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3분기 좋은 보도ㆍ프로그램에는 난개발, 주거, 사회복지, 안전 등의 문제를 짚은 보도가 후보작으로 올라왔다. 그 중에서 과거 국가폭력 피해를 다룬 국제신문 <기획보도 ‘집단수용 디아스포라’>와 부산시의 ‘퐁피두센터 분관’ 추진을 감시한 부산MBC <퐁피두센터 부산 분관 추진 감시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2024년 3분기 좋은 보도ㆍ프로그램으로 선정된 국제신문 신심범 기자와 부산MBC 정은주 기자를 만나 취재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국제신문 <기획보도 ‘집단수용 디아스포라’>는 과거 집단수용시설 내 인권유린 문제가 개별적 공간에서 발생한 돌발적인 폭력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폭력인 점을 지적했다. 수용시설 피해자들은 공통적으로 하나의 시설에서만 피해를 당하지 않고 여러 시설에서 폭력을 겪었다. 국제신문은 피해자들의 수용 행방이 전국에 걸쳐 뻗어져 있는 것을 보여주는 피해자 수용 이력도를 제작해 총체적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렸다. 국제신문 신심범 기자는 “이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여전히 규명해야 할 지점이 많다고 했다.
▲그간 개별 사건에 주목하는 경우는 있어도, 개별 사건들을 총체적으로 바라보는 시도는 없었다. 흩어진 사건들을 이어보려는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된 것인가?
2년 전, 영화숙ㆍ재생원 사건을 취재할 때, 공통적으로 피해자들이 한 시설에만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화숙ㆍ재생원뿐만 아니라 형제복지원 등 여러 시설을 옮겨 다녔다는 것이다. 총체적인 수용 이력도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그때 처음 했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영화숙ㆍ재생원 사건에 주목해야 했기에 그 생각을 실천하지는 못했다. 그러다 최근에 영화숙ㆍ재생원과 선감학원 피해자끼리 연대하자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이를 계기로 이번 기사를 기획하게 됐다.
▲기사에 등장하는 집단수용시설의 폭력 문제는 50년이라는 오랜 세월이 지나가버린 사건이다.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과정이 까다로웠을 것 같다
이전에 확보한 자료들을 재확인하는 작업에 불과했기에 수월했다. 사실 2년 전, 취재가 정말 어려웠다. 당시 영화숙ㆍ재생원 사건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일이어서 기관 도움도 얻을 수 없었다. 매주 부산기록원을 방문해 정보공개청구를 하는 등 직접 발품을 팔아가면서 자료를 수집했다. 그때 시행착오를 겪은 덕분에 이번 취재는 어렵지 않았다.
기획보도 ‘집단수용 디아스포라’는 2년 전, ‘영화숙ㆍ재생원’ 보도의 연장선에 있다. 신심범 기자는 부산 최초의 부랑인 시설인 ‘영화숙ㆍ재생원’에서 인권유린이 자행됐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렸다. 신 기자는 현재까지도 피해자들과 연락하며 이 사건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있다.
▲피해자 증언을 성실하게 수집한 기사다. 과거의 아픔을 끄집어내는 취재인 만큼 아무래도 접근이 조심스러웠을 것 같다. 피해자를 취재할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했나
과거의 일을 뭐할려고 다시 들춰내냐하는 정서가 피해자들에게 없었던 것은 아니다. 최대한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덜 주는 방법을 한참 고민했다. 피해자의 말에 공감하는 태도를 취해보기도 하고 건조하게 듣기만 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걱정과 달리 막상 이야기를 시작하면 피해자들이 잘 말해줬다. 오래전의 일이라서 그런 것인지, 자신들의 이야기를 덤덤하게 잘 털어놓았다.
▲기사에는 강제노역이나 구호단체 지원을 받기 위한 연극 등 그 당시 수용시설에서 자행된 인권유린 행태가 지적된다. 이밖에도 우리가 또 알아야 하는 수용시설의 문제점이 있나?
수용시설 내 인권유린 문제는 이제 거의 다 밝혀졌다. 그러나 시설 배후에 있던 각종 지원 단체의 문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 단체들은 수용시설 내 폭력을 방조, 장려하는 수준이었다. 예컨대 한 단체는 불우한 아이들을 임시적으로 보호하다 수용시설에 보내는 역할을 했다. 이를 자신들의 사회복지 사업의 성과로 활용하기도 했다. 이 문제는 아직 조사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아서 규명이 더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수상 소감 듣고 싶다
사실 이 수상 소식이 피해자 선생님들에게 알려지면 안 된다. 더 열심히 하라고 부담을 주실까봐 두렵다.(웃음) 농담이고, 수상 소식을 듣고 난 뒤 2022년 10월, 양산의 한 카페에서 영화숙ㆍ재생원 사건을 알리고자 했던 손석주 선생님과의 첫 만남이 떠올랐다. 그때 이 사건을 잊지 않고 관심을 갖겠다는 약속을 한 적이 있다. 그 약속을 곱씹으며 또다시 이 사건을 챙겨봐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상을 준 부산민언련과 이 기사를 쓸 수 있도록 도와준 피해생존자협의회 선생님들, 그리고 동료 기자들에게도 감사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