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언론 훑어보기] 언론이 소홀히 다루고 넘어간 ‘백양터널 유료화 논란’

지난 9일 부산시가 백양터널 유료화를 고수하겠다는 계획을 부산시의회에 제출했다. 내년 1월 터널의 관리권은 민간에서 부산시로 이양되는데, 시는 무료화 대신 유료화를 결정한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사회가 “전례가 없던 일”이라며 반발하는 가운데, 지역언론은 해당 소식을 짧게 전하는 등 관심을 두지 않았다. 유일하게 국제신문만 이 논란을 전면적으로 다뤘다.

백양터널 유료화 유지 결정, 좋지 않은 선례로 남을 수 있어

백양터널은 사상구 모라동과 부산진구 당감동을 잇는 터널로, 지난 2000년 민간자본을 받아 지어졌다. 그동안 민간이 운영하면서 통행료가 징수됐는데, 내년에 민간에서 부산시로 관리권이 이양되면 요금 정책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앞서 동서고가도로와 만덕2터널, 황령터널 등이 민간 운영 종료 후 무료화로 전환됐기에 백양터널도 이를 따라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부산시는 기존 요금보다 적은 요금을 받을 것이라며 사실상 유료화 방침을 고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유는 통행료가 사라지면 터널로 차량이 몰려 교통 혼잡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또한 새로 민자사업으로 추진할 신백양터널과의 요금 체계 혼란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시민의 삶과 직결된 일인데도, 지역언론은 무관심

부산시의 백양터널 유료화 유지 결정은 이례적인 일이면서 향후 민간에서 공공으로 전환되는 사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그러나 국제신문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언론은 소홀하게 다뤘다. 부산시가 유료화 계획을 발표한 지난 9일부터 16일까지 부산일보, KBS부산, 부산MBC, KNN 보도를 살펴보면, 해당 언론 모두 한 건씩 짧은 분량으로 보도했다.

부산일보는 지난 12일 1면에서 해당 소식을 다뤘다. 유료화 유지에 비판적인 입장에 주목하지 않고 ‘백양터널 통행료, 내년부터 내린다’는 제목을 달아 오히려 요금이 인하된다는 점에 방점을 찍었다. 보도는 주로 부산시의 입장을 짧게 전했다.

KNN 역시 비슷한 논조로 보도를 내보냈다. 12일 기사에 ‘내년부터 백양터널 통행료 인하’라는 제목을 실어 요금 인하에 초점을 뒀다. 기사 분량은 짧았고 내용은 무료화하면 교통량이 증가할 것이라는 부산시의 입장으로 채워졌다.

KBS부산은 11일 보도에서 ‘백양터널 통행료 징수 연장…내년부터 소형차 5백 원’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내용은 부산일보와 KNN과 비슷했지만, ‘징수 연장’이라는 중립적인 표현을 썼다는 차이가 있었다.

부산MBC는 <백양터널 유료 연장 승인… “무효화 조례에 반해”>(뉴스투데이, 6/11)에서 ‘작년에 시의회가 공공이 유료 민자도로 관리권을 넘겨 받을 때 통행료를 징수하지 않도록 한 조례를 개정하고도 유료 연장을 승인했다’며 비판한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실었다. 제목 역시 비판적인 내용으로 달아 다른 보도들과 차이를 보였다. 부산MBC 유튜브 콘텐츠 ‘맞다이가’에서도 해당 소식을 다뤘는데, 시민들의 비판적인 목소리를 담아냈다. 그러나 정작 메인뉴스에서는 관련 보도가 없어 아쉬웠다.

국제신문만 적극적인 비판 나서

지역언론 가운데 유일하게 국제신문만 관련 소식에 주목했다. 10일과 11일 이틀간 1면과 3면 등 주요면에 해당 기사를 배치했고, 사설도 이틀 연속으로 나왔다.

국제신문은 <백양터널, 민간운영 끝나도 500원 걷겠다?>(1면, 6/10)에서 “부산의 전국 최다 유료도로 현실을 비판해온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며 부산시의 결정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의 이번 백양터널 통행료 유료화 방침이 향후 민간사업자로부터 이관될 유료도로의 통행요금 책정 때 선례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도 덧붙였다.

<무료화 조례 만든 시의회 ‘백양터널 유료 연장’ 승인>(1면, 6/11)에서는 부산시의회 상임위원회가 부산시의 계획안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 “시는 물론 시의회도 ‘유료도로의 관리·운영권을 시가 이관 받을 때 통행료를 징수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난해 개정한 관련 조례의 취지를 스스로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다. 이번 부산시와 부산시의회의 결정이 자신들이 과거에 했던 일과는 배치되는 점이라는 것을 짚었다.

사설로는 부산시의 유료화 결정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부산시, 백양터널 통행료 징수 연장 시민 뜻 더 수렴을>(6/11)에서 “부산시가 백양터널 요금 유지 명분으로 내세우는 신백양터널 부분은 특히 공감하기 어렵다”며 과거에도 비슷한 지점에 터널을 뚫는 공사를 진행했지만, “새 터널의 교통량 확보를 위해 옛 터널의 유료화를 지속한 적은 없다”고 지적했다. <백양터널 통행료 징수 연장 과정서 빠진 부산시민>(6/12)에서는 “기존 터널에 투입한 940억 원 규모의 재정지원금을 회수해야 하고 시설 보수나 개선 등에 재원이 필요하다는 논리는 더 납득하기 힘들다”며 “ 공공 운영 터널의 요금 부과는 이중과세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부산시 여론조사에서 86.4% 시민이 무료화에 찬성한 점을 언급하며 부산 시민의 여론을 더 수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유료화 유지하기로, 언론의 견제 있었더라면

부산시의회는 18일 본회의에서 백양터널 유료화 계획을 가결했다. 부산시가 해당 계획을 시의회에 제출한지 9일 만에 일이다. 시의회에서 이 계획안이 논의되는 동안 언론의 견제는 소홀했다. 국제신문만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뤘을 뿐, 다른 언론은 주목하지 않거나 외려 요금이 인하된다고 해 사안을 호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백양터널 유료화 조치를 비롯해 신백양터널 사업에 어떤 문제점은 없는지 살펴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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