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국가유산청이 대저, 장낙대교 건설 사업을 승인했다. 두 교량이 문화재보호구역을 지나기 때문에 건설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선 국가유산청의 ‘국가지정유산 보호구역 현상변경’ 허가가 필요하다. 이번 결정에 따라 대저, 장낙대교 건설 사업은 곧바로 착수될 것으로 보인다. 수년간 논란이 이어졌던 문제가 결국 국가유산청의 허가에 따라 사업 추진으로 귀결되는 모양새다. 환경단체는 국가유산청이 “철새 서식지에 영향을 크게 끼치지 않는다”는 부산시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수용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저, 장낙대교 국가유산청 통과 문제. 지역언론은 어떻게 보도했는지 살펴봤다.
“철새 도래지 훼손 우려”
대저, 장낙대교는 강서구와 사상, 명지를 잇는 다리로 서부산권의 교통난을 해소하고자추진되는 사업이다. 그러나 두 교량 모두 낙동강 하구 문화재보호구역의 핵심지역을 관통하면서 환경 훼손 우려가 제기된다. 해당 구역은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2급 보호종인 ‘큰고니’ 등 겨울 철새가 쉬어가는 핵심 서식처다. 환경단체는 다리 건설로 철새 서식처가 파편화돼 개체 수가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교통난 해소 기대에 방점
지역언론은 대저, 장낙대교가 국가 심의를 통과한 것을 두고 환경 훼손을 우려하기보단 교통난 해소를 기대했다. 부산일보는 <서부산 교통난 ‘숨통’ 대저-장낙대교 건설 본궤도>(8면, 7/26)에서 “향후 두 대교 건설이 완성되면 만성적인 서부산권 교통난을 해소하면서 부산과 경남을 원활히 연계하는 핵심 교통망이 될 것을 기대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서부산권 기업들은 교통ㆍ물류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환경 훼손 우려에 대해선 “다만, 철새 서식지 훼손을 우려하는 환경단체 설득은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KNN도 <대저ㆍ장낙대교, 마침내 심의 통과, 건설 본격화>(7/24)에서 “서부산 교통체증을 풀 첫 단추가 꿰어질 전망”이라며 교통난 해소 기대에 방점을 찍었다. 국가유산청의 이번 결정에 대한 환경단체 우려는 전하진 않았다.
국제신문은 <대저대교·장낙대교 건설, 마침내 국가유산청 승인 났다>(1면, 7/25)에서 관련 소식을 다뤘는데, 제목에 “마침내 국가유산청 승인 났다”고 적어 사업의 기대감을 자극했다. 환경단체의 우려나 이번 건설 사업에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짚진 않았다.
반면, KBS부산은 짧게나마 환경단체의 목소리를 담았다. <대저·장낙대교 국가 심의 통과…건설 본격화>(7/24)에서 “지역 환경단체는 국가유산청의 결정에 대해 “교량이 들어서더라도 철새 서식지에 영향을 크게 끼치지 않는다”는 부산시의 주장만 수용한 거라며 반발했다”고 전했다.
한편, 부산MBC는 단신으로 대저, 장낙대교 사업이 국가유산청 심의를 통과했다는 소식만을 전했다.
부산일보 사설, “환경과 개발, 절충”?
부산일보는 유일하게 사설을 통해 목소리를 냈다. 7월 27일 사설 <대저·장낙대교 건설 본궤도, 서부산 발전 주춧돌 되길>에서 부산일보는 “철새 서식지 환경보호와 서부산권 교통난 완화라는 일방적으로 희생시킬 수 없는 두 가지의 상충을 극복하고 차선책을 찾아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고 언급했다. 부산시가 철새 서식지에 대해 대체 서식지 확보나 환경 영향 저감 방안 등 지속적인 환경보호 방안을 약속한 것을 두고 이렇게 평가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환경단체는 부산시의 대체 서식지 조성은 실효성 있는 대책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철새 서식지를 관통하는 교량은 철새 생태계를 훼손할 수 있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2020년 부산시, 환경청, 환경단체는 3자 협약을 통해 공동 조사에 나섰다. 여기서 “부산시의 계획노선은 멸종위기종 큰고니의 핵심서식지를 파편화하여 안정적 서식을 어렵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며 환경청과 환경단체는 철새 서식처인 대저생태공원 남단 습지를 우회하는 대저대교 대안 노선을 마련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부산시는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대안 노선을 거부했고, 철새 서식처를 관통하는 기존 노선으로 다시 사업 추진에 나섰다. 이번 국가유산청 심의를 통과한 계획은 기존 노선이었다. 부산일보의 사설과 기사에서는 이러한 맥락은 빠진 채 “박형준 부산시장이 직접 자연유산위원회 현장 조사 장소까지 달려가는 성의를 보였”다며 부산시의 노력만 강조됐다.
개발이 우선인 지역언론
수년간 이어졌던 대저, 장낙대교 건설 사업은 초반부터 여러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추진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서를 거짓, 부실 작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업이 한동안 중단되기도 했다. 이번 국가유산청 결정 과정에서도 여러 차례가 심의가 보류되기도 했다. 환경 훼손 우려가 불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통난 해소만큼이나 환경 보호도 중요한 가치다. 무엇보다 낙동강 하구는 문화재 보호구역이자 부산의 자산이다. 사업 추진으로 인한 기대감만 자극할 뿐 국가유산청 심의 과정과 부산시의 사업 추진 전반에 대한 검증은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