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이 선정한 2024년 2분기(4~6월) 좋은 보도ㆍ프로그램을 발표합니다. 이번 2분기에는 난개발, 환경 문제, 약자 인권, 과거사 등 여러 문제를 짚은 보도 9편이 후보작으로 올라왔습니다. 이중에서도 지자체의 부적절한 행정을 고발한 부산일보 <‘이기대 고층 아파트’ 난개발 연속 보도>, KNN <‘교통유발부담금’ 실태 점검 보도>, 뉴스타파 <‘부산엑스포’ 예산 검증>을 2024년 2분기 좋은 보도ㆍ프로그램으로 선정했습니다.
부산일보, ‘이기대 고층 아파트 난개발’ 연속 보도(이현정, 김준현 기자)
부산일보는 이기대 고층 아파트 건립 추진 이면에 부산시와 남구청의 특혜와 편의 제공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논란이 본격적으로 불거졌던 4월부터 이기대 고층 아파트 사업의 부당함과 관리 당국의 부실한 심의에 대해 지적을 이어갔습니다.
앞서 지난 4월, 이기대공원 입구에 고층 아파트를 건립하는 사업이 추진된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부산의 대표적 수변공원인 이기대공원 인근에 30층 아파트가 세워지는 것이기에 주변 경관을 훼손하고 사유화한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여기다 지난 2월에 부산시가 해당 사업을 승인했다는 사실도 알려지면서 시가 사업자 이익을 대변했다는 지적이 쏟아졌습니다.
부산일보는 지난 2월 사업을 승인한 부산시 주택사업공동위원회 심의 자료를 단독으로 입수해 부산시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했습니다. 단 한 차례의 회의만으로 결정한 점, 개발 계획이 아니라 설비, 소방, 교통 부문에 대한 논의만 있었던 점 등 사실상 ‘식물 심의’에 불과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부산시와 남구청이 사업자에 특혜를 제공한 정황도 나왔습니다. 이기대 고층 아파트 사업은 통상의 기준보다 높은 용적률을 적용해 시 심의를 통과했습니다. 이런 일이 가능하려면, 특정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기대 사업은 이를 생략 받았습니다. 시 심의를 받았고, 건축물 층수가 30층 미만이라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아직 시 심의를 통과하지 않은 시점에서 그럴 것이라고 가정한 채 미리 절차가 생략된 것입니다. 부산일보는 “건설사에 엄청난 편의를 준 셈”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부산은 난개발로 얼룩진 도시입니다. 과거 엘시티부터 최근 이기대까지 부적절한 개발 사업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부산의 고질적인 병폐라고 할 수 있는 난개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지역언론의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이 점에서 이번 부산일보의 보도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기대 문제와 관련해 대부분의 언론이 단순히 논란을 전하는 데 그쳤던 반면, 부산일보는 난개발 이면에 시와 구청 등 관련 당국의 허술한 심의가 있다는 점을 지적해 권력 감시를 적절히 해냈습니다. 이에 2분기 좋은 보도로 선정했습니다.
[관련 보도 목록]
<이기대 가리는 고층 아파트 건물 위치만 바꿔 승인 추진>(5면, 5/10)
<부산 남구 ‘이기대 풍경 독점‘ 고층 아파트, 구청은 도장만 찍어 주나>(3면, 5/23)
<이기대 고층 아파트 심의, 업자 편만 들다 끝났다>(1면, 6/7)
<특혜 의혹 솔솔… 이기대 아파트 ‘수상한 용적률‘>(1면, 6/12)
<부실한 근거 위에 최대로 올린 용적률 인센티브>(3면, 6/12)
<5층 카페 제동 건 남구청, 31층 아파트는 일사천리>(1면, 6/14)
KNN, ‘교통유발부담금’ 실태 점검 보도(김민욱 기자)
KNN은 대중교통 개선 목적으로 사용돼야 하는 ‘교통유발부담금’이 실제론 그렇지 못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를 통해 부산시와 부산시의회 등 관련 당국의 행동도 이끌어냈습니다.
교통유발부담금은 1990년 대중교통개선 사업 재원 확보를 목적으로 도입됐습니다. 지자체가 교통 혼잡을 유발하는 시설에서 걷어 교통 개선을 위해 쓰이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KNN이 부산시와 경남도에 10년치 자료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아내 분석한 결과, 관련 부서의 일반 운영비나 업무추진비 등 대중교통개선과는 무관한 사업에 부담금이 지출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기초지자체는 집행내역 자체를 공개하지 않아 돈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KNN은 “사실상 꼬리표가 없는 구군의 쌈짓돈”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부적절한 예산 집행뿐만 아니라 징수 기준이 모호하다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차 안에서 음식 주문을 할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 매장은 교통 혼잡을 초래하는 주범으로 지목되곤 하는데요. 정작 부담금은 내지 않고 있습니다. KNN은 비슷한 규모의 매장인데도 부담금을 납부하는 곳과 비교하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이런 원인에는 현실에 맞지 않는 징수 기준에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교통을 얼마나 혼잡하게 하는가로 금액을 부과하는 게 아니라 바닥 면적을 기준으로 부과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KNN은 어떤 시설이 부담금을 얼마나 내는지 공개되지 않는 것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업체가 실제로 교통량 감축을 위해 노력하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납부 업체 공개로 업체 간 실천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며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KNN 보도 이후 부산시는 부담금 취지에 맞는 용도로 예산이 사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부산시의회도 부담금을 목적에 맞게 쓸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다소 생소한 교통유발부담금이라는 예산이 실제로는 지자체의 ‘쌈짓돈’으로 쓰이고 있다는 점을 알려 제도 변화까지 이끌어낸 보도였습니다. 이에 2분기 좋은 보도로 선정했습니다.
[관련 보도 목록]
<‘교통유발부담금‘,지자체 재정 확보용 전락>(KNN, 5/28)
<“누가 얼마나 내나?”깜깜이 교통유발 부담금>(KNN, 5/29)
<교통유발금 없는 드라이브 스루,현실 따로 법 따로>(KNN, 5/30)
<주먹구구식 교통유발부담금 집행, 부산시 손본다>(KNN, 6/3)
뉴스타파, ‘부산엑스포’ 예산 검증 보도(강민수 기자)
뉴스타파는 지난해 부산시가 엑스포 유치를 위해 사용한 예산 330억 원의 지출 기록을 확보해 집행 내역을 검증했습니다. 시와 언론사 간의 부적절한 기사 거래 의혹뿐만 아니라 사은품 선정 과정에서의 특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뉴스타파가 언론사에 집행된 부산시 예산 118억 원을 분석한 결과, 해외보다 국내 언론에 홍보비가 더 지출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MBN, 채널A, TV조선 등 종편에만 8억 원 이상 지출됐고 최종 투표 한 달 전에도 11억 원이 넘는 돈이 국내 언론에 집행됐습니다. 해외 172개국의 투표로 유치가 결정되기에 해외 홍보에 열을 올리는 것이 타당함에도, 실상은 국내 선전에 더욱 신경을 썼다는 점이 드러난 셈입니다. 부산시의 예산 지출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뉴스타파는 중앙일보 등 국내 언론 간 기사, 칼럼 거래가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부산시 홍보비 집행 내역에는 광고 외에 기획 기사와 칼럼 연재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기획기사와 칼럼 섭외는 홍보 대행사가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사실상 협찬 기사임에도 실제 기사에는 별다른 안내 고지가 없었습니다.
대언론 예산뿐만 아니라 엑스포 기념품 선정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뉴스타파는 엑스포 유치 활동 명목으로 해외 인사들에게 줄 홍보 기념품을 구매하면서 박형준 부산시장 부인과 친분이 있는 화가의 재단이 제작한 접시를 대량 구매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홍보 기념품 선정을 위한 회의에서는 해당 접시가 논의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았지만, 한 달 뒤에 박 시장 부인과 친분 관계에 있는 화가의 접시로 선정된 것입니다. 예산 사유화 의혹이 이는 지점입니다. 이밖에도 뉴스타파는 김건희 여사가 디자인 기획에 참여한 ‘김건희 키링’ 구매 내역을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집행 내역을 보면, 대부분 배포 대상을 비공개하거나 국내용 행사에 뿌려졌습니다. 또한 부산시가 고가의 태블릿PC를 구입해놓고선 배포 명단을 비공개한 점도 드러났는데요. 뉴스타파는 세금으로 기념품을 사놓고선 출처를 투명하게 밝히지 않는 부산시의 행태를 비판했습니다.
5,000억 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부산엑스포 유치전, 결과는 ‘119 대 29’라는 굴욕적인 참패였습니다. 정부와 부산시의 엑스포 유치 전략이 허술했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와중에 정부ㆍ여당과 부산시,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는 ‘졌잘싸’였다며 자족하거나 추진 과정에 대한 철저한 복기와 평가 없이 엑스포 재도전만을 외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뉴스타파는 언론 중에서는 최초로 엑스포 유치 예산 검증에 나서 엑스포 검증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2분기 좋은 보도로 선정했습니다.
[관련 보도 목록]
부산엑스포 예산검증① 해외보다 국내 홍보에 더 많이 썼다(6/20)
부산엑스포 예산검증② 부산시와 언론사, 칼럼·기사 거래 의혹(6/20)
부산엑스포 예산검증③박형준 부인과 특수관계인 화가의 접시 4천만 원 구매(6/27)
부산엑스포 예산검증④ 세금으로 ‘김건희 키링’ 1만 개와 갤럭시탭 100개 구매(6/27)
후보작 약평
국제신문, ‘명지 중금속 오염토’ 매립 문제 보도(정지윤 기자)
국제신문은 명지신도시 국회도서관 인근에 중금속 오염토가 7년째 방치돼 있는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포함된 중금속 오염토가 주민 생활권에 있는 것이기에 건강 침해 우려가 제기됩니다. 국제신문은 주민 건강을 위협하는 오염토 문제를 고발한 보도에 이어 관리 당국의 무책임한 대응까지 지속적으로 보도하며 공론화에 나섰습니다.
부산일보, <우키시마호 탑승자 명부, 일본 정부 보관해 왔다> 보도(이승훈 기자)
조선인 노동자를 태운 배가 광복 직후 부산항으로 향하다 일본 앞바다에서 침몰한 사건, ‘우키시마호 사건’. 그간 일본 정부는 승선자 명부가 배 침몰과 함께 사라졌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일본 정부는 정보 공개 청구에 응해 우키시마호 승선자 명부를 공개했습니다. 부산일보는 국내 언론 중에선 처음으로 관련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사건을 축소ㆍ은폐했다는 의심이 제기되는 정황을 발견한 보도로, 우키시마호 사건의 새로운 국면을 제시했습니다.
KBS부산, ‘북항 복합환승센터 난개발’ 의혹 보도(최재훈, 최위지 기자)
지난 2월, 동구청은 당초 사업계획과 달리 북항 복합환승센터를 오피스텔로 바꾸는 설계 변경을 허가했습니다. KBS부산은 사실상 주거 시설로 변질된 계획을 구청이 허가해준 것이라며 비판했습니다. 이와 함께 복합환승센터와 관련한 불법 거래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앞서 선정된 사업자가 아니라 다른 건설사와 부산항만공사가 계약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비위 의혹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밖에도 이례적인 복합환승센터 공사 기한 연기를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당국의 부적절한 일 처리와 함께 불법 거래로 의심되는 정황까지 짚어 북항재개발 문제를 공론화했습니다.
부산MBC, ‘버스기사 음주운전 방지 대책’ 점검 보도(김유나 기자)
부산MBC는 버스기사 음주운전 실태를 점검해봤습니다. 매일 음주 측정을 해야 하는 관련 규정이 있음에도, 제도의 허점을 노려 음주 측정을 피하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또한 부산시가 재발 방지를 위해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고 했지만, 민영제로 운영되는 마을버스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도 짚었습니다. 단발성 사건 보도에 그치지 않고 제도의 허술함까지 짚어낸 보도였습니다.
부산MBC, <열차 운영 남았는데..여전한 교통약자 ′나몰라라′> 보도(이승엽 기자)
부산MBC는 부산역의 교통약자용 승강기가 열차 운행도 끝나기 전에 작동이 멈춰 밤늦게 부산역에 도착한 휠체어 이용자들이 역사를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황을 고발했습니다. 부산역은 미화, 정비 등의 이유로 엘리베이터 작동을 멈춘 것인데, 비장애인의 업무 편의를 위해 장애인의 이동권을 제한한 문제였습니다. 현재진행형인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환기한 보도였습니다.
KNN, ‘통영 조선소 석면 피해’ 집중 보도(박명선 기자)
통영 봉평동 주민들은 인근 수리조선소서 발생하는 먼지로 폐암이나 진폐증 등 각종 질환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30년 가까이 이어진 통영시의 현안 중 하나입니다. KNN은 올해 양산부산대병원서 진행한 검사에서 주민 12명이 진폐증 판정을 받은 사실을 보도한 데 이어 6월 한 달간 통영 조선소 석면 피해 문제를 집중 조명했습니다. 통영 석면 피해에 대한 행정 당국의 피해 조사 지원이 미진한 점, 지속적인 행정처분에도 조선소가 아무런 개선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발했습니다. 오랫동안 해결되지 못한 지역 현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조명하고 다시금 공론화한 보도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