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You tube(너 멍청이, 너 바보)?! 이상기 (부경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언론정보전공 교수) 대중매체밖에 없었던 1970-80년대, 독일의 사회학자 노엘레 노이만은 ‘침묵의 나선 이론’을 제시했다. 대중매체가 한목소리(공명, 共鳴)로 특정 의견을 주도하는 경향이 나타나면 “다른 사람은 다 알고 있는데, 나만 몰랐네.”라는 심리가 작동함으로써, 다수의 의견에 동조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것이 곧 ‘침묵’이었다. 즉, 자신의 의견이 소수라 생각한다면 ‘사회적 고립의 두려움’에 의해 지배적인 여론에 굳이 맞서려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중매체가 레거시(legacy, 유산)로 취급되는 시대에,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아무리 보아도 소수 의견인 거 같은데, 오히려 목소리를 드높이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극우 집단은 지난 몇 차례의 선거가 ‘부정’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중앙선관위 선거연수원에서 (부정선거를 획책한) 중국인 99명을 체포해 오키나와로 이송했다.”는 소설 같은 이야기도 퍼졌다. “너희들은 잘 모르겠지만, 나는 숨겨진 비밀뿐만 아니라, 선거의 전 과정을 과학적으로 잘 알고 있어. 부정선거가 명백해!” 이런 망발에 대통령까지 솔깃해했다. 자신이 박빙으로 당선된 것조차 망각하면서. 비상계엄과 탄핵, 그에 따른 조기 대선의 근원이 ‘부정선거 음모론’이었다고 환원시킬 순 없지만, 전혀 무관했다고도 볼 수 없다. ![]() ▲ 스카이데일리의 중국간첩 체포설 기사 제목 모음 (미디어오늘, 2025/05/06)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을까? ‘더닝-크루거 효과’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예컨대 자동차 운전자들은 자신의 운전 실력이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운전하는 데 누군가 끼어들거나, 앞 차가 다소 느리게 가면 답답해하면서, 육두문자(“집에서 살림이나 할 것이지, 왜 차를 끌고 나와서 저러나?”)를 읊조린다. 자기는 제대로 운전하는 데 상대방이 잘못했다고 우기는 것이다. 더닝과 크루거는 자신들이 재직했던 코넬 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사고력을 판단하는 시험을 보고서 자신의 예상 점수를 맞춰보라고 했더니, 실제 성적이 낮았던 학생들은 자신의 예상 점수를 높게 평가했고, 실제 성적이 높았던 학생들은 자신의 예상 점수를 낮게 평가했다. 무지한 사람의 과도한 자신감, 곧 우리 속담에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사실이 SNS라는 미디어를 만나 나쁜 시너지 효과를 증폭시키고 있다. 심리학자와 미디어학자들은 이를 일컬어 ‘반향실 효과(echo chamber)’ 혹은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라고 한다. SNS의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이 유사한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노출시키면서 자신의 생각만 옳다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편향에 빠지게 되면, ‘지구가 평평하다’는 사실도 진실로 받아들이고, 코로나 백신도 거부하고, 인간의 달 착륙도 조작이라고 믿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도 광주민주화운동이 북한의 소행이고, 지금도 수많은 간첩이 활보하고 다닌다고 믿는 사람이 상당하다. 본격적인 대통령 선거전에 돌입하면 대중매체보다 SNS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다. 특히,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1인당 유튜브 사용량이 많다. 절반 이상의 한국인이 하루 평균 2시간 넘게 유튜브를 이용한다. 문제는 양극화된 정치 지형 속에서 유튜브를 통해 허위 정보와 혐오 발언이 더욱 남발할 것이라는 데 있다. ![]() ▲ ‘중국 간첩 99명 체포’ 보도 취재원으로 알려진 안병희 씨 (MBC 뉴스데스크, 2025/02/22) 영어사전에서 tube를 찾아보면, 콘텐츠를 실어나르는 ‘관(管)’이라는 뜻만 있는 게 아니다. 스코틀랜드 구어로 ‘바보, 멍청이’라는 뜻도 있다. 영미권에서 텔레비전을 ‘바보상자’로 지칭할 때, tube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어라, 그렇다면 Youtube는 “너 멍청이”, “너 바보야”란 뜻으로도 직역할 수 있다. 학술적인 연구로 뒷받침되어야 하겠지만, 영미권에서 유튜브를 우리보다 적게 사용하는 이유가 이런 어감 때문인지도 모른다. 따라서, 자신의 주장 근거를 유튜브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되묻도록 하자. “You tube?(너 멍청이야?)” 혹은 강하게 외치자. “You tube!(너 바보군!)” 우리말로 했다간 주먹다짐이 오갈 수 있으므로, 반드시 영어로 말하길 권한다. 그래서 상대방이 “왜 그러는데?!”라는 반응을 보이면 상대방이 잘못 알고 있거나 혐오하는 대상을 수정하도록 설득하자.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고 반문하면 딱히 할 말은 없다. 다만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바버라 월터 지음, 열린책들, 2022/2025>라는 책에 의하면, SNS가 내전의 ‘촉매(5장)’라고 역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에 무기만 들지 않았을 뿐, 지금의 한국사회가 내전 상황에 준하지 않을까? 지난 1월 19일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건은 그 전초전이었을지도 모른다. 더 큰 일이 벌어지기 전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지 않으려면 뭔가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You tube?, You tube!” p.s.: 빌 코바치와 톰 로젠스틸의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10항 “시민들도 뉴스에 대해 권리와 책임을 져야 한다. 그들이 생산자와 편집자가 되는 상황에서는 더욱더 그러하다.” -끝- 🔈알립니다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은 제21대 대통령선거를 맞아 건강한 선거보도를 촉구하는 정책위원 릴레이 특별칼럼을 진행합니다. 이번 대선은 헌정 사상 초유의 계엄 사태와 대통령 파면이라는 비상 상황 속에서 치러지는 조기선거로, 무너진 헌법 질서를 바로 세우고 민주주의를 복원하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부산민언련은 올바른 여론 형성과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에 기여하기 위해 4월 30일부터 6월 2일까지 매주 수요일, 특별칼럼을 발행합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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