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0일, 부산민언련이 주최한 시민미디어특강이 열렸습니다. 이번 특강은 우리 사회의 격변 속에서 언론이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앞으로 시민과 함께 어떤 길을 모색해야 하는지를 돌아보는 자리였습니다. 강연은 김은지 기자(시사IN)와 채영길 교수(한국외대,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장)가 맡아, 각자의 시각에서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내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_김은지 기자
첫 번째 주제강연에서 김은지 기자는 “내란과 언론”이라는 주제로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그는 “우리가 정말 어마어마한 시간을 지나왔다”는 말로 시작하며, 윤석열 씨가 헌재에서 했던 “그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발언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이 발언은 시민들에게 깊은 상처와 분노를 남겼고, 이에 시민들이 계엄 당일의 모습을 모아 쇼츠 영상을 제작해 대응하는 과정을 소개했습니다. 언론이 미처 다 하지 못한 역할을 시민이 보완하고 있다는 점을 짚은 것입니다.
이어 스카이데일리 가짜뉴스 사례를 언급했는데요. 자칭 ‘캡틴 아메리카’라고 불리던 인물이 주요 취재원으로 활용되었지만, 결국 구속 직전 자기가 거짓말을 해왔음을 자백했습니다. 이 사례를 통해 “장기적인 취재와 기록만이 진실을 드러낼 수 있다”고 강조하며, 꾸준한 탐사보도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또한 대구의 매일신문 보도를 사례로 들며, 계엄 국면에서 문제적 보도를 했고 지금도 유튜브 채널에서 당시 탄핵 반대 인터뷰를 그대로 찾아볼 수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그러나 동시에 젊은 기자들이 자보를 붙이며 내부에서 싸운 기록도 있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부족했지만 언론 내부의 저항도 기억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지역언론이 처한 현실과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대목이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로 꼽은 것은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의 부재였습니다. KBS 「저널리즘 토크쇼 J」가 사실상 마지막 프로그램이었고, 지금은 공영방송에서 이런 역할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김 기자는 다양한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이 서로 견제하며 존재했더라면 건강한 구조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전했습니다. “언론 스스로를 감시하는 구조가 없다면 시민 신뢰는 회복될 수 없다”며, 다양한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이 다시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헌재 판결 직전 SBS 법조팀이 보도한 ‘5대 3 교착설’도 언급했습니다. 실제 판결은 만장일치였음에도, 추측성 보도는 공론장에 큰 혼란을 남겼습니다. 김 기자는 “근거 없는 추론 보도는 사회 불안만 키운다”며, 정보가 불분명하다면 차라리 보도하지 않는 게 낫다고 강조했는데요. 이런 문제적 보도야말로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이 필요했던 이유라고 지적했습니다.
강연의 마지막 부분에서 김 기자는 “내란은 아직 종식되지 않았다”는 문제의식을 던졌습니다. 극우 담론은 여전히 사회의 갈등을 키우고 있으며, 출입처 중심의 언론 구조 속에서는 ‘극우’라는 주제가 취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했습니다. 경향신문의 극우 유튜버 아카이빙 사례, 한국 극우와 종교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연결된 흐름 등을 소개하며, 언론이 장기적으로 이 문제를 추적하고 기록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언론개혁은 시민이 주도하는 새로운 혁명”_채영길 교수
두 번째 강연은 채영길 교수가 맡아 “언론개혁, 시민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채 교수는 언론개혁을 단순한 제도 손질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위한 새로운 혁명적 전환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구혁명과 신혁명의 차이를 언론개혁의 맥락으로 설명했습니다.
구혁명은 폭군을 몰아내더라도 결국 과거 질서로 회귀하는 것이었습니다. 언론에 대입하면, 공영방송 사장을 교체하고 제도 일부를 고쳐도, 언론 권력의 기득권 구조와 관행은 그대로 유지되는 상황입니다. 반대로 신혁명은 시민이 주체가 되어 새로운 시작(New Beginning)을 여는 과정이라는 것인데요. 언론개혁 역시 언론 내부 권력 교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 시기 언론개혁의 과정을 구체적으로 소개하며, “결국 언론의 자유라는 명분이 시민의 권리가 아니라 기득권의 방패막이로 쓰였다”고 지적했습니다. 즉, 언론개혁이 구혁명적 한계에 머물렀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언론개혁은 언론인만의 자유가 아니라, 시민의 기본권을 중심으로 재정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알 권리, 참여권, 프라이버시, 차별금지 같은 미디어 기본권을 제도 속에 담아내고, 언론중재위원회와 같은 기구도 시민이 참여하고 감시할 수 있는 민주적 거버넌스로 재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언론개혁은 “언론 재갈법”이라는 낡은 프레임을 벗어나, 민주적 공론장을 회복하는 개혁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했는데요.
채 교수는 “언론개혁의 본질은 언론 자유가 아니라 시민의 자유다. 언론이 스스로를 지키는 개혁은 구혁명이고, 시민이 직접 참여해 공론장을 다시 세우는 개혁이 신혁명이다.”이라며 시민중심의 공론장 복원을 강조했습니다.

열린토론 – 시민과 함께 나눈 언론개혁의 과제
특강의 마지막 순서로 부산민언련 복성경 대표가 진행하는 열린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시민들이 직접 질문을 던지고, 강연자들이 답하는 과정에서 언론개혁의 구체적 과제들이 드러났습니다.
시민들의 질문은 다양했습니다. “언론개혁이 과연 무엇인가? 추상적 구호로만 느껴진다”, “내란과 같은 극심한 갈등 속에서 언론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언론중재법에서 권력자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어야 하는가?”, “왜 지역 언론은 늘 뒷전인가?” 등 근본적인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또 한 시민은 “유튜브 언론에 대한 기성언론의 평가가 너무 야박한거 같다.”,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는 현실에서 사람들이 결국 유튜브로 옮겨가는 게 아닌가? 그런데 유튜브 언론을 소비하는 시민을 ‘무지성’으로 규정하는 것에 좀 화가났다”라는 문제의식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강연자들은 언론개혁을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구체적 제도 개혁으로 풀어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언론은 권력을 감시하는 동시에 스스로를 감시해야 하며, 시민이 언론 제도의 주체로 들어갈 때 비로소 민주적 거버넌스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내란과 같은 극심한 갈등 속 언론의 역할”에 대한 질문에는, 의견을 넘어 폭력을 용인하는 내용은 단호히 거부하고, 다양한 목소리가 모일 수 있는 공론장의 역할을 언론이 맡아야 한다는 답변이 이어졌습니다. 언론은 강한 권력에는 강하고, 사회적 약자에게는 약한 ‘강강약약’의 원칙을 지켜야 하지만 지금은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덧붙였습니다. 특히 ‘확증편향’, ‘정치 과잉’과 같은 단어들이 원인처럼 쓰이는 문제를 지적하며, 언론이 갈등을 단순 낙인찍기보다 맥락을 드러내는 언어를 선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언론중재법과 관련해서는, 시민의 피해 구제 장치는 강화해야 하지만 권력자까지 포함시킬 경우 언론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습니다. 대신 권력자가 언론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경우, 법정 이전에 중재 절차를 거쳐 남용 여부를 가려내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습니다. 지역 언론 문제와 관련해서는, 수도권 중심 보도 구조를 넘어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지역 언론 환경을 만드는 것이 언론개혁의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유튜브 언론에 대한 질문에는, 유튜브를 찾는 시민을 ‘무지성’으로 낙인찍는 것은 부당하다는 데 공감이 이어졌습니다. 강연자들은 “유튜브로 향하는 흐름 자체를 비난할 게 아니라, 왜 시민들이 기존 언론을 떠났는지를 직시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내란과 계엄을 거치며 기자 사회 내부에서도 허위·조작정보의 위험성을 절실히 깨달았고, 변화의 필요성이 공유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무엇보다 언론개혁은 특정 기자 개인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기사와 제도를 중심으로 한 비판을 통해 건강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메시지가 전해졌습니다.
토론의 마무리에서 강연자와 사회를 맡은 복성경 대표는 시민들에게 인상 깊은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김은지 기자는 “서울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지역의 시각을 잊고 있었다는 걸 이번에 절실히 깨달았다”며, 앞으로 뉴스룸에서 지역민의 눈높이와 균형 발전의 과제를 더 충실히 담아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채영길 교수는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질 때 비로소 끝나는 것이다”라며, 촛불혁명처럼 흐지부지되지 않으려면 지금도 시민들이 계속 발언하고 기록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복성경 대표는 “언론개혁은 언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시민을 위한 방향이어야 한다”며, “빛의 혁명 시기 한 명 한 명 빛이 되어준 시민들처럼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한 분들도 언론개혁을 밝히는 또 다른 빛”이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시민이 함께하는 언론개혁의 길
김은지 기자와 채영길 교수의 강연과 열린토론은 결국 한 지점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언론은 권력을 감시해야 하지만, 동시에 스스로를 감시해야 한다.
언론 자유는 언론만의 특권이 아니라, 시민의 자유이자 권리다.
언론개혁은 시민의 참여와 민주적 거버넌스 속에서만 비로소 완성된다.
이 메시지는 강연장이 아닌 우리의 일상에서 이어져야 할 과제이기도 합니다. 한 시민이 던진 질문처럼, “언론개혁은 과연 가능한 것인가?”라는 물음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촛불광장에서 빛을 모았던 경험이 그렇듯, 시민은 이미 민주주의를 움직이는 힘을 보여주었습니다. 언론개혁 또한 그 힘과 만나야만 현실이 됩니다. 이번 특강은 바로 그 만남의 시작을 보여주었습니다.
먼 길 오셔서 부산 시민들에게 의미 있는 강연을 해주신 김은지 기자님과 채영길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언론개혁의 기나긴 여정을 늘 함께해 주시는 부산민언련 회원님들과 시민 여러분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또 다른 언론개혁의 길에서 우리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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