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츠의 정치, 맥락이 사라진 ‘민주주의의 쇼츠화’를 경계한다 김 대 경 동아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부산민언련 정책위원장 이번 지방선거는 ‘쇼츠 정치 캠페인’의 전성기다. 15초에서 60초 내외의 짧은 영상, 이른바 ‘쇼츠(Short-form)’가 선거 캠페인의 문법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이전의 국회의원 및 지방선거에서 TV 토론이 후보의 정책과 인물됨을 판단하는 데 중요했다면, 이번 지방선거는 유권자들의 스마트폰 화면 속에서 유영하는 유튜브 쇼츠의 감각적인 자막과 중독성 있는 배경음악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물론, 쇼츠 정치는 분명 긍정적인 면모가 있다. 난해하고 딱딱하게만 느껴졌던 우리 지역의 행정 이슈나 정책이 재기발랄한 편집을 거쳐 유권자의 눈높이에 맞게 배달된다. 정치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한 2030 세대에게 정치는 이제 ‘공부해야 할 숙제’가 아니라 ‘즐길 수 있는 밈(Meme)’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이번 선거에서 각 정당은 후보자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하거나, 단 몇 문장으로 핵심 공약을 요약해 전달하며 정보의 진입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그러나 이 ‘스마트’ 미디어 도구가 민주주의의 질적 성장을 담보하는지에 대해서는 강한 의구심이 남는다. 쇼츠의 본질은 ‘요약’이 아니라 ‘파편화’에 가깝기 때문이다. 정치적 의사결정에는 복잡한 이해관계의 조정과 예산의 현실성, 그리고 장기적인 비전이 수반되어야 한다. 하지만 쇼츠라는 그릇은 이러한 ‘맥락’을 담아내기에 너무나 작다. 다양하고 복잡한 정책적 논리는 거세되고 이미지만 남은 자리에, 유권자는 후보자의 정책적 역량 대신 그가 얼마나 유머러스한지, 혹은 얼마나 자극적인 언어를 구사하는지로 후보를 평가하게 된다. 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쇼츠가 지닌, 그 쇼츠를 실어 나르는 ‘알고리즘의 독성’이다. 특정 후보 또는 정당의 쇼츠를 한번 시청하면 그와 유사한 내용의 정치적 장면과 메시지가 지속적으로 보여진다. ![]() 한 연구에 따르면 당파적이고 공격적인 콘텐츠는 그렇지 않은 콘텐츠보다 공유와 상호작용 지수가 2배 이상 높게 나타난다. 각 선거 캠프는 상대 후보의 발언 중 실언이나 어색한 모습만을 교묘하게 편집해 반복 재생하며 ‘무능’과 ‘혐오’의 이미지를 덧씌우는 식이다. 일부 정치시사 유튜브 채널에서 방영된 쇼츠는 다시 교묘하게 재편집되어 공유된다. 예를 들면, 유세 현장에서 주차장에서 근무하는 주차요원에게 먼저 인사를 했다며 후보의 겸손하고 낮은 자세를 칭송(!)하며 “인성 폭발 XXX”라는 제목의 쇼츠가 떠돌아 다니고 있다. 그 반대의 경우에도 침소봉대하며 유권자들의 감정에 호소하기는 마찬가지다. 쇼츠 정치는 논리적인 대화와 토론 보다는 감각적인 자극에 반응하게 만들어 오히려 정치의 희화화와 냉소를 가속할 것이다. 또한 특정한 정치적 콘텐츠에 지속적인 노출이 강요됨에 따라, 유권자의 확증 편향을 강화하고, 합리적 토론이 불가능한 ‘필터 버블’ 속으로 민주주의를 고립시킨다. 유튜브의 쇼츠 정치 시대를 맞이하여 필요한 것은 미디어 기술의 속도를 따라잡을 유권자의 비판적 시각, 즉 ‘뉴스 리터러시’다. 화면 속 후보의 율동과 화려한 자막 너머에 숨겨진 실질적인 공약의 무게를 가늠해 보아야 한다. 정치는 쇼츠처럼 짧고 명쾌하게 정의되거나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지루하고 긴 설득과 합의의 과정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30초의 잔상이 유권자의 정치적 판단을 지배하게 내버려 두기에, 우리 지역의 향후 4년은 너무나 길고 중요하다. 유튜브 채널에서 나의 시청 기록을 관리하고, 쇼츠 너머 맥락을 보기 위한 작은 실천이 필요하다. <끝> 🔈[알립니다] 6.3 지방선거, 정책위원회 릴레이 특별칼럼 연재를 시작합니다!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은 2026년 6월 3일 시행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맞아, 유권자의 눈과 귀가 되는 건강한 선거 보도 문화를 정착시키고자 ‘정책위원회 릴레이 특별칼럼’을 연재합니다.그간 부산민언련은 대선과 총선 등 주요 선거 때마다 선거 보도에 대한 다양한 비평과 대안 제시를 통해 언론의 역할을 감시해 왔습니다. 특히 지방선거는 우리 삶과 가장 밀접한 공직자를 뽑는 중요한 과정인 만큼, 이번 칼럼에서도 유권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지역 언론의 보도 방향을 제안하고자 합니다.본 칼럼은 선거 전까지 매주 월요일 발행됩니다. 시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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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보도 특별칼럼]4_쇼츠의 정치, 맥락이 사라진 ‘민주주의의 쇼츠화’를 경계한다](https://bssiminnet.or.kr/wp/wp-content/uploads/2026/05/%EB%B6%80%EC%82%B0%EB%AF%BC%EC%96%B8%EB%A0%A8-6.3-%EC%A7%80%EB%B0%A9%EC%84%A0%EA%B1%B0-%EB%8C%80%EC%9D%91%ED%99%9C%EB%8F%99-2.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