명 없이, 특정 사건의 발생 사실만을 단편적으로 전하는 ‘단순 현상 전달’에 머물렀다. 이는 시민들이 차별금지법 기사를 접하더라도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제정 필요성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환경이었음을 시사한다. 한편, ‘반대 무비판 인용’ 건수가 1건 있었다. <“교회도 사회적 가치 실현에 힘 보태야 할 때”>(국제신문, 19/01/28)에서 차별금지법에 대한 의견을 전하며 “(동성애 차별 금지 내용이 담긴) 차별금지법”이라는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인용했다. 이는 법안이 담고 있는 장애, 나이, 인종, 학력 등 수많은 보편적 차별 금지 사유를 지우고 특정 항목만을 부각함으로써 법안의 본질을 정쟁화된 특정 이슈로 축소시킨 사례다. 이처럼 ‘반대 무비판 인용’이 단 1건에 그쳤던 이유는 지역언론이 반대 논리를 철저히 검증했기 때문이 아니라, 찬반 양측의 입장을 단순히 병렬적으로 나열하는 방식을 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즉, 논쟁의 실체를 규명하기보다 겉모습만 중계하는 수동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다. 또한,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사회적 오해와 가짜 뉴스를 바로잡아야 할 검증 보도도 매우 적었다. 언론사가 직접 진위를 가려낸 ‘팩트체크’ 보도는 전체의 단 4.0%(3건)으로 <[생활과 법률] 장애인에 대한 은밀한 사회적 폭력>(국제신문, 20/02/27), <코로나19와 이태원 클럽 논란… “지금이야말로 차별금지법 필요”>(오마이뉴스, 20/05/14), <부산 극우개신교, 선동적 주장 나열하며 윤석열 지지선언>(오마이뉴스, 22/02/08)이었다. 법조계나 학계 등 전문가의 시각을 빌려 법안을 분석한 보도 역시 13건(17.3%) 수준에 머물렀다. 주로 지역신문의 외부 칼럼이나 KBS부산의 <키워드이슈> 등을 통해 이루어졌으나, 이 역시 정기적인 기획보다는 특정 시기에 편중된 경향을 보였다. (3) 취재원: ‘당사자’ 없는 차별금지법 보도, 정치적 수사(修辭)로만 소비된 인권 차별금지법 보도에서 지역언론이 누구의 목소리를 빌려 의제를 전달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취재원 구성을 분석했다. 이는 공론장이 실제 법의 영향을 받는 당사자(성소수자, 장애인, 시민사회 등) 중심으로 형성되었는지, 아니면 정치권이나 종교계 등 외부 관찰자들의 목소리에 치중되었는지를 살펴본 것이다. 분석 결과,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취재원은 정치인 및 정당 관계자(48.0%)였다. 반면, 법안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성소수자 등 당사자의 목소리는 오마이뉴스 9건을 제외하면 지역신문과 방송을 통틀어 단 4건에 불과했다. 반면, 오마이뉴스(부산)는 시민사회단체 및 인권 활동가(85.7%)와 당사자(64.3%)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인용하며 기성 언론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오마이뉴스 보도에서 정치인의 발언 비중이 14.3%에 그친 점도, 차별금지법을 정치적 쟁점이 아닌 당사자들의 목소리에 더 우선순위를 뒀기 때문인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당사자들의 인터뷰나 기고를 통해 이들이 직접 자신의 권리를 이야기하게 함으로써, 공론장의 주인공을 현장과 시민사회로 옮겨오는 ‘당사자성’ 확보 측면에서 대안적인 보도 행태를 보였다. 지역방송의 경우, 당사자의 구체적인 목소리보다는 현장 스케치 과정에서 짧게 인용되는 일반 시민(25.0% 내외)의 발언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그러나 이는 당사자의 삶을 깊이 있게 다루기보다 퀴어문화 축제 등 갈등 현장에서 만난 불특정 다수의 찬반 의견을 기계적으로 병렬 배치한 결과로 분석된다. 결과적으로 지역방송은 당사자를 사회적 권리의 주체로 세우기보다 찬성 혹은 반대 집단의 일원으로 소비하며, 이슈를 ‘익명의 집단 간 충돌’로만 비치게 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4) 정책 효과 및 사회적 영향: 차별금지법을 ‘정책’ 아닌 ‘정쟁’으로 소비한 지역언론 정책 효과 및 사회적 영향 지표는 보도가 단순한 사건 기록을 넘어, 독자들에게 차별금지법의 사회적 필요성과 가치를 어떻게 환기했는지 분석하기 위한 것이다. 분석 결과, 일부 기획 보도와 외부 기고를 제외하면 법의 제정 필요성을 심층적으로 다루거나 구체적인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보도는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신문은 기획 시리즈를 통해 차별 실태와 법의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연결하며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환기하기도 했다. 부산일보의 <혐오를 끊자> 기획 시리즈나 국제신문의 <혐오를 넘어 공존으로>는 전문가 진단과 고발을 통해 법의 당위성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 사례다. 그러나 이러한 보도는 특정 시기에만 편중되었으며, 지속적인 과제로 의제화하지는 않았다. 이후 평시 보도에서는 시민사회의 요구를 단순히 ‘나열’하는 수준이었다. 시민들이 법의 실효성을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차별 사례는 8년간 단 15건에 불과했으며, 법안의 보완점이나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는 해외 선진 법제 소개 역시 6건에 그쳤다. 이는 법안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생산적인 정책 토론을 이끌어내기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었다. 특히 단신 보도가 주를 이룬 부산MBC와 KNN 등 방송사에서는 법 부재로 인한 현실적 문제점을 짚어주는 내용을 찾기 어려웠다. ‘왜 이 법이 필요한가’에 대한 실질적 근거가 빠진 자리는 자극적인 찬반 대립과 충돌 상황(KNN 62.5% 등)으로 채워졌다. 4. 중계된 갈등 속 소외된 인권: 지역 언론, ‘당사자의 삶’으로 응답하라 이번 모니터링은 부산차제연과 부산민언련이 공동으로 부산 지역언론의 차별금지법 보도 실태를 진단하고, 인권 의제를 대하는 지역언론의 보도경향과 역할을 점검하기 위해 진행되었다. 혐오와 차별의 발언이 일상에 난무하는 세태 속에서 평등권 의제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며, 지역 공동체의 인권 보호를 위해 지역언론이 가장 먼저 나서서 관심을 가져야 할 핵심 의제이다. 그러나 분석 결과, 지역언론은 여전히 관심 부재와 공론장 형성에 소극적이라는 한계에 머물러 있었다. 1) 요약 및 시사점 (1) 보도량의 절대적 부족과 낮은 주목도 8년간 6개 매체 합산 총 75건(연평균 10건 미만)이라는 수치는 해당 의제가 지역언론의 주요 취재 과제에서 소외되어 왔음을 보여준다. 보도량의 부족은 시민들이 차별금지법의 필요성과 내용을 충분히 접할 기회를 제한하며, 결과적으로 지역 내 인권 의제의 공론화를 가로막는 원인이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2) 정치적 국면에 따른 수동적 보도 행태 전체 보도의 64.0%가 특정 정치적 이벤트(국민동의청원, 선거 등)에 편중되었다. 이는 언론이 인권 문제 해결을 상시적인 취재 과제로 삼기보다, 외부 상황에 따라 반응하는 수동적 태도를 보였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경향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보편적 인권의 관점이 아닌 일시적인 정치적 쟁점으로 인식하게 하여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3) 정보의 단순화와 검증 기능의 미비 보도 내용 측면에서도 60.0%가 배경 설명 없는 ‘단순 현상 전달’에 그쳤으며, 팩트체크 보도는 4.0%에 불과했다. 찬반 주장을 기계적으로 나열하는 방식은 논쟁의 실체를 규명하기보다 갈등의 단면만 보여주는 한계를 드러냈다. 이는 시민들이 의제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기에 부족한 정보였다. (4) 취재원 불균형과 당사자의 소외 인용 주체의 절반(48.0%)이 정치권에 치중된 반면, 법안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당사자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당사자의 삶과 목소리가 배제된 공론장은 자칫 정책적 실효성보다는 정무적 판단 중심의 논의로 흐르게 하여, 인권 의제의 본질을 흐리는 결과를 초래 할 수 있다. 2) 지역언론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위한 제언 (1) 의제 설정의 지속성 확보와 보도량의 점진적 확대 차별금지법을 일시적인 정쟁의 소재가 아닌, 지역사회의 평등권을 실현할 상시적 인권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 정치적 이벤트와 무관하게 지역 내 차별 실태와 인권 현안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기록하는 보도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특히 지역 밀착형 인권 의제를 발굴하고 지속적인 보도가 필요하다. 차별금지법을 중앙 정치의 정쟁 소재로만 다루지 말고, 부산 지역 내 고용·교육·행정 서비스 등에서 발생하는 구체적인 차별 사례를 발굴해야 한다. 법 제정이 ‘내 이웃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 체감할 수 있는 기획 보도가 필요하다. (2) 단순 전달을 넘어선 맥락 중심 보도로의 전환 사건 위주의 보도에서 탈피하여 법안의 조문이 시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 해외 법제 사례 등을 심층적으로 짚어주는 보도가 늘어나야 한다. 이를 통해 시민들이 차별금지법의 실질적 가치와 정책적 효과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정보 제공자로서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3) 능동적 팩트체크를 통한 혐오 표현 확산 방지 왜곡된 정보나 혐오 표현에 대해서는 기계적 중립을 유지하기보다, 사실관계에 기반한 명확한 검증 정보를 병기해야 한다. 이는 언론이 사회적 갈등을 중계하는 역할을 넘어, 건강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신뢰받는 공론장 형성자로 거듭나는 길이다. (4) 당사자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다원적 공론장 구축 취재원 구성에 있어 정치권 중심의 편중을 개선하고, 소수자 당사자와 인권 전문가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다양한 주체들의 의견이 균형 있게 전달될 때,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는 더욱 풍성해질 수 있다. 5. 맺으며: 8년의 침묵과 지체는 이제 끝내야 한다 2018년부터 2025년까지 8년간의 부산 지역언론 보도를 반추해 본 결과, 지역언론은 ‘혐오의 방조자’와 ‘평등의 기록자’ 사이에서 기울어진 싸움을 이어온 듯했다. 일부 매체의 심층 기획은 시민들의 인식을 확장하는 마중물이 되었으나, 여전히 많은 보도가 ‘갈등’과 ‘정치’라는 낡은 프레임에 갇혀 입법의 시급성을 외면해 온 것이다. 언론이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는 정치권의 무책임한 발언을 그대로 받아쓰는 동안, 누군가의 존엄은 지금 이 순간에도 유예되고 있다. 언론의 역할은 합의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공론장의 토대를 만드는 것이다. 이 보고서가 부산 지역언론인들에게는 스스로의 펜 끝을 돌아보는 거울이 되고, 시민들에게는 평등한 세상을 향한 흔들리지 않는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 지역언론이 인권의 보루로서 제 역할을 다할 때, 부산은 진정한 의미의 ‘민주적 공동체’로 거듭날 것이다. <끝> [관련 보도 목록] 1) <언론이 반차별 운동에 어떻게 자양분이 될 수 있는가?>(김언경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소장, 25/17/22) 2) <[외부기고]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폭력(국제신문, 20/02/27), <[옴부즈맨 칼럼] 소수를 위한 몸짓들>(국제신문, 20/09/16), <[젠더렌즈] 페미니즘은 차별금지법과 함께!>(부산일보, 21/08/10) 등 3) <혐오를 넘어 공존으로>(국제신문, 19/01/01), <[혐오를 끊자] 7. 서로 향한 총구, 어떻게 내릴까(부산일보, 19/03/28) 등 4) <경남통합당-정의당 공약 소개(국제신문, 20/04/01), <하리수 만난 민주 “차별금지법 입법 논의 필요”>(부산일보, 22/05/11) 등 5) <코로나19와 이태원 클럽 논란… 혐오보다 연대 택해야>(오마이뉴스, 20/05/14), <“사회적 타살을 멈춰라” 김기홍·변희수 추모 부산 시민들>(오마이뉴스, 21/03/07), <“국회, 차별금지법 즉각 제정” 부산 청소년 공동성명>(오마이뉴스, 21/09/08) 등 6) <부산서 퀴어문화축제.. 종교단체 맞불집회>(KNN, 18/10/13), <경남교육감 토론회… 차별금지법 난타전>(KNN, 22/05/25) 등 7) <“혐오표현 문제, 사회적으로 대응”>(KBS부산, 19/05/24), <[키워드이슈] 포괄적 차별금지법>(KBS부산, 20/07/29), <[뉴스7 부산] 앵커 클로징>(21/05/31, 22/05/22) 등 |
Institutional Archive
목록보기
![[기획 모니터]중계된 갈등, 지워진 당사자: 부산지역언론 차별금지법 보도 8년의 기록](https://bssiminnet.or.kr/wp/wp-content/uploads/2026/02/%ED%8C%8C%EB%9E%80%EC%83%89%EA%B3%BC-%ED%9D%B0%EC%83%89-%EA%B9%94%EB%81%94%ED%95%98%EA%B3%A0-%EB%8B%A8%EC%88%9C%ED%95%9C-%EA%B3%B5%EA%B3%B5%EA%B8%B0%EA%B4%80-%EB%B3%B4%EA%B3%A0%EC%84%9C-%EA%B8%B0%ED%9A%8D%EC%84%9C-%EB%B0%9C%ED%91%9C-%EC%9E%90%EB%A3%8C-%ED%94%84%EB%A0%88%EC%A0%A0%ED%85%8C%EC%9D%B4%EC%85%98-3.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