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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25

[지방선거 보도 특별칼럼] 5_민주주의가 즐거운 사람들이 사는 나라의 지방선거

[지방선거 보도 특별칼럼] 5_민주주의가 즐거운 사람들이 사는 나라의 지방선거
민주주의가 즐거운 사람들이 사는 나라의 지방선거

김 영 빈
부경대 언론학 박사
부산민언련 정책위원  

내 인생의 첫 선거는 제4회 지방선거였다. 2006년에 선거권을 얻었던 나는 당시 투표소에 대한 기억이 없다. 투표하러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성인으로써 선거권을 행사한다는 설렘과 함께 내 인생의 첫 선거가 지방선거라는 아쉬움을 느꼈었다. 대선이었다면 하다못해 총선이었어도 좀 더 드라마틱(?)했을 텐데.  

어리석은 내 모습을 회상하며 글을 쓰는 이유는, 작년 대선 투표소의 모습이 기억나기 때문이다. 2025년 6월 3일 오후, 부산 동구에 사는 나는 동네 주민센터로 가고 있었다. 투표소가 설치된 그곳 문 앞에는 계엄, 내란, 탄핵의 겨울을 지낸 사람들이 한 줄로 쭉 늘어서 있었다. 나는 꼬리가 되어 그 뒤에 가만히 붙었다.   투표소는 특별한 소란 없이 조용했고, 기능적인 움직임만 있었다. 남녀노소 차례대로 신원을 확인 받고, 준비된 투표 용지를 교부 받은 뒤, 가림막 처진 기표대 안으로 들어간다. 그 안에서 우리 각자는 내게 존재하는 주권의 시간을 얼마간 누린다. 이 선택이 우리에게 복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며, 기표봉의 점 복 자를 후보자 이름 옆 네모 칸에 맞춰 찍는다. 투표 용지를 조심히 접고 가림막을 걷으며 나온다. 그리고 투표함 속으로 반듯하게 민주주의를 밀어 넣는다.  

자기 몫의 선거를 기능적으로 갈무리한 시민은, 일상의 정치와 경제가 돌아가고 있는 투표소 밖으로 되돌아간다. 세상은 복잡하고 우리는 일인 분의 삶을 꾸려간다. 다음 번 주권의 시간이 되돌아와 내 일상적 삶을 연결시킬 때까지 말이다. 나와 세상은 민주주의로 연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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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프랑크푸르트총영사관 투표소에서 행사하는 1인분의 주권. 타국에서도 반듯하게 민주주의를 밀어 넣다 (출처: 우리뉴스, 2025/04/08)

약속된 날짜에 약속된 보통, 평등, 직접, 비밀의 원칙을 지키며 되돌아오는 선거만큼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제도적 토대는 없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 아니라 뿌리다.  

우연의 일치로 이번 제9회 지방선거는 작년 대선과 같은 날인 6월 3일에 치룬다. 기초자치단체장 출신을 대통령으로 선출한 시대에 6월 3일 선거 날을 기다리면서, 나는 지방선거에 시큰둥했던 20년 전의 나를 성찰해 본다. 그때의 나는 지방선거의 가치를 기계적으로 학습한 로봇처럼 이해하고 있었다. 지방자치와 풀뿌리 민주주의가 중요하기 때문에 지방선거가 필요하고 참여해야 한다고 학습했다. 틀린 말 없는 정론이지만, 그래서 현실 정치를 설명하는 말은 아니라고 느꼈었다. 어쨌든 대한민국은 서울 공화국이고, 중앙 정치가 지방 정치를 지배하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까 말이다.  

결국 지방선거를 말하면서도 나는 이 선거의 현실적 가치를 중앙 권력을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향후 총선이나 대선에 이번 지방선거가 미칠 파급효과를 점쳐보는 생각 같은 것을 하면서 말이다. 그러니 서울 시장 선거나 부산 시장 선거에는 눈이 가도 우리 동네 구청장, 구의원, 시의원 선거는 눈이 가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나처럼 생각하지 않고, 다른 기준으로 지방선거를 이해하고 참여하는 사람들이 있다. 12.3 계엄 이후 탄핵 촉구 집회에 참여할 때, 나는 응원봉을 흔들던 사람들이 신기하고 낯설었다. 나에게 집회 참여는 민주주의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시민으로서 짐을 짊어지는 일이었다. 하지만 응원봉을 흔드는 사람들에게 집회 참여는 그런 일이 아니었다. 우리가 모여서 민주주의를 노래하는 일, 지키는 일, 만드는 일이 그 사람들에게는 정말 재밌는 일이었다. 그들 중 한 사람이 나에게 “이게 재밌지 않단 말이야?”라고 반문했을 때 내가 느꼈던 놀라움이 지금도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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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12월 7일 의무를 넘어 축제로. 응원봉을 흔들며 신나게 민주주의를 지키는 시민들 (출처: 오마이뉴스, 2025/04/11)

어쩌다 보니 내 주변에도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를 돕는 분들이 몇몇 있다. 그분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지방선거의 가치를 중앙 권력과의 관계 속에서 평가하고, 민주주의를 의무감으로 느끼는 나는 보지 못하는 무언가를 그분들은 본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이기는 것이 중요한 선거라지만 동시에 선거운동 참여 자체가 신나고 재밌다고 말씀하는 경우가 그렇다. 그 말씀은 마치 광장의 응원봉 민주주의와 지방선거의 풀뿌리 민주주의가 다르지 않고 한 몸과 같다는 것을 나에게 알려주는 고백처럼 들렸다.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우리는 광역단체장 16명, 기초단체장 226명, 지방의회 의원 3,200여 명, 교육감 16명 등 총 3,460여 명을 선출한다. 선거 날 나는 투표소 앞에 한 줄로 늘어선 사람들 뒤에 붙어서, 조금씩 조금씩 다가오는 내 차례를 기다리며 두근거릴 것이다. 민주주의가 신나고 재밌다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의 지방선거 아닌가. 이런 땅에 뿌리 내리고 자라는 지방자치의 가치를 생각해보면, 투표지에 점 복 자를 찍는 그 주권의 시간이 너무나도 소중한 것이다.
<끝>

🔈[알립니다] 6.3 지방선거, 정책위원회 릴레이 특별칼럼 연재를 진행합니다!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은 2026년 6월 3일 시행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맞아, 유권자의 눈과 귀가 되는 건강한 선거 보도 문화를 정착시키고자 ‘정책위원회 릴레이 특별칼럼’을 연재합니다.그간 부산민언련은 대선과 총선 등 주요 선거 때마다 선거 보도에 대한 다양한 비평과 대안 제시를 통해 언론의 역할을 감시해 왔습니다. 특히 지방선거는 우리 삶과 가장 밀접한 공직자를 뽑는 중요한 과정인 만큼, 이번 칼럼에서도 유권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지역 언론의 보도 방향을 제안하고자 합니다.본 칼럼은 선거 전까지 매주 월요일 발행됩니다.
시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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