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는 지난 9일, 장기 도시계획 규제 완화 검토를 발표하면서 원도심 고도지구 제한 일부 해제에 나서겠다고 전했다. 그간 부산 일부 지역은 도시경관과 문화재 보호를 이유로 건축물 높이 제한이 걸려있었다. 시는 주변 조망과 경관 침해 여부를 살펴 해당 지역들의 규제를 해제할지 말지 결정할 방침이다. 국제신문은 “규제 완화로 침체된 건설경기가 살아날지 기대를 모은다”고 언급했고, 부산일보는 “원도심 발전 저해 논란을 촉발해 왔던 산복도로 일대 고도제한이 50여 년만에 풀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며 고도제한 해제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국제신문, 우려의 시선 거두고 건설경기 활성화 기대만
국제신문은 5월 10일 1면과 4면 주요면을 할애해 원도심 고도제한 해제 소식을 다뤘다. 원도심 고도제한 해제와 함께 부산시가 같은 날 발표한 △역세권 주변 청년 임대주택 확충 △자연녹지·준공업지역 재건축 지원 △종합병원 시설 확충 지원 △역세권 활성화 계획 수립 등을 포함한 ‘도시계획 규제완화 방안’ 전체 내용도 소개했다.
원도심 고도제한 해제에 대해 국제신문은 “그동안 주민과 지자체 등에서 지속적인 도시계획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도시 여건 변화로 재검토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규제를 재정비해 합리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언급했다.1) 시대 변화로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는 부산시의 입장을 반영한 설명이다. 이어 <망양로변-부산진성 일대 50년 만에 고도지구 해제 가능성>(4면, 5/10)에서는 규제 해제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된 망양로변과 부산진성 수영사적공원 충렬사 등 역사문화환경보전지역 주변 고도지구를 사례로 들어 규제 완화 필요성을 시사했다.2)
반면, 시민사회가 제기한 난개발 우려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대신 “규제 완화로 침체된 건설경기가 살아나고 시민 삶의 질이 높아질지 기대를 모은다”며 고도제한 해제로 인한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부산일보, “고도제한이 원도심 부활 저해 요인”이라며 당위성 설명
난개발 우려에는 과도한 규제 푸는 대신 세밀한 접근 필요하다는 입장
부산일보도 1면과 5면을 통해 해당 소식을 주목했다. <부산시, 원도심 고도제한 전면 손본다>(1면, 5/10)에서 국제신문과 동일하게 지역 건설업계를 살리기 위한 방안이라는 부산시의 설명을 그대로 전하며 “변화된 도시 여건에 맞춰 주민 재산권 침해를 최소화하고 도심 균형 발전을 꾀하”고자 함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3)
이어 <산복도로 고도제한 50년 만에 해제되나?>(5면, 5/10)에서는 고도제한 해제의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4) 이미 주변 지역에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면서 당초 취지가 퇴색됐다며 고도 제한이 원도심 부활을 저해하는 주요인으로 작용한다고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전했다. 바다 조망권을 보호하겠다는 원도심 고도제한이 되레 시민 삶의 질을 악화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주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설명하는 데 기사 대부분을 할애했는데, 난개발이나 젠트리피케이션 우려에 대한 언급은 기사 말미에 한 문장 정도로만 차지했다. 부산시는 지난 2020년 12월 ‘도시경관 관리를 위한 부산시 높이관리 기준’을 발표했다.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와 함께 1년 반 동안 4억 원의 예산을 들여 마련한 기준이었다. 이번 원도심 고도제한 해제 검토 발표는 난개발을 촉진한다는 우려도 있지만, 많은 예산을 사용해 만든 기준을 부산시가 스스로 저버리고 있다는 문제도 있다. 그러나 부산일보는 그런 우려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다.
부산일보는 사설을 통해서도 해당 소식을 다뤘다. <원도심 고도제한 완화, 도시균형발전 취지 잘 살려야>(사설, 5/10)에서 “오랜 규제 탓에 정주 환경이 열악해지고 젊은 세대가 떠나는 곳이 되다 보니 슬럼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쇠락하고 있다”며 “이번 고도제한 완화는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어 지역 소멸을 막겠다는 취지를 살리는 게 우선”이라고 언급했다.5) 그러면서 난개발과 젠트리피케이션 우려에 대해선 고급 주택 단지나 상업시설만 우후죽순 들어서선 안 된다고 지적하며 “과도한 규제를 풀면서 동시에 도시균형발전의 취지를 살리는 것이 이번 도시관리계획 정비의 핵심”이라고 짚었다. 원도심 고도제한 완화가 필요하되, 난개발 방지 노력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다소 원론적인 입장을 취했다.
KBS부산ㆍ부산MBC, 4년 전 정책과 배치되는 부산시 행보라고 지적
KNN, 난개발과 특혜 우려 제기
지역방송은 부산시의 원도심 고도제한 해제 검토에 대해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먼저, KBS부산은 건설경기를 살리는 게 목표라는 부산시의 설명에 대해 “고도 제한 완화를 위한 현장 조사와 의견 수렴이 이뤄졌는지, 또 인구 감소와 경기 불황으로 늪에 빠진 건설 경기가 건축 규제 완화로 살아날 것인지 검증되지 않았다”며 우려하는 목소리를 전했다.6) 아울러 “무너진 경관 훼손을 막겠다며 전국 최초로 ‘건물 높이 기준’을 만든 부산시가 4년도 안 돼 정반대 정책을 내놔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언급했다. 부산MBC도 난개발이 우려된다고 지적하며 “원도심 고도제한 완화의 경우 3년 전 부산시가 4억 원을 들여 수립한 높이관리 계획과도 배치된다”고 짚었다.7)
KNN은 전면 규제 완화로 난개발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특혜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시사했다.8) 난개발을 걱정하는 시민단체 목소리를 빌려 이번 부산시의 규제 완화 발표에 대해 지적했다.[“설익은 계획을 내놓다보니 오히려 경기활성은 뒷전이고 난개발을 하게 되고, 지역에 있는 원주민은 오히려 피해를 보는 상황이 벌어질 것 같아서 매우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사무처장. <부산 도시계획 규제완화….기대보다 우려>(5/8) 일부 내용] 그러면서 “개발수익이 높은 곳일수록 특혜의혹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 규제 완화가 특혜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지적했다.
부산시의 규제 완화 결정 과정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 필요해
부산은 난개발 도시라는 오명을 갖고 있다. 엘시티를 비롯한 해운대와 광안리 해변에 늘어선 초고층 아파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진행된 사업들이지만, 부산의 경관을 해치고 사유화하며 만성 교통체증과 해안 침식을 가속화한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기대 효과에 비해 많은 부작용을 떠안게 된 셈인데, 이번 부산시의 원도심 고도제한 해제 검토 발표 역시 비슷한 결과를 낳지는 않을지 우려된다. 부산시는 해안조망과 도시경관 변화를 살펴 고도지구 존치ㆍ완화ㆍ해제 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지역언론은 부산시의 결정 과정을 세심하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
[관련 보도 목록]
1) <부산 원도심 고도제한 일부 해제>(국제신문, 1면, 5/10)
2) <망양로변–부산진성 일대 50년 만에 고도지구 해제 가능성>(국제신문, 4면, 5/10)
3) <부산시, 원도심 고도제한 전면 손본다>(부산일보, 1면, 5/10)
4) <산복도로 고도제한 50년 만에 해제되나?>(부산일보, 5면, 5/10)
5) <원도심 고도제한 완화, 도시균형발전 취지 잘 살려야>(부산일보, 사설, 5/10)
6) <높이·용도 줄줄이 완화…시민 위한 정책?>(KBS부산, 5/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