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언론 훑어보기]‘노후 신도시 정비 선도지구’ 부산 선정될 지에만 매몰된 언론

지난 22일, 정부가 노후계획도시 정비 선도지구 선정계획을 발표했다. 전국의 노후 신도시 정비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사업으로, 이날 가장 먼저 사업을 진행할 지역이 알려졌다. 분당, 일산 등 수도권 1기 신도시만 선도지구로 선정된 것인데, 지역은 전부 배제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선도지구로 선정되면 가장 먼저 사업을 추진하는 만큼 사업 추진 속도도 빠르고 지원이 집중된다. 국토교통부는 추후 설명을 통해 지역도 요건만 충족된다면 추가로 포함될 수 있다고 했지만, 지역언론은 이런 해명에 대해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KNN “사실상 부산 포함 힘들어” vs 국제 “가능성 있어”

먼저, KNN은 정부가 수도권에 있는 1기 신도시만 선도지구로 포함한 것에 대해 비판했다. <노후신도시 정비 ‘해운대 제외’, 부산시 당혹>(5/22)을 보면 이번 발표에서 지역은 완전히 배제됐다며, 지역 부동산 시장에 여파가 미칠 전망이라고 전했다. 지난 23일 진행된 주민설명회에서 부산이 추가 지정될 수 있다는 정부의 설명에 대해서는 “사실상 힘들 전망”이라고 봤다. 국토부는 기본계획 용역만 마치면 추가로 부산을 선도지구로 지정할 수 있다고 했지만, 선도지구 최종 선정일인 올해 11월까지 용역을 끝낼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반면, 국제신문은 KNN과 달리 충분히 부산도 포함될 수 있다는 점에 방점을 찍었다. 22일 정부 발표를 담은 <부산 노후계획도시 선도지구, 최대 관건은 주민 동의율>(2, 5/23)에서 부산의 노후계획도시가 선도지구로 선정되려면 주민 동의율이 관건이라고 짚었다. 같은 정부 발표에 대해 ‘지역 배제’라고 비판한 KNN과는 달리 ‘배제’ 자체를 언급하지 않았다. 선도지구는 1기 신도시에서 선정하겠다는 정부 발표는 다루지 않은 채 같은 날 발표된 정부의 평가 기준에 대해 자세히 짚을 뿐이었다. 23일 열린 주민설명회 기사 <그린시티(해운대구 좌동) ‘노후계획도시 선도지구될 수 있다>(1, 5/24)에서도 지역도 선도지구로 선정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국토부의 입장에 중점을 뒀다. 선도지구 지정에서 지역은 배제된다는 것에 대해선 일각의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좌 : KNN 5월 23일 보도 우 : 국제신문 5월 24일 1면 보도

다른 언론도 부산도 선도지구 지정이 가능하다는 국토부의 입장에 주목했다. 부산MBC는 앞선 22일 정부 발표에 대해 보도하지 않고 23일 주민설명회 내용을 단신으로 전했다. <국토부 “노후계획도시, 선도지구 부산도 가능”>(5/23)이라는 제목으로 국토부 입장에 중점을 뒀다. 부산일보는 정부 발표 직후 나온 기사에서 “수도권만 우선시하는 국토부의 본색이 드러난 셈”이라며 강하게 비판했지만, 주민설명회 이후 기사 <“‘선도지구’ 빠진 해운대도 지정 가능”>(5면, 5/24)에선 부산도 추가 지정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부산일보 5월 23일 보도와 24일 보도 비교

KNN은 주민설명회 이후 자체 취재를 통해 국토부의 발언을 검증한 반면, 다른 언론은 국토부 발언을 그대로 전한 셈이다. 올해 11월에 선도지구 지정이 마감되는 것을 고려한다면, 부산도 용역만 끝나면 추가 지정될 수 있다는 국토부의 발언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당초 부산시가 예상한 용역 마감 시한은 2026년이었기 때문이다. 단축한다고 해도 올해 안에 마감되기엔 현실적으로 무리다. 이 점을 간과한 채 언론이 국토부 발언만을 인용해 부산도 가능하다고 전한 것은 문제가 있다.

한편, 부산일보는 주민설명회 내용을 담은 기사에서 특정 의원의 역할을 부각하기도 했다. 국토부가 부산도 선도지구 검토에 나설 수 있다는 발언한 배경에 “윤석열 정부 핵심 인사로 꼽히는 국민의힘 주진우(해운대갑) 당선인의 역할이 컸다”고 쓴 것이다. 부산도 선도지구로 지정될 것인지 여부를 알아보는 기사 맥락과는 다소 상관없는 내용이다.

지역언론, 부산 선도지구에 지정되는지만 관심 가져

22일 정부 발표에 부산은 배제됐다는 사실에 초점을 둔 지역언론과 달리, 전국언론은 정책의 부실한 점에 주목했다. 경향신문은 ‘조합원 갈등으로 사업의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이며 이주 대책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는 지적과 함께 사업성이 낮아 추진이 힘들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한겨레도 “수도권에서만 2만 가구 이상의 대규모 이주가 발생하는 터라 전세 시장 불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역시 “대규모 이주 수요로 인한 전ㆍ월세 시장 충격을 흡수하는 대책이 부실하다”며 “올해 초 내세운 ‘2027년 착공’이라는 목표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지는 사업 일정을 추진”한다고 비판했다.

당초부터 노후계획도시 정비 사업은 여러 문제가 지적됐다. 경향신문의 <전국 100만여 가구에 ‘특혜’…노후계획도시특별법 선거용 논란>(23/12/12)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공약 ‘1기 신도시 특별법’에서 시작된 이 사업은 수도권 중심이라는 문제가 지적되자 ‘노후계획도시’라는 이름으로 바꿔 전국으로 대상지를 확대해 추진했다. 총선을 앞두고 급조한 정책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체적인 내용에서도 문제가 드러나는데, 대상 지역에 한해 기존 재건축 연한 30년에서 20년으로 단축시켜주는 것부터 최대 500% 용적률 상향, 안전진단 완화 및 면제까지 각종 특혜로 점철됐다. 부동산과 건설업계는 사업의 속도가 빨라지고 개발이익이 늘어나 좋겠지만, 그만큼 난개발 우려도 커진다.

선도지구에 부산이 지정되는지 여부에 관심을 두기에 앞서 언론은 해당 정책의 실효성을 검증하는 게 필요하다. 지역언론은 이 과정을 생략하고 부산이 포함되는가에만 관심을 둘 뿐이었다. 단순히 지역 발전이라는 목표 아래 정부 사업에 채택되는 것에만 관심을 두는 모습이라 아쉽다.

KBS부산, 유일하게 노후계획도시 실효성 지적해

대부분 지역언론이 부산 선도지구 지정 가능성을 점치는 가운데, KBS부산만 노후계획도시 사업의 현실성 문제를 짚었다. <노후계획도시 정비 실속있나?’>(5/23)에서 “용적률 상향에 따른 공공기여분 증가와 초과 이익환수 등을 고려한다면 주민들에게 큰 이익이 없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공사비 폭등으로 인해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졌다며 “정비사업의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재건축 연한 단축, 용적률 상향, 안전진단 규제 완화 등 특혜에 대한 지적은 없었다.

KBS부산 5월 23일 보도 갈무리

무엇이 진정 지역 위한 것인지 고민 필요해

국토부의 발언을 신뢰한 채 추가 검증에 나서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사업의 실효성 자체를 짚지 않은 것은 더 큰 문제다. 실속 있는 정책이 도입됐을 때 부산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선도지구 지정에 부산이 배제됐다는 점을 지적하기 앞서, 정부 정책이 과연 부산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검증하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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