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대책 마련하라던 지역신문,
파업 앞에선 다시 ‘불편’ 내세워
전국철도노조 중앙쟁대위는 10월 24일 부산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틀 전(10.22) 경남 밀양역 인근 선로에서 발생한 철도 노동자 사상 사고가 예견된 인재였기에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기 위해서였는데요.
아래는 해당 기자회견을 보도한 부산일보와 국제신문 기사 일부입니다.
전국철도노조 중앙쟁대위는 24일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시는 안타까운 죽음이 없도록 안전 인력을 충원하고, 안전 대책을 세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시는 철도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 없어야”>
(부산일보 10.25 10면)
당시 노동자들은 이 기기(열차접근경보 단말기)를 소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책위는 “열차가 운행 중인 철길 위에서 진행되는 ‘상례작업’을 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이 이번에도 지켜지지 않았다”며 “곡선 구간에 열차 감시자가 한 명만 더 있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안전 인력 충원 등 법·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14억 들인 열차 접근 경보기, 밀양역 노동자들에겐 없었다>
(국제신문 10.25 8면)
두 기사 모두 철도노조의 기자회견 내용 중 안전 인력 충원과 상례 작업 최소화를 요구하는 노조의 발언을 지면에 실었습니다. 국제신문은 10월 28일 사설을 통해 다시 한번 이번 사건을 반면교사 삼아 안전 대책을 마련할 것을 강조했는데요.
밀양역 사고 이후 채 한 달이 지나지도 않은 지난 15일. 전국철도노조 부산지방본부(이하 철도노조)는 “철도 안전과 공공성 강화를 위해 오는 20일 총파업에 앞서 15일부터 ‘준법투쟁’에 돌입한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밀양역 사고 이후 기사와 사설을 통해 ‘안전’을 강조한 지역신문.
하지만 준법투쟁 앞에서는 다시 ‘불편’을 내세웠습니다.
부산일보 <철도노조 ‘준법투쟁’ 벌인 주말 열차 잇단 지연에 승객 ‘발 동동’>(11.18) 기사에는 그간 인력이 부족해 안전규정을 지킬 수 없었다는 노조 관계자의 인터뷰와 이번 준법투쟁으로 승객 불편이 예상된다는 국토부 관계자의 인터뷰가 실렸습니다. 하지만 기사 제목의 ‘발 동동’이 담고 있는 내용은 국토부 관계자의 인터뷰 내용인 승객 불편이었습니다.
같은 날 국제신문의 <철도노조 무기한 총파업 예고···논술 앞둔 수험생 발 동동>(11.18) 기사에서도 ‘발 동동’이라는 표현이 사용된 것을 볼 수 있는데요. 부산일보가 노조와 국토부 양측의 입장을 실은 데 반해, 국제신문 기사에는 “특히 주말에 대학 입시 수시 면접 등 중요한 일정이 있는 고객은 사전에 철도고객센터를 통해 운행 상황을 확인해달라”고 말한 코레일 관계자의 인터뷰만 실렸습니다. 코레일 관계자의 발언은 ‘이번 주말 주요 대학 14곳 시험 예정’, ‘서울 이동 학생들 수송 차질 전망’이라는 기사의 소제목과도 연결되는 지점이 있어 보입니다.
그렇담, 철도노조 파업 첫날 보도는 어땠을까요?
부산일보는 20일 <철도노조, 3년 만에 무기한 총파업>(11.20 11면)이라는 기사를 냈는데요. 해당 기사는 자세하진 않지만 충실하게 노조의 요구사항을 언급하고 “안전 인력 충원을 위해 파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 국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전향적인 대책을 제시해주기 바란다”는 철도노조 관계자의 발언을 실었습니다.
반면 국제신문 <철도노조 20일부터 파업…동해선 운행 차질>(11.20 9면) 기사는 불편과 파업 계획에 치중돼 있었는데요. “철도노조는 이미 지난달 11~14일 ‘경고성 한시 파업’을 벌였으며”라는 문장을 통해 지난달에도 파업이 있었음을 언급했고 다음 단락에선 “철도노조 부산본부는 오는 25일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열리는 벡스코 맞은편 신세계센텀시티점 인근에서 집회를 연다”라는 집회 계획을 알렸습니다. 기사의 마지막 단락엔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부산시 대책이 언급됐습니다. 직접적으로 노조의 파업을 비판하진 않았지만, ‘지난달에도 파업했다’, ‘한·아세안 정상회담이 열리는 벡스코 앞에서 집회한다’ 등의 정보만을 나열한 한쪽으로 치우친 기사처럼 보입니다.
철도 노조 파업 첫날 이후인 21일, 두 신문사가 강조한 것은 ‘시민 불편’ 이었습니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이 20일 오전 9시를 기해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다. KTX 등 일부 열차의 운행이 중지되고 한국철도(코레일)가 운행하는 광역전철인 동해선의 배차 간격이 평소보다 길어져 시민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이번 주말 서울 등 타지역에서 논술시험이나 면접고사를 봐야 하는 수험생들의 불편이 가장 우려된다.
<부산발 KTX 운행 71% 그쳐···서울행 수험생 수송 비상>
(국제신문 11.21)
철도노조의 파업 이유는 ‘△4조 2교대 근무를 위한 안전 인력 충원 및 총인건비 정상화 △생명안전업무 정규직화와 자회사 처우 개선’과 같이 설명 없이는 알 수 없는 내용을 나열만한 반면, 시민의 불편은 인터뷰를 통해 알렸습니다. 4조 2교대와 3조 2교대의 차이는 무엇이며 노조가 4조 2교대를 요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기사를 통해 알 수 없었습니다.
부산일보의 21일 2면 <KTX 29편 운행 중지, 시민들 발 동동> 기사도 국제신문(21일) 기사 흐름과 매우 유사했는데요. 국제신문 기사가 첫 단락에서 시민불편을 언급한 것과 마찬가지로, 첫 단락에선 시민 불편을 언급했습니다. 이후 철도노조의 요구사항이 나열됐습니다. 또 마지막 단락에 “정부도 안전과 관련해 2년간 3000여 명을 증원했다. 꼭 필요하다면 승인해 줄 수 있는데 근거 없이 어떻게 승인해주나”라는 국토교통부 김경욱 2차관의 일방적 발언만을 실어 노조의 요구가 불필요하다는 뉘앙스를 풍겼습니다.
부산일보는 같은 날 8면에 철도노조 파업 관련 기사를 한 건 더 실었는데요. <철도노조 파업 첫날 “KTX표 취소될까 봐 SRT 예매했어요”>라는 기사입니다. 해당 기사 역시 불편을 말하는 시민들의 인터뷰를 나열하고 마지막 문단에서 한국철도공사 손병석 사장의 사과문을 언급했습니다.
파업 첫날 두 신문사 모두 ‘불편’에 초점을 맞춰 시민인터뷰를 나열하고 사측의 입장을 강조해 보도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신문지면에서 눈에 띄는 철도노조 파업 기사는 없다가, 불편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주말이 지나고 난 월요일(25일)에 역시나 불편을 강조한 기사들이 실렸습니다.
전국철도노조 파업 닷새째인 24일 부산역 철도 운행률이 74.9%까지 떨어지면서 승객의 불편이 가중됐다.
<철도파업 첫 주말…운행률 79% 그쳐>
(국제신문 11.25 10면)
철도노조가 지난 20일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파업 뒤 첫 주말을 보내는 시민들의 불편이 이어졌다. 특히 타지역으로 대입 시험을 보러 가는 수험생과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행사로 부산을 찾는 이들의 불편이 컸다.
<예고된 파업에 예고된 불편…한산한 역 보며 속 타는 고객>
(부산일보 11.25 11면)
다음은 방송뉴스입니다.
[표1] 11.19-11.25 철도 노조파업을 다룬 방송뉴스 보도 목록
| 날짜 | 매체 | 제목 | 인터뷰이 |
| 11.19 | KBS부산 | [단신]
부산지역 시민단체 “철도노조 파업지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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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MBC | [R] 철도노조, 내일부터 무기한 총파업 | -강성규/전국철도노조부산본부장
-코레일 관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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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20 | KBS부산 | [R] 철도노조 파업에 일부 운행 차질··비상 수송 | -강성규/전국철도노조부산본부장 |
| 부산MBC | [단신] 부산역도 철도노조 파업 여파 열차운행 감축 | ||
| KNN | [R] 철도파업, 수험생·정상회담 긴장 | -황태완/열차이용객
-전근옥/열차이용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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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22 | 부산MBC | [R]
철도파업 사흘째··주말KTX운행률 66% |
-손기순/경기도 하남(시민)
-원종철/부산역 역장 -이명위/전국철도노동조합부산지부 |
| KNN | [R] 철도 파업 사흘째, 정상회의·입시생 긴장 | -김선관/경기도 하남(시민)
-김윤수/입시전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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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23 | 부산MBC | [단신]철도노조 파업 나흘째, 경부선 KTX 운행률 67% | |
| KBS부산 | [단신] 철도노조 파업 나흘째…열차 운행률 더 떨어져 | ||
| 11.25 | KNN | [단신] 철도노조 파업 철회···노사 본교섭 타결 |
신문과 마찬가지로 파업 이유보다는 열차운행률과 시민불편에 초점을 맞춘 보도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모니터기간 동안 파업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담은 보도는 KBS부산 <[단신] 부산지역 시민단체 “철도노조 파업지지”>가 유일했습니다.
이외에도 KBS부산의 11월 20일 철도노조 파업 보도 <[R] 철도노조 파업에 일부 운행 차질…비상 수송>(11.20) 를 보면 헤드라인은 파업으로 인한 ‘차질’을 언급했으나 기자의 리포팅 내용은 이와 달랐습니다. 최위지 기자는 “하지만 평일이어서 승객들이 열차표를 구하지 못하는 등의 큰 혼란은 빚어지지 않았습니다. 코레일이 운영하는 동해선의 운행률도 평소의 87.5%에 그쳤지만, 출퇴근 시간 열차는 정상 운행했습니다.”라고 리포팅했습니다. 파업이슈를 ‘불편’프레임으로 다루긴 했으나, 시민인터뷰를 통해 ‘불편’만 강조한 여타 지역 언론 보도와는 차이 지점이 있었습니다.
[부산MBC와 KNN, ‘불편’에 초점 맞춘 인터뷰]
부산MBC <철도파업 사흘째··주말KTX운행률 66%>(11.22)의 경우 철도노조 인터뷰 하나, 부산역 관계가 인터뷰 하나씩을 실었습니다. 형식적으로는 양측의 입장을 공평하게 듣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기사로 보이지만, 인터뷰 내용을 보면 노조는 불편을 초래한 원인으로 부산역 관계자는 노조가 초래한 불편을 수습하는 쪽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반면 KBS부산은 <[R] 철도노조 파업에 일부 운행 차질··비상 수송>에서 강성규 전국철도노조 부산본부장의 인터뷰 하나만을 언급했습니다. 파업 계획이나 파업으로 인한 불편 초래에 대한 ‘사과’ 발언이 아니라 ‘왜 파업을 하는지’를 언급하는 순간을 선택해 보도했습니다.
왜 파업을 하는지에 주목하고 ‘불편’에 대한 언급을 최소화하는 것.
혹은 파업의 이유와 파업으로 인한 주변피해, 대책마련 등을 분리해서 보도하는 것.
당연한 보도행태처럼 보이지만, 이번 철도노조 파업 보도는 이를 분리하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노조는 불편을 초래한 쪽으로, 코레일은 노조가 끼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쪽으로 비춰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