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은 총선보도모니터팀을 꾸리고 지역 일간지(국제신문, 부산일보)와 지상파(KBS부산, 부산MBC, KNN)을 모니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국언론, 종편, 통신사에서 부산지역 선거가 어떻게 다루어지는지 궁금하더라구요. 그리고 후보와 정당 유튜브에서 다루어진 이야기들이 지역언론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점검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리하여~ 전국팀.을 비교군으로 운영했는데요, 그동안 전국팀이 본 보도 중에서 “이건 정말 나빠” 라고 여러 차례 이야기 나왔던 내용을 정리해봤습니다.
투표용지 길이에 집착하며 정치혐오 부추기는 종편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서 저마다의 이해에 따라 정당을 설립하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비례투표용지도 길어졌죠. 유권자들이 낯설어 할 수 있는 만큼 언론이 의문을 해소하고 안내를 해주어야 마땅합니다. 그런데 종편에서는 투표용지 길이 자체를 유독 강조하면서 ‘혼란스럽다’고 해 오히려 정치혐오를 조장했습니다.
채널A는 3월 25일 <뉴스A>에서 앵커가 “코미디 같은 일이 여당과 제1야당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습니다.”로 시작하더니 기자 역시 비례 투표용지 샘플을 보여주며 “투표용지 길이는 66센티를 넘길 것으로 보입니다. 정당들의 꼼수와 이합집산 속에 유권자의 혼란만 가중했다는 지적입니다.”라고 마무리했습니다.
이어 다음날 시사프로그램 <정치 데스크>에서 ‘범여 선거법 개정이 부른 코미디?’라며 비례정당 투표용지 샘플을 만들어 보여줬습니다. 진행자는 투표용지 샘플을 펼쳐 보이면서 “실제 준비해 봤습니다, 우리 시청자분들께서 투표용지가 실제 이만큼입니다. 보시겠어요? 이거…넘 길어. 길어요. 길어요… 지금 카메라로 쭉 내려가는데도 시간 걸리잖아요…. 아우, 이거 들고 있기도 팔이 아프네.”라고 했고 이에 대해 패널의 의견을 듣은 뒤 재차 “다시 한번 시청자분들, 실제 이미지 한번 보세요. (자료화면)영상 보시지 마세요. 실제 한번 보세요. 실제.”라며 투표용지의 길이를 강조했습니다.
이런 보도는 MBN과 TV조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TV조선은 3월 27일 <뉴스9>에서 “걱정했던 일이 벌어졌”다, “유권자가 이걸 다 보고 투표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역사상 유례 없는 깜깜이 선거’가 될 거란 인터뷰를 내보냈습니다.
준비 안 된 정당들이 난립하는 게 문제라면 그 사실을 취재해주면 됩니다. JTBC는 3월 19일 <뉴스룸> ‘연동형 대박 노린 정당 우후죽순… 올해만 17개’에서 최근에 설립한 한 정당을 찾아갔습니다. 등록된 주소지에는 다른 단체가 사용하는 사무실이 있어서 안내에 따라 다른 층으로 이동해야 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이 정당의 전신이 되는 이전 정당이 활동 실적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새로 설립한 정당이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정당을 운영할 능력과 준비는 되어있는지 살펴봤다고 할 수 있습니다.
투표용지 아래 부분을 차지하는 군소 정당은 대부분 보도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새로운 정당에 대한 정보는 주지 않으면서 ‘난립한다’, ‘혼란스럽다’고 해서 정당 숫자가 늘어나는 것 자체가 문제인 양 걱정을 합니다. 이런 리포트는 종종 앞뒤 순서에 위성 정당 문제를 섞어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며 개정된 선거법을 질타하는데요, 다양성을 확대하기 위해 개정한 선거법의 취지를 못 살리고 있는 것은 이런 보도를 하는 종편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살인 전과도 이색 후보?
정작 구분해야 할 전과 내용은 들여다보지 않은 MBN
MBN은 3월 28일 <종합뉴스>에서 ‘검·경 금배지 대결 눈길… 전과자도 출사표’에서 검찰과 경찰 출신 후보가 맞붙은 지역구 사례를 소개하고 총선 출마자들의 전과 이력을 정리했습니다. 무려 전과 9범에 달하는 후보가 있는가 하면, 살인 전과자도 출마했다고 전했는데요, 두 가지 아이템을 엮으면서 마치 눈에 띄는 전과 이력이 ‘이색’적인 것처럼 읽혀서 적절하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정당별로 전과자 후보 숫자만을 보여준 것은 충분한 설명이 되지 못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이 100명으로 가장 많은 전과자 후보가 있었고, 허경영 대표가 이끄는 국가혁명배당금당이 90명으로 뒤를 이었”다고 했는데, 이런 비교를 할 때는 정당별로 전체 출마자 수가 얼마인지 함께 보여주어야 할 겁니다. 전과 내용도 구분을 해야 합니다. 이 리포트는 “민중당 A후보는 전과 10범, 국가혁명배당금당의 B후보는 전과 9범을 기록했고, 같은 당의 한 후보는 살인 전과도 있었”다고 전했는데요, 해당 전과를 가진 후보가 어디에 출마한 누구인지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정작 유권자가 판단할 근거는 주지 않은 채 정당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만 불러 일으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연합뉴스, 동아일보, KNN은 부산 서·동구에 출마한 국가혁명배당금당 김성기 후보가 살인으로 2년 복역한 전과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전과자가 누구인지, 범죄 내용이 무엇인지 밝혀주어야 선거 보도로 의미가 있습니다. 총선 출마자 중에 전과자가 많다는 것이 가십처럼 다루어져 아쉬운 보도였습니다.
‘보수 텃밭’도 모자라서 ‘지뢰밭’?
선거 전략에 치중하느라 유권자 무시하고 지역주의 조장하는 유튜브
미래통합당 공식 유튜브 <오른소리>에서 진행자 박성훈 씨가 문재인 대통령을 교도소로 보내 친환경 무상급식을 하자는 식의 말을 해서 미래통합당 박형준 공동선대위원장이 사과를 한 사실이 있습니다. 품위 없는 비하 발언을 했다는 비판을 수용한 겁니다. 지지층을 타겟으로 해서 호소하는 정당과 후보의 유튜브 채널에서는 과도하거나 부적절한 표현을 할 때가 있습니다.
3월 16일 <오른소리> ‘뉴스쇼 미래’는 부산 남구을 캠프를 찾아와서 이언주 후보와 대담을 진행했습니다. 박성훈 진행자는 이 후보와 선거 전략에 이야기를 나누다가 “부산도 사실은 전통적으로는 우리 보수층을 많이 지지를 했지만 중간중간에 지뢰밭처럼 그런 것들이 있죠.”라고 말했습니다. 지지층을 타겟으로 하고 선거 전략을 이야기하는 자리라고는 하지만, ‘지뢰밭’은 지역 유권자를 무시하는 표현입니다.
또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하기 힘들어 고통받고 있다면서 정부가 불리한 이슈들을 덮기 위해서 마스크 수급이 안 풀리는 상황을 그냥 방치하는 것 아니냐는 유언비어를 끌어왔습니다.
이언주 후보: “별로 의지가 없는 것 같애요. 심각합니다. 이거는 국가가 마비된 상태에요.”
박성훈 진행자: “그러니까요. 참 이게 일부러 그런 거라고는 정말 상상하고 싶지 않습니다. 일부러 만약에 이걸 냅둔 거라면… 말도 안 되는 건데.”
이언주 후보: “하….이슈들을 피해가기 위해서?”
박성훈 진행자: “네, 그런 얘기들이 인터넷 상에서 지금 돌고 있어요, 음모론처럼.”
이언주 후보 : 그런 얘기들이 있죠. 일부러 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렇게 무능하냐.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도 확인할 수 없는 ‘음모론’이라고 했지만, 이 후보는 <이언주TV>의 다른 방송에서도 “이런 상황에서 지금 정부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정부가 사실은 이 상황을 그냥 계속 방치를 하고 있다는 이런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라고 반복해서 언급합니다. 후보가 유튜브를 통해서 음모론을 재생산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투, ‘나도 당했다’?
적확하지도 않은 설명 왜 자꾸 붙이나.
북강서을에 출마했던 김원성 후보가 성폭행·추행 고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투서와 지역 차별 발언을 이유로 통합당으로부터 공천 취소 결정을 받았습니다. 연합뉴스는 ‘미투 의혹’이 제기되었다고 하면서 (Me too. 나도 당했다)라는 부연 설명을 달았습니다. 부산일보와 국제신문도 이런 서술 방식을 차용했습니다.
미투 운동이 의미 있었던 것은 그동안 움츠러들고 숨어있던 피해자들이 스스로 발화하면서 가해자를 고발하고 다른 피해자들과 연대 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뜻을 고려한다면,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고 사회구조적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의지를 보였다는 것에 방점을 찍어야 합니다. ‘나도 당했다’는 표현은 무력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합니다. 여성단체 역시 여러 차례 ‘나도 당했다’는 부연 설명은 폭력 사실만 남게 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고 ‘나도 고발한다’처럼 피해자들의 운동성을 조명하는 표현으로 바꿔 쓰는 게 맞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성폭행 또는 성추행이라는 용어를 피하기 위해서 ‘미투’로 쓰는 건 아닌지도 따져봐야 합니다. 성폭행 의혹은 범죄 행위에 대한 의혹이지만, 미투 의혹은 고발자의 진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표현이라 그 의미가 차이가 있기도 합니다. 적확한 설명으로 바꿔 쓰는 게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