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보도집담회 자유발제1-취재 현장에서,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묻다

*부산민언련은  미투 운동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점검해보는 <미투보도 집담회>를 3월 27일 저녁 광안184에서 열었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15명의 회원 및 시민들이 참여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날 보조발제를 맡아주신 조소희 부산일보 기자의 <취재 현장에서,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묻다> 발표 내용을 소개합니다. 

 

#취재 현장에서,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묻다

 

조소희 (부산일보 기자)

 

앞서 주제발제를 하신 김은진 교수님이 나쁜 보도의 예를 들 때 제 기사가 나올까봐 긴장했는데 안 나와서 다행이었습니다. 저는 미투 기사를 많이 썼고 그래서 이런 토론회가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는데요, 실무자 입장에서 변명 아닌 변명도 드리고 싶고, 또 고민도 나누고 싶어서 함께 하게 됐습니다.

저는 사회부 경찰팀 사건기자인데, 저희 사회부 기자 13명 중에 여기자가 2명이에요. 거기다 한 명은 수습이라서 여성문제에 대해서 기사를 쓸 수 있는 기자가 저 밖에 없겠더라구요. 이전에도 생리권이나 생리대 문제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기사를 써 왔고, 서지현 검사 폭로 이후로 어떻게 보면 자의반 타의반으로 미투 관련한 기사를 쭉 제가 쓰게 됐습니다.

2월 1일에 <한국도 #미투 침묵이 깨진다>를 1면에 실었습니다. 그리고 뒤에 기자 일기로 제가 취재하면서 겪었던 소소한 성적인 모욕감을 썼어요. 그걸 읽고 공감을 해 주신 분들의 제보가 이어졌고 그래서 많은 제보 중에서 선택했던 게 아시아나 보도입니다.


승무원 성희롱이라고 하지 않고 박삼구 회장 성희롱이라고 가해자의 행위를 중심으로 보도를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많은 제보 내용 중에 이 건을 첫 보도로 선택한 이유는 ‘아시아나 승무원’이라고 하면 피해자가 특정되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이 보도를 제일 첫 보도로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재벌 회장이라는 권력을 가진 사람이 끊임없이 직원을 꽃으로 대했다는 것을 비판하고 싶어서 1,3면 기사로 크게 가게 됐습니다.

 

주요 면으로 가자고 강력하게 주장했던 이유는 ‘승무원은 직업 특성상 미모와 친절을 서비스하는 게 아니냐’ 라는 편견이 있는데, 그런 편견을 극복하는 게 어떻게 보면 미투라는 흐름에 가장 중요한 맥락이라고 생각해서 주요 면으로 가기를 바랐고 다행히 그렇게 됐습니다. 이후 다행스럽게도 (아시아나)노조에서도 반응을 해 주셔서 결국 박삼구 회장 본인이 사과하고 정례행사처럼 승무원들을 껴안는 행위를 하는 매주 목요일 오전 타임을 안 가지는 것으로 조치했습니다.

그리고 후속이 에어부산이었는데요, 에어부산이 중요한 이유는 저희가 부산지역 언론사이기도 하고 에어부산은 부산지역 경제인들의 자본이 30%이상 들어간, 공적자본이 투입된 그룹이거든요. 공적자본이 투입된 곳에서 이런 일이 반복된다는 것은 굉장히 문제라고 생각해서 기사를 썼습니다.

 

제가 그동안 미투 보도를 스무 개 정도 썼더라구요. 나름 제가 썼던 기사들을 슬로우뉴스 편집장님의 글에서 도움을 받아서 유형별로 나눠봤습니다.

 

1번 유형(권력형+다수의 피해자+반복적)은 기자들도 정의감을 가지고 보도할 수가 있습니다. 왜냐면 이게 일탈이 아니라 범죄라는 사실이 확정이 되거든요. 그리고 미투 운동 자체가 기존의 권력관계에 대한 반대급부기 때문에 1번 같은 경우는 기자들도 나름 데스크에 “이거 크게 가주십시오” 할 말도 해가면서 쓸 수 있지만 2번(권력형+피해자1인+일회적), 4번(비권력형+피해자1인+일회적)이 되면 제일 어렵더라구요.

그 예를 들어서 보겠습니다. 이게 부산의 한 공공기관인데 처음에 피해자 1인이 있었어요. 보도를 할까 말까 고민을 했고, 피해자A 말고 또 다른 피해자B도 있다고 해서 그 분을 계속 설득해서 진술의 일관성을 확보하고, 팀장이 가한 게 일탈이 아니라 범죄라는 것을 입증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B씨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경쟁지에 보도가 먼저 나갔어요. 그 때 제가 스스로의 언론윤리가 많이 무너진 것 같습니다.

보통 기자를 생각하시기에 투사 아니면 기레기라고 생각하시더라구요. 저는 좋은 기자는 좋은 직장인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게 한번 조직에서 보기에 ‘기자가 물먹었다, 놓쳤다’라고 생각하면, 저 같은 소시민들은 조급해지거든요. 그러면 ‘내가 먼저 써야 되나, 쟁여 놓은 다른 제보들도 다 얼른 써야하나’… 그 때 많이 흔들렸어요. 그런 게 가장 어려운 것 같습니다. 나의 조급함, 그리고 회사에서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거. 앞에 주제발제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구조적인 문제도 크구요.

 

어찌 되었건 이 보도는 그래도 권력형이고 피해자 본인도 제보해서 알리기로 합의가 된 상태라서 기사로 쓸 수 있었습니다. 최대한 피해자 개인을 지우고 구조적 문제를 짚고자, ‘부산시 뭐 했나’ 라고 물었고 그런 후속기사도 쓸 수 있었습니다.

 

그 다음은 제가 미투 보도를 하면서 후회되는 지점인데요, 가해자로 볼 수 있는 스피치 강사분이 시대에 못 따라가는 오리엔테이션을 하셨나 봐요. 남녀 짝을 지어서 서로 간지럽히고 만지는 게임인데,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여학생들 입장에서는 게임이 불쾌하잖아요. 그 여학생들의 입장을 듣고 기사를 썼는데요,

지금 만약 다시 돌아가서 기사를 쓰라고 하면, 오리엔테이션 문화 자체를 지적할 거 같아요. 저는 그 때는 정의감에 취해서 “이 강사 이름이 나가야 됩니다.” 했는데, 이 강사분은 학교에서 외주를 줘서 그 오리엔테이션 프로그램만 진행하는 거고, 이번 일로 인해서 이제 그 계약을 다시는 못할 거고, 그런데 이 분은 선배 레크레이션 강사한테 그렇게 배워 오신 거에요. 그 선배는 또 그 위 선배한테 배운 거고. 배운 대로 했고, 이런 내용이 피해를 주리라고 생각은 못했는데 결과적으로 가해자가 된 거죠. 대학교 오리엔테이션 때 이런 게임을 도대체 왜 해야 하는가 하는 방향으로 기사를 썼어야 하는데, 강사 개인에 집중한 게 아닐까 후회가 남습니다. 권력관계가 없고 일회적이면 보도를 자제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저는 지금 실무자로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미투 보도를 할 것인가, 폭로에만 의존할 수도 없고… 폭로에만 의존하다 보니까 정봉주 사건처럼 ‘너 얼굴 까고 나와라, 너 그 때 피해를 입었다는 장소에 있었다는 걸 증명해라.’ 이런 사태까지 온 것 같아요. 저희도 어떻게 하면 미투 운동 그 후를 써야하나 고민을 많이 하고 있고 2차 피해를 어떻게 막을 건지, 대안이나 정책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좀 답이 안 내려진 상태입니다.

미투 보도 지금까지의 한계를 보면은 먼저 선정성. 심각하지만 아직까지 부산 언론은 선정성은 자제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여기자니까 그래도 좀 더 자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이드라인이나 회사에서도 어느 정도 지켜지는 선이 있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선정성은 그나마 심각하지는 않다고 보는 편인데요,

 

저는 보도경쟁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먼저 제보자를 만날 것인가. 휘몰아치는 경쟁 속에 있다보면 정말 정신을 못 차리겠더라구요. 이게 신입기자 열정적인 기자일수록 더 심해요. 그래서 후배들한테도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보도 그 후는… 사족인데요, 병원, 군대, 부산시(공무원), 공기업, 산하기관, 학교. 진짜 많은 제보자들을 만났는데, 이상하게 가해자들의 패턴은 똑같습니다. “술 먹고 했다”, “기억이 안난다”, 그리고 다음날 꼭 문자를 보냅니다. <어제 잘 들어갔니?> 그래서 가해자들의 패턴을 한번 분석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하고.

 

그리고 취재과정에서 저도 스스로한테 실망한 일이 있는데요. 피해자 분이 제보하러 오셨을 때 카페에서 만났는데 진짜 나쁜 생각인데, 명품 옷, 명품가방을 들고 나오셨어요. 그런데 제가 자꾸 그 거에 눈이 가는 거 에요. ‘저 명품 가방을 들 정도면 그냥 회사를 좀 그만두면 안될까’ 그런 생각이 드는 거 에요. 제가 피해자한테 피해자다움을 강요하고 있더라구요. 아까 말했다시피 가해자는 악마화하고 피해자는 순결해야 한다고, 제가 스스로 그런 모습을 만들고 있더라구요. 그런 스스로의 모습을 봤을 때 너무 창피했습니다.

 

변명을 몇 마디 덧붙이자면, 피해자가 다수여야 한다는 건 저희가 강조하는 건 아니지만, 워싱턴포스터가 하비 와인스틴의 일탈을 꾸준히 보도해서 범죄로 만들었거든요. 피해자가 많으면 피해자 개인이 입는 타격도 줄고, 보도의 정당성도 강화된다는 생각에서 다수의 피해자들을 찾으려고 하는데, 그 과정에서 피해자 분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으시고 조직 분위기도 안 좋아지고 그런 점은….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덧붙이자면 파급력이 큰 JTBC는 보도하는 데 그런 어려움은 없을 것 같아요. 이후에 이 사람이 직장을 잃고 피해를 입으면 우리가 어디까지 책임져 줄 수 있나. 그런데 저희같은 지역 언론은 그런 고민을 되게 많이 하거든요. 제보자를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제가 집에 가고 있는 길에 전화가 와요. “기자님, 그런데 보도는 안 될 것 같아요.” 그런 경우가 제보의 70% 정도 되거든요. 저는 그 마음이 너무너무 이해가 가요. 왜냐면 저희가 보도한다고 해서 그 분의 직장을 보호해 드릴 수 없고, 김지은 씨처럼 전 국민이 지켜주지 못하거든요. 심지어 저도 그 분을 지켜드리지 못해요. 그런 부분이 제일 고민이에요. ‘이거 보도 나가도 괜찮으실까요.’ ‘직장 계약 연장에 문제 없으실까요.’ 그런 부분이 제일 죄송하고 미안하고, 여가부에서든 정책적으로 조치가 있었으면 좋겠고, 그 고민이 제일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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