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지역이슈](5/29~6/4)
또래 여성 살해 사건 … 선정적 보도에 편승한 지역언론
지난달 26일 부산에서 또래 여성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역 언론은 경찰의 수사 발표를 인용해 사건 정황과 계획범행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피의자의 발언을 그대로 전달하거나 범행 당시 피의자가 여행 가방을 끌고 가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입수해 그의 엽기적인 행각을 부각했다. 사건의 자극적인 면을 강조하는 기사가 많았고, 이번 사건의 사회적 함의를 짚어보고 이를 통해 범죄를 예방할 수 있도록 주의를 환기하는 보도는 없었다.
[관련보도 목록](*기사제목을 클릭하면 해당 보도를 볼 수 있습니다.)
<피해자 집 왜 갔나? 캐리어 언제 챙겼나? 계획살인 쟁점들>(국제신문, 5/30, 6면)
<부산서 또래 여성 살해 20대, 신분 속인 채 피해자에 접근>(부산일보, 5/31, 10면)
<‘또래 여성 살해’ 학부모인 척 접근>(KNN, 5/30)
<“왜 죽였나?” 묵묵부답..’신상공개’ 검토>(부산MBC, 5/30)
<“사람 죽여보고 싶어서…” 드디어 입 연 또래 살해범 정유정>(국제신문, 6/2, 8면)
<20대 또래 살해범 “살인 충동 느꼈다’>(부산일보, 6/2, 1면)
<범죄 콘텐츠 찾아보며 ‘완벽 살인’ 꿈꿔>(부산일보, 6/2, 10면)
<CCTV 속 ‘태연한’ 정유정 모습에 충격>(KBS부산, 6/2)
사건 초기, 지역 언론은 경찰의 수사 발표를 바탕으로 사건을 보도했다. 지역 신문은 피의자가 우발적 범죄라고 주장한 것과 달리 계획범행 정황이 뚜렷한 점에 주목했다. 피의자가 여행용 가방을 준비했고[<피해자 집 왜 갔나? 캐리어 언제 챙겼나? 계획살인 쟁점들>(국제신문, 5/30, 6면)], 사전에 온라인 앱을 통해 피해자에 접근한 사실[<부산서 또래 여성 살해 20대, 신분 속인 채 피해자에 접근>(부산일보, 5/31, 10면)]에서 계획범죄가 명확하다고 판단했다. 지역 방송 역시 온라인 앱을 통해 피해자에게 접근한 정황에 주목했고[<‘또래 여성 살해’ 학부모인 척 접근>(KNN, 5/30)], 신상공개를 검토하고 있다는 경찰의 향후 수사 방향에 대해서 언급했다[<“왜 죽였나?” 묵묵부답..’신상공개’ 검토>(부산MBC, 5/30)].
경찰이 피의자 신상정보를 공개하고 피의자가 살해 동기를 자백한 뒤부터는 자극적인 보도가 잇따랐다. 특히 피의자가 살해 동기를 밝히면서 발언한 내용을 여과 없이 제목에 달았다[<“사람 죽여보고 싶어서…” 드디어 입 연 또래 살해범 정유정>(국제신문, 6/2, 8면), <20대 또래 살해범 “살인 충동 느꼈다’>(부산일보, 6/2, 1면)]. 일부 보도는 피의자에 대한 일종의 서사화를 시도하기도 했는데, ‘완벽한 살인을 꿈꿨다’는 다소 선정적인 표현을 사용했다[<범죄 콘텐츠 찾아보며 ‘완벽 살인’ 꿈꿔>(부산일보, 6/2, 10면)].
KBS부산은 CCTV 영상을 공개하며 사건 당시 피의자의 엽기적인 행각을 강조하기도 했다[<CCTV 속 ‘태연한’ 정유정 모습에 충격>(6/2)]. CCTV 영상에는 살해 직후 피의자의 모습이 담겨 있는데, “발을 들썩이며 걷고 어깨까지 흔들흔들했다”는 기자의 설명이 덧붙여졌다. 그러면서 “죄의식이라든지 공포심보다는 오히려 그 반대일지 모른다는 짐작이 든다”는 추정에 불과한 전문가의 자의적인 해석이 인용됐다. 해당 CCTV 영상은 피의자의 유죄를 확정할만한 정황도, 사회적 함의를 내포한 것도 아닌 단편적인 장면이다. 다소 불필요한 정보를 선정적으로 묘사해 사건의 자극적인 모습만 부각한 보도였다.

언론의 범죄 보도는 윤리적이어야 한다. 자칫 피해자를 비롯한 유가족, 혹은 시청자에게 2차 가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가해자 개인의 문제만을 지적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 문제를 지적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 범죄를 가능케 한 구조적인 원인이 해결돼야 또 다른 범죄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기자협회 역시 언론이 범죄 보도를 할 때 자극적인 표현을 자제하고 범죄 예방과 사회정책적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권고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지역 언론은 범죄의 선정성을 부각했고, 범죄를 예방할 수 있도록 사회적 대안을 제시하는 보도는 없었다. 범죄 행각을 반복해서 보여주고 피의자 진술에서 자극적인 내용만 실어나르기보다는, 범죄가 발생하게 된 사회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는 보도를 기대한다.
[이 주의 주목(Attention!) 보도]
‘고립청년’ 문제 주목한 부산일보 ?
<비대면 문화 후유증 ‘청년 고립’ 심해졌다>(5/30, 1면)
<마음의 상처가 쌓일수록 세상과 벽을 더 쌓았다>(5/30, 2면)
<고립청년 참여 유도 쉽지 않아”… 공감·상담 필요성 절감>(5/30, 3면)
<“가정·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고립 부추겨… 팬데믹 상황도 두려움 키워”>(5/30, 3면)
<청년 유출 심각한 부산, ‘고립청년’ 충격파 더 크다>(5/31, 6면)
<겉으론 괜찮아 보이는 청년도 감당 못 할 악조건 겹치면 무력>(5/31, 6면)
부산복지개발원의 자료에 따르면, 팬데믹으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부산의 청년 고립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2022년 9월, ‘부산시 은둔형 외톨이 실태조사’). 부산일보는 기획보도 [부산 고립청년 리포트]를 통해 ‘고립청년’ 대부분이 가정폭력과 학교폭력, 직장생활의 어려움 등으로 상처를 받고 자신을 사회로부터 고립시킨 경우라고 전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은둔형 외톨이 현상이 상처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사회 문제가 됐다며 이 문제에 대한 공적지원과 개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립청년 문제의 심각성을 진단하고, 개인적 문제를 넘어 사회적 논의를 확대하여 대책을 함께 마련할 것을 주문한 좋은 기획보도다.
KBS부산, 부산 노인 택배 중간착취 의혹 제기 ?
<전국 최저 수준 수수료…노인 울리는 ‘노인 택배’>(5/29)
<위탁업체 선정부터 ‘의혹’…주소지 가봤더니>(5/29)
대표적인 노인 일자리 사업 중 하나인 노인 택배는 여러 지자체에서 시행되고 있다. 사업을 진행 중인 지자체 가운데에서 부산의 노인 택배 수수료가 유독 낮은데, KBS부산이 이 이유를 밝히는 과정에서 한 업체가 중간에서 수수료 일부를 챙기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면서 사업을 담당하는 기장시니어클럽 운영진 일부가 해당 업체의 임원진이라는 사실을 알리며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이 문제를 관리ㆍ감독하는 기장군이 부실한 감사를 했다는 의혹까지 추가로 제시했다.
부산의 노인 택배 수수료가 적은 점을 지적하는 것에서 출발해 담당 기관들의 부적절한 잘못까지 드러낸 의미 있는 보도였다.
KNN, 수리조선소 피해주민 조명 ?
<“암 환자 늘어나요” 수리조선소 마을의 호소> (5/31)
<20년 분진 피해, 석면 ‘진폐증’ 최종 판정> (6/1)
KNN은 통영 봉평동 수리조선소 인근 마을 주민들이 분진, 소음 피해를 받고 있는 사실을 보도했다. 20년 넘게 쌓인 분진 등으로 진폐증 의심 소견을 진단받은 이들만 5명이고 암 환자도 계속 증가하고 있음을 보도하고, 조선소 이전을 요구하는 마을 대책위 입장을 전했다. 이어 진폐증이 의심되던 주민 5명이 모두 석면으로 인한 진폐증 판정을 받았다고 전달했다. 현재 통영시가 이전을 두고 조선소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막대한 사업비가 드는 만큼 예산확보 등 통영시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년에 걸쳐 쌓인 주민 피해에 주목하고 행정의 적극적인 역할 강조하는 보도였다.
정부의 글로컬대학 사업 지적한 부산MBC ?
<‘혁신 통한 개혁’ 퇴색…대학 통폐합 줄세우기 경쟁?>(6/1)
최근 정부는 대학 구조개혁 방안으로 선정된 대학에 한 해 5년간 최대 1,500억 원을 지원하는 ‘글로컬대학 30’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MBC는 해당 사업을 두고 정부가 혁신을 내걸었지만 결국 ‘지방대 구조조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장관의 발언이나 배점 기준 등을 살펴봤을 때 구조조정에 높은 점수를 부여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해당 사업으로 “지역 대학들의 생존경쟁과 줄세우기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다른 언론이 주로 부산대와 부산교대 간의 통합에 주목할 때, 부산MBC는 이 사안의 배경이 되는 정부의 글로컬대학 사업을 조명해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과거 기획보도 [지역대학 ‘벚꽃엔딩’ 실체보고서]로 지역대학 이슈에 관심을 가졌던 부산MBC가 꾸준하게 이 의제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좋은 보도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