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9일 21대 국회의 임기가 종료됐다. 21대 국회 마감을 앞두고 지역언론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특별법(고준위법), 산업은행 부산이전법, 부산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 등을 민생법안이라고 지칭하며 처리 필요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 중에서 고준위법은 지역사회의 반발이 크며 시민 안전과 연관돼 있어 숙의가 필요한 법안이다. 국회 마감일에 맞춰 쫓기듯 처리해선 안 되는 문제인 것이다. 고준위법 처리를 요구한 지역언론, 어떤 문제가 있는지 살펴봤다.
지역사회 우려 제기되는 ‘고준위법’
고준위법은 원전 가동할 때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를 저장ㆍ처분하는 시설을 짓기 위한 법안이다. 여기에는 영구저장시설이 건립되기 전까지 원전 부지 내에 임시저장시설을 설치ㆍ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지역사회는 해당 조항이 임시저장시설을 사실상 영구시설로 전락시킬 수 있다며 반발한다.1) 영구저장시설 건립 시점이 명확하지 않아 임시저장시설 운영 기한이 무한정 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 저장시설이 멀지 않아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를 손 놓고만 있을 순 없는 상황이다.2) 그러나 졸속으로 처리해선 더욱 안 되는 문제다. 만약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대로 통과되면, 부산은 원전에 이어 방폐장까지 떠안게 될 수 있다. 신중히 접근해야 하는 사안이다.
고준위법이 당장 처리해야 할 법안?
부산일보는 <여야 협치 올스톱… 고준위법 등 민생 법안 폐기 수순>(4면, 5/23)에서 고준위법을 비롯한 민생법안이 여야 정쟁으로 폐기 위기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막판까지 여야 간 이견이 가장 없던 법안이 고준위법이었지만, 야당의 특검법 단독 처리와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여야 대치가 극렬해지자 폐기될 우려에 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임시저장시설이 포화된 상태를 언급하며 당장 법안 처리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산은법ㆍ글로벌법 ‘줄폐기’ … 대치만 하다 결국 빈손 21대 국회>(4면, 5/29)에서는 “저장시설 건설이 미뤄지면 사용후핵연료를 둘 곳이 없어 원전을 멈춰야 할 수 있다”며 처리 시급성을 부각했다.
기사에 드러난 여야 싸움에 희생된 고준위법이라는 프레임은 현재 상정된 고준위법의 문제를 가릴 수 있어 우려된다. 사실은 논란이 있는 법안인데도 무조건 통과돼야 할 법안인 것처럼 비치기 때문이다.
국제신문도 고준위법 등 민생법안이 폐기 수순을 밞게 됐다고 지적했다. 5월 27일 <고준위·산은·글로벌허브법 다시 가시밭길>(3면)에서 고준위법은 여야 모두 처리하자는 공감대를 이뤘지만 특검법과 거부권 국면으로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28일 오전 상임위를 열어 의결하고 오후 바로 본회의에 상정, 처리할 수 있다는 ‘실날같은 희망’도 있으나 현재로선 폐기 가능성이 크다”고 알렸다. 부산일보와 마찬가지로 고준위법이 마치 당장 처리가 필요한 법안인 것처럼 보도했다.
KBS부산은 22대 국회에서 해결해야 할 지역 현안 가운데 고준위법을 언급했다. <22대 국회로 넘어온 지역 현안 ‘가시밭길’>(5/30)에서 “고리원전 내에 임시저장할 사용후핵연료를 영구 처분하는 데 필요한 특별법 제정도 더는 미룰 수 없”지만 여야 대치로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고 전했다. 앞선 신문들의 보도와 비슷하지는 않지만, 고준위법이 안고 있는 쟁점이나 문제점들에 대한 설명 없이 단순히 법안 제정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원론적인 목소리에 그쳤다.
지역사회 요구 충실히 전달한 부산MBC
반면 부산MBC는 지역사회 목소리를 담아내 차이를 보였다. <임기 말 ′고준위특별법′ 처리?..지역사회 우려>(5/20)에서 고준위법이 영구방폐장으로 언제 폐기물을 옮길지 시기를 특정하지 않아 영구 방폐장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다시 22대 국회에서 논의하자는 시민사회의 입장을 전했다. 이와 함께 <고준위특별법안 결국 폐기..”핵심은 주민수용성”>(5/28)에서는 법안에 주민 동의를 조건으로 하는 조항을 넣어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요구를 전하기도 했다. 지금 논의되는 고준위법에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지역의 입장에서 풀어낸 보도였다.
한편, KNN은 모니터링 기간 관련 보도가 없었다.
언론의 속도전, 자칫 졸속 처리로 이어질 수도
지역언론이 나서서 고준위법이 당장 처리해야 할 법안이라고 하거나 속도전을 요구하는 것은 우려된다. 이런 보도로 법안의 문제가 지워지는 것도 있지만, 자칫 졸속 처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신문은 사설 <‘고리1호’ 해체 시작으로 더 시급해진 핵폐기물 대책>(5/9)을 통해 임시저장시설이 영구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주민 설득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처럼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기보다는 안전한 핵폐기물 처리를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한지 성숙한 공론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참고 자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