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언론톺아보기_ ‘오거돈 성폭력 사건’] 사퇴 기자회견 이후 경찰 출석까지, 언론은 무얼 좇았고 무얼 놓쳤나

[지역언론톺아보기_’오거돈 성폭력 사건’]

사퇴 기자회견 이후 경찰 출석까지

언론은 무얼 좇았고 무얼 놓쳤나

지난 5월 22일 오거돈 전 시장이 성추행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비공개 출석했다. 사퇴 기자회견 이후 29일만이었다. 약 한 달여의 시간동안 언론은 2,268건(4월22일부터 5월23일까지 ‘오거돈’ 키워드로 빅카인즈 검색한 결과)의 기사를 쏟아내며 해당 사건을 집중 조명했다.

 

‘오거돈 성폭력 사건’이 언론의 관심 속에서 대대적으로 보도된 데는 무엇보다 피의자가 현직 부산시장이라는 점이 작용했다. 성범죄 사건 보도가 주로 검경의 수사과정을 중계하는 방향으로 이뤄졌다면, ‘오거돈 성폭력 사건’은 피의자가 정치인이기에 정치면과 사회면에 걸쳐 보도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로 인해 ‘오거돈 성폭력 사건’에서 성폭력은 기사 내용의 하위요소로 밀려났고 언론은 당청의 사퇴 시기 개입 여부, 시정 공백으로 인한 주요 사업 차질 현황, 시장 보궐 선거 등을 주요 면에 배치하였다.

 

4월 27일 부산경찰청은 ‘오거돈 성폭력 사건’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29일부터 오 전 시장을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한 시민단체 활빈단 대표를 시작으로 시장 비서실 직원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시작했다. 경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5월 1일부터는 피해자 또한 수사에 협조할 것을 주문하는 기사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해당 기사들은 부산경찰청이 피해자 진술을 확보하지 못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성추행 혐의는 고소가 꼭 필요한 ‘친고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피해자의 고소 없이도 수사가 가능하다. 그럼에도 언론은 ‘고소 왜 미루나’, ‘피해자 진술 확보 못해 수사 난항’ 등의 표현으로 수사가 지지부진한 데에 대한 책임을 결과적으로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보도를 한 셈이다.

 

국제신문은 <피해자 진술 없으면 기소도 난망…벽에 부딪힌 오거돈 수사>(5/1, 6면)에서 피해자의 진술이 없어 수사가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기소 가능성도 낮아질 수 있다 등의 문장을 여러 차례 등장시키며, 피해자가 진술에 나설 것을 압박했다.

 

부산일보 <입 닫은 성폭력상담소, ‘실체적 진실 규명’ 의지 없나>(5/1, 2면)는 현직 시장을 상대로 공증까지 받아내며 가해자의 시장직 사퇴까지 이끌어낸 피해자 측을 ‘실체적 진실 규명’과 대립하는 관계로 드러내며, 되려 피해자 측이 ‘실체적 진실 규명’의 장애물인 것처럼 보도했다. 특히 기사는 “‘총선 뒤 시장 사퇴’라는 사적이고 정치적 처리에만 앞장서고, 성추행과 권력형 비리 근절을 위해 필요한 국가 사법기관의 수사에는 협조하지 않는다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는 서술을 통해 피해자의 용기 있는 행동을 사적, 정치적 처리라 폄훼했다. 또한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는 서술은 주어가 없이 등장해 누구로부터의 비난인지도 알 수 없었다. 이는 언론이 성폭력 사건 보도에서 주의해야 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한 모양새였다.

 

보도에는 피해자 측에 대한 압박도 있었다. <전여옥 “오거돈보다 더 이상한 쪽은 부산성폭력상담소다”>(부산닷컴, 4/27), <문 대통령과 특수관계 법무법인의 공증이 “순전히 우연”이라니>(부산일보, 4/28, 4면), <공증은 총선 전 발표 막기 위한 피해자 약속용?>(부산일보, 4/28, 2면) 등의 기사에서 ‘의혹이 제기된다’, ‘말이 여러 곳에서 나온다’와 같은 추측성 서술을 통해 부산성폭력상담소의 진정성을 문제 삼았다. 언론은 ‘부디 이 문제가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피해자의 당부를 존중하지 않고 피해자를 대신한 부산성폭력상담소에 대한 위협을 멈추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부산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부산상담소 앞에 진을 치고 있는 기자들 탓에 성폭력 상담소 직원이 출근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또 기자가 시 관계자에게 피해자 신원 파악을 요청한 사례도 있었다.

 

이번 사건은 피해자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공론화된 고위공직자의 성폭력 사건임에도 가해자가 현직 부산 시장인 탓에 부산의 수치로만 프레이밍 되는 한계도 있었다. 국제신문은 칼럼 <‘민주화성지’는 그냥 얻은 이름 아니다>(5/11, 23면)에서 성폭력 범죄 공론화를 민주화 과정 중 하나로 인식하지 못하고 부끄러운 일쯤으로 여기는 구태를 보여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동남권신공항 추진과 같은 경제성장을 제시했다. 부산일보 역시 사설 <‘성추행’ 오거돈 시장, 부산은 부끄럽고도 부끄럽다>(4/24, 23면)에서 피해자의 용기는 지우고 부산 시장의 성폭력 사실에만 집중했다. 해당 사설도 결국은 해결책으로 시정의 차질 없는 운영을 꼽았다.

 

그런 가운데 ‘오거돈 성폭력 사건’의 본질과 관련한 대책 마련이나 부산시의 대응에 대한 보도는 미미했다. 그간 잘못된 성관념을 가진 고위공직자의 잘못된 행태가 왜 드러나지 못했는지, 어떤 조직문화와 관행이 있었는지에 대한 심층 취재는 이뤄지지 않았다. 부산시 대책 발표를 무비판적으로 전달하는 데 그쳤다. 부산시 대책에 대해 부산여성단체연합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는 수준이라고 비판했지만 여기에 주목한 추가 보도는 보이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있어서는 안 될 불행한 일이었으나 피해자의 용기로 성추행범 오거돈의 민낯을 드러냈고 무엇보다 부산은 성평등 가치 실현에 한 발짝 더 다가갈 길이 생겼다. 언론은 피해자가 마련해 준 소중한 기회를 허비해서는 안 된다. 지금부터라도 성평등 가치 실현이라는 구호가 공허한 외침으로 그치지 않을 수 있도록 언론의 비판과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기를 기대한다.

[지역언론톺아보기] 오거돈성폭력사건 보도 총평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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