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 일명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경제성이 거의 없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실패’라는 지적이 잇따르는 가운데, 정부의 장밋빛 전망을 검증 없이 띄워줬던 언론의 책임이 제기된다. 여기엔 부산 언론도 빠지지 않는데, 특히 부산일보와 KBS부산은 작년 6월 대통령의 국정브리핑 이후 기대감을 부풀리는 보도를 했다. 이 두 언론은 이번 정부 발표에 대해선 보도하지 않거나 후면에 배치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상 실패’ 인정한 정부 발표
부산일보ㆍKBS부산, 축소 보도
지난 6일, 정부는 1차 탐사시추 결과, “가스 징후가 일부 있었지만 그 규모가 유의미한 수준이 아니라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고 밝혔다.1) 추가 탐사시추는 진행하지 않고, 현장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당초 대통령이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장담한 것에는 한참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전국언론에서는 ‘사실상 실패’라는 지적이 나왔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대통령 윤석열이 ‘국정브리핑 1호’라며 직접 마이크를 쥐고 기대를 부풀렸던 사업이 8개월 만에 실패로 끝난 것”이라고 했다.2)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도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고 전하며 사업 과정에 정무적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 경위를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3)
부산지역언론은 해당 사안에 많은 관심을 두진 않았다. 보도를 하더라도 사업동력이 약화할까 우려할 뿐이었다. 특히 사업의 기대감을 부풀렸던 부산일보와 KBS부산은 관련 보도를 하지 않거나 후면에 배치했다. 부산일보는 2월 7일 14면 하단에 관련 기사를 배치하면서 “첫 시추 과정에서 기대했던 수준의 석유ㆍ가스가 확인되지 않으면서 전체 프로젝트 동력이 약화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고 했다.4) KBS부산은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다.
‘대왕고래’ 띄웠던 부산일보, KBS부산
작년 6월 대통령의 국정브리핑 이후 부산일보와 KBS부산은 대왕고래 사업을 띄우는 보도를 했다.5) 부산일보는 ‘산유국 자리매김 넘어 석유ㆍ가스 수출까지 부푸는 꿈’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면서 “한국이 명실상부한 산유국 대열에 합류하는 것 아니냐”고 기대감을 보였다.6) 동해발 석유 소식에 당일 코스피가 올랐다는 보도도 있었다.7) 사업 관련 각종 의혹에 대해선 정치권의 공방으로만 다뤘다.

KBS부산은 개발이 현실화하면 부산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가스ㆍ석유전 개발이 침체한 부산 경제의 새 도약을 이끌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전했다.8) 당시 지역방송 중에서는 유일하게 KBS부산만 대왕고래 보도를 했는데, 사업의 경제적 효과만을 강조했다.
장밋빛 전망 전하기만 한 부산 언론, 책임 없나
‘대왕고래’ 사업은 대통령의 경거망동과 언론의 무비판적 보도가 만들어 낸 실패작이다. 언론이 제 역할만 잘해냈다면, 최소 1000억 원에 달하는 혈세가 낭비되지 않았을 것이고 국력이 불필요하게 투입되지 않았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우리 언론은 그러지 못했고, 부산 언론 역시 마찬가지였다. 정부의 장밋빛 전망에 검증 없이 인용 보도할 뿐이었고, ‘산유국의 꿈’이라던지 ‘부산 경제의 새 도약’이라고 하면서 과대포장도 했다.
더구나 해당 언론들은 사업의 실패가 드러났음에도 이를 축소하는 보도를 했다. 부산일보는 작년 6월 대통령의 국정브리핑 이후 관련 기사를 1면 등 주요면에 배치한 것과 달리 이번 정부 발표를 14면 하단에 짧은 기사만을 내놨다. KBS부산은 앞서 지역방송 중에서 유일하게 대왕고래 보도를 이어갔지만, 이번에는 아예 보도를 하지 않았다. 정권에게 유리한 내용은 적극적으로 보도하고, 불리한 내용은 축소해서 보도한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관련 기사 목록]
1. <정부 “대왕고래 1차 시추해보니 경제성 확보 어렵다” 판단>(연합뉴스, 2/6)
2. <‘사기극’ 다름 없는 윤석열의 대왕고래 프로젝트, 진상 철저히 밝혀야>(경향신문, 사설, 2/7)
3. <허망하게 끝난 ‘대왕고래’…애초 ‘희망고문’ 아니었나>(중앙일보, 사설, 2/7), <“삼전 시총 5배” 8달 만에 “대왕고래 경제성 없다”… 사기극 수준>(동아일보, 사설, 2/7)
4. <“‘대왕고래‘ 석유구조 양호하나 경제성 부족”…사업동력 약화하나>(부산일보, 14면, 2/7)
5. <동해 석유 논란, 부산일보 “석유 수출까지 부푸는 꿈” KBS부산 “부산 경제 새 도약”>(부산민언련, 24/6/12)
6. <산유국 자리매김 넘어 석유ㆍ가스 수출까지 부푸는 꿈>(부산일보, 3면, 24/6/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