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이 선정한 2024년 3분기(7~9월) 좋은 보도ㆍ프로그램을 발표합니다. 이번 3분기에는 시정, 난개발, 과거사, 주거, 사회복지, 안전 등 여러 문제를 짚은 보도 8편이 후보작으로 올라왔습니다. 이중에서 KBS부산 <민자도로 운영 점검 보도>와 부산MBC <부전-마산선 안전성 점검 보도>는 선정되지는 못했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행정을 감시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최종적으로는, 과거 국가폭력 피해를 다룬 국제신문 <기획보도 ‘집단수용 디아스포라’>와 부산시의 퐁피두센터 부산분관 유치 과정을 감시한 부산MBC <퐁피두센터 부산분관 추진 감시 보도>를 2024년 3분기 좋은 보도ㆍ프로그램으로 선정했습니다.
국제신문, 기획보도 ‘집단수용 디아스포라’(신심범 기자)
국제신문은 지난 7월부터 과거 집단수용시설에서 자행된 국가폭력 문제에 대해 집중 조명했습니다. 부산뿐만 아니라 전국 어디에나 수용시설이 존재했고, 시설 내 인권유린은 똑같이 이뤄졌습니다. 시설이 무서워 도망친 이들은 본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지도 못한 채 최대한 먼 곳으로 떠나가야만 했습니다. 국제신문은 “집단수용시설 피해자 다수의 삶은 ‘디아스포라’와 다름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디아스포라는 강제로 난민 또는 이주민이 된 이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국제신문은 피해자 19명의 수용 이력도를 제작해 총체적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점을 전했습니다. 수용 행방이 전국에 걸쳐 뻗어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집단수용 시설 내 문제가 개별적 공간에서 발생한 돌발적 폭력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체계적 폭력인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처럼 집단수용시설 내 인권유린은 전국적인 문제이지만, 진상 규명을 위한 조사는 미비합니다. 개별 사건 조사에만 그쳐 있으며, 이마저도 모든 피해자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를 담당하는 조사기구인 진실ㆍ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내년이면 활동이 종료됩니다. 국제신문은 “집단수용 ‘시설’이 아닌 ‘체계’를 조사해야 한다”며 과거사 조사를 위한 상설기구를 설립과 함께 이를 위한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형제복지원’, ‘영화숙ㆍ재생원’, ‘선감학원’ 등에 개별적으로만 주목하던 기존의 언론보도를 뛰어넘어 국제신문은 그 비극적인 사건을 발생시킨 ‘구조’를 드러냈습니다. 다수의 피해생존자 증언을 취재하고 종합해 이것이 한 시설의 일탈이 아니라 국가의 체계적인 폭력이라는 것을 알려, 전국적인 차원의 조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환기시켰습니다. 이에 3분기 좋은 보도로 선정합니다.
부산MBC, 퐁피두센터 부산분관 추진 감시 보도(정은주 기자)
부산MBC는 부산시가 퐁피두센터 부산분관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의회에 허위 보고 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해외 사례 취재를 통해 문제점을 다각도로 조명했습니다.
앞서 부산시는 퐁피두센터 서울분관 운영이 종료된 후에는 부산에서만 단독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 시의회 보고 과정에서도 이 점을 강조해 퐁피두센터와의 양해각서 추진에 대한 시의회 동의를 얻어냈습니다. 그러나 부산MBC가 직접 퐁피두센터에 문의한 결과, 서울과 부산이 동시에 운영될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이후 부산시는 기존 입장을 번복하며 단독 운영 주장에 대해 해명을 내놓았습니다.
서울과 부산의 동시 운영 가능성은 부산분관 사업 실효성에 중요한 점을 차지합니다. 서울과 동시에 운영될 경우 부산분관의 관객 모집 효과는 그만큼 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산MBC는 미국의 퐁피두 계획마저 재정 부담을 이유로 무기한 연기된 만큼 신중한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여러 언론이 단순히 부산시의 보도자료를 받아쓰기만 했던 가운데, 부산MBC는 직접 국내외 취재를 진행해 지역사회에 검증 여론을 환기했습니다. 덕분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될 수 있는 사업에 대한 지역사회의 공론화를 촉발하고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3분기 좋은 보도로 선정합니다.
후보작 약평
국제신문, 기획보도 ‘부산 빈집 팬데믹’(김준용 기자)
국제신문은 부산 원도심의 빈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오래된 빈집이 또 다른 빈집을 양산한다는 것을 지적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정작 부산시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빈집 문제 해결에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며 문제해결을 위해 법적ㆍ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노후 공동주택은 부산 전역에 퍼져있다며 이 문제가 단순히 원도심뿐만 아니라 부산 전체의 일이라는 것을 환기시켰습니다.
부산일보, 기획보도 ‘연결: 다시 쓰는 무연고자의 결말’(이대성, 손혜림 기자)
1인 가구와 비혼 증가로 무연고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의 장례 제도와 문화는 연고자 중심으로 돼 있어 지인들이 대신 장례를 치르는 것이 까다롭습니다. 부산일보는 다섯 차례에 걸쳐 무연고 사망자들의 사연과 함께 현행 장례, 추모 제도의 문제점을 짚었습니다. 나아가 동구청과의 협력을 통해 비혈연 장례 확산과 사후 자기결정권 보장을 위한 제도와 시스템 구축에도 나섰습니다.
KBS부산, 민자도로 운영 점검 보도(황현규, 강예슬 기자)
부산은 전국에서 유료 민자도로가 가장 많은 도시입니다. 민간이 도로를 운영함에도 통행료 수입을 보전하기로 한 협약 탓에 부산시는 매년 막대한 세금을 퍼붓고 있습니다. KBS부산은 수정터널과 부산항대교 사례를 점검하며 민간 사업자와의 재협상을 통해 부산시가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음에도 이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것을 비판했습니다. 부산시의 소극 행정 탓에 불필요한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해 부산시의 행동을 유도하는 한편, 부산의 민자도로 문제를 환기시켰습니다.
KBS부산, 해운대 53사단 인근 부지 핀셋특혜 고발 보도(김영록 기자)
KBS부산은 해운대 53사단 인근 연립주택 용지 내 아파트 건립 추진의 특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해운대 53사단 인근 지역에는 4층 이상 건물을 짓지 못하는 용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한 건설사가 이 용지를 매입해 29층짜리 아파트를 건설하겠다며 구청에 신고했습니다. 이례적인 사업안임에도 해당 사업계획은 공람을 거쳐 관할 구청의 심의를 앞둔 상황입니다. KBS부산은 특정 건설사에 대한 ‘핀셋 특혜’라고 지적했습니다. 해운대 53사단 이전으로 개발 수요가 늘어나 난개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특혜 개발 의혹을 고발한 보도로, 시의적절했습니다.
부산MBC, 부전-마산선 안전성 점검 보도(송광모 기자)
4년 전 붕괴 사고를 겪은 부전-마산 복선전철 건설 공사. 부산MBC는 연약한 지반을 이유로 당국이 전철 내 피난시설을 짓지 않겠다고 한 사실을 고발했습니다. 이어 붕괴 사고 당시 진행한 당국의 지반조사가 부실했다는 점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작년 대심도 터널 붕괴 사고부터 올해 사상 인근 싱크홀 사고까지 지하 공사로 인한 안전 우려가 대두되는 가운데, 부산MBC는 당국의 허술한 관리ㆍ감독을 지적한 데 이어 개통 시기를 맞추기 위해 피난시설을 누락하려는 안일한 행태까지 고발했습니다.
KNN, 부산시 ‘페스티벌 시월’ 감시 보도(황보람 기자)
KNN은 부산시가 올해 추진 중인 ‘페스티벌 시월’의 부실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페스티벌 시월’은 부산국제영화제, 국제록페스티벌 등 6개 분야 17개 국제행사를 하나로 통합한 입장권을 판매하는 사업입니다. KNN은 주요 행사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인데도 통합권 판매 애플리케이션이나 홈페이지조차 제작되지 못한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열흘만 사용할 연회 공간을 설치하는 데 막대한 예산이 편성된 점도 비판했습니다. 행사가 진행되기 앞서 사업의 실효성과 준비 과정을 점검해 해당 문제를 지역사회에 선제적으로 공론화한 보도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