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언론 톺아보기_4월5주] 피해자 호소와 배반되는 보도 쏟아내는 부산일보, 이 사건을 정치쟁점화 하지 마라

 

부산일보는 오거돈 성추행 사퇴 건을 이틀에 걸쳐서 각각 6개 면, 5개 면을 털어서 대서특필했다. 지자체장이 충격적인 성범죄를 저지르고 사퇴한 만큼 이런 참담한 사건을 계기로 권력형 성범죄가 반드시 근절돼야 할 것이다. 그러자면 오 시장이 취임할 때 약속했던 성평등 공약은 왜 안 지켜졌는지, 공직사회 성인지 감수성의 현주소는 어떠하며,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어떤 조치를 강제해 가고 있는지 점검하는 보도가 꼭 필요하다. 그러나 부산일보를 보면 과연 이런 보도로 권력형 성범죄가 근절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부산일보는 잿밥에만 관심이 있는 듯하다. 온 지면을 다 털어 ‘사건 무마’, ‘사퇴 시점 조율’에 관한 의혹이 있다며 사건을 정치쟁점화 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틀간 특집면에 쓴 33개 기사 중에 15건이 사퇴 시기 조율과 관련한 의혹 제기다. 특히 27일자에는 1,2,3,4,5면 머릿기사를, 28일에는 1,4,5면 머릿기사를 사퇴 시기를 두고 정치적 계산을 했는지 의혹을 제기하는 내용으로 채웠다. 반면 재발방지 대책을 전하는 기사는 없었다.

 

△ 국제신문, 부산일보 ‘오거돈 성추행 사건’ 관련 보도 건수 (4/27~4/28, 지면기준)

 

   부산일보 4월 27일 1면

 

 

   부산일보 4월 28일 1면

 

[427일 주요 면 보도]

1면 머릿기사 <‘계획적 성추행·사건 무마 의혹’ 증폭>

2면 머릿기사 <[꼬리무는 3대 의혹] ①피해자 회유 없었나 ② 시기 조율했나 ③ 사퇴 미적댔나>

3면 머릿기사 <[吳·핵심 정무라인 연락 두절] 사건 해명도 시정 혼란도 나몰라라 ‘무책임한 잠적’>

4면 머릿기사 <정무라인 주도·법무법인 부산서 ‘사퇴 공증’ 의구심 증폭>

5면 머릿기사 <“공식 직함도 없는 사람들이 선거 관여 안 했더라면…”>

사설 <‘잠적’ 오거돈 전 시장, 성추행 의혹 규명에 직접 나서라>

 

[428일 주요 면 보도]

1면 머릿기사 <사퇴 의사 없었던 吳, 정무 라인과 윗선이 종용했나>

2면 하단기사 <공증은 총선 전 발표 막기 위한 피해자 약속용?>

4면 머릿기사 <文과 특수관계 법무법인 공증이 “순전히 우연”이라니>

5면 머릿기사 <비선 실세 아닌 ‘정당 공식 체계’로 지역 정치 해야>

5면 하단기사 <사퇴 시점 ‘당청 개입 여부’ 집중 조사 나선 통합당>

6면 머릿기사 <국회도 당도… ‘친문’으로 쏠리는 與 권력 구도>

사설 <성추행 오 전 시장 제명, ‘무마 의혹’ 밝힐 차례다>

 

   부산일보 4월 27일 2면 머릿기사

 

27일 2면 머릿기사 <①피해자 회유 없었나 ②시기 조율했나 ③사퇴 미적댔나>는 오거돈 성추행 사건 처리를 두고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내용인데 서두에 스스로도 ‘현재 제기되는 의혹들은 대부분 명확한 물증 없이 정황에 기초한 것들로, 피해자 측도 부정하는 주장들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추정만으로 무려 ‘3대 의혹’이라며 구구절절하게 기사를 쓴 이유는 ‘정치적 폭발력’이 높아서라고 밝혔다. ‘한동안 뒷말이 무성할 것으로 보인다’로 시작한 기사는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뒷말이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끝맺고 있다. 부산일보야말로 뒷말을 무성하게 끌어가는 당사자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날 여러 면에 걸쳐 쓴 기사가 사실상 비슷한 의혹 제기 내용의 반복 재생산에 그치고 있다. 기사를 양산하지 말고 사실에 기초한 보도를 하고, 가해자는 처벌받고 피해자는 일상으로 돌아가는데 일말이라도 도움이 될만한 기사를 쓰기 바란다.

 

부산일보 기사의 타겟은 명확해 보인다. 이번 사건에서 공증을 맡은 법무법인 부산이 ‘여권과 특수관계’임을 언급하며 청와대 사전 인지설을 제기한 기사가 5건, 부산시 정무라인이 문제라며 ‘친문 이너서클’까지 언급한 기사가 6건이다.

 

27일 5면 <[친문 ‘이너 서클’ 책임론] “공식 직함도 없는 사람들이 선거 관여 안 했더라면…”>에서는 ‘막후 영향력’, ‘이너 서클’, ‘실세’, ‘뒷배’라는 단어를 반복해서 사용하고 ‘알려져 있다’,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그림자가 짙게 배어 있다’, ‘소문이 파다했다’, ‘지적이 나온다’는 추정적인 서술을 주로 했다. 성범죄의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 오거돈을 추천한 비선 실세 인물들로 봤다.

28일 5면 <비선 실세 아닌 ‘정당 공식 체계’로 지역 정치 해야>에서는 핵심 정무라인이 일거에 물러난 상황을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면서, 민주당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제안을 내놓고 있다. 오거돈 사퇴 파장의 해결책을 민주당 지역정치 주도 세력의 교체로 본 것이다.

부산일보의 진단에 따르면 권력형 성범죄의 원인도 결과도 모두 권력 구조가 문제다. 하지만 부산일보가 상정하는 쇄신이라는 게 현재 정치권을 차지한 기득권 남성들 간의 권력교체가 아닌지 자문해보라.  여야를 막론하고, 실세이건 비선이건 모두를 통틀어서 정치권과 공직사회 권력자들의 성인지 감수성 전반을 점검하는 게 옳지 않은가.  무엇을 감시하고 파헤쳐야 할지 뻔히 드러났다. 구태를 반복하며 곪아 터져 발생한 사건을 언론이 기껏 정치적 소재로만 활용해서 돌려막기식 해결책을 내놓는 것이 개탄스럽다.

 

   부산일보 4월 24일 홈페이지 메인 기사

 

부산일보는 지난 24일 오거돈 전 시장 관사를 찾았더니 반려견 두 마리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는 기사를 무려 홈페이지 메인화면에 걸었다. 27일에는 오 전 시장이 잠적했다고 비난하면서 SNS에 거가대교에서 오거돈이 목격됐다는 기사도 썼다. 금방 휘발하고 말 가십성 기사를 쓰면서 정작 사건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에 대한 기사는 27일과 28일 이틀간 한 건도 없었다. 국제신문이 27일에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이 여성단체들과 만나서 6월 내에 성폭력 예방기구를 설치하기로 했다고 전했고, 28일 1면 머릿기사로 오거돈 전 시장에 대한 경찰수사 방향을 보도한 것과 대조적이다.

 

피해자는 이 사건이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길 바란다고 재차 호소했다. 사퇴 시기를 두고 온갖 억측 보도가 쏟아지자, 피해자를 대리하는 부산성폭력상담소는 “피해를 즉시 밝히면 꽃뱀이라고 손가락질하고, 늦게 밝히면 이제와서 문제 제기한다고 손가락질하지 않는가. 피해를 밝히는 그 모든 순간은 피해자가 오롯이 결정할 문제다”라고 했다. 부산일보는 오거돈 사퇴 기자회견 직후 피해자 신상을 일부 포함한 보도를 했다가 ‘피해자에게 심적 고통을 드린 데 대해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라고 사과했다. 불과 며칠 전 사과가 무색하게 부산일보는 이 사건을 끊임없이 정치쟁점화하며 피해자에게 심적 고통을 안기고 있다. 피해 당사자의 호소와는 배반되는 보도를 일관되게 쏟아놓는 부산일보는 각성하길 바란다.

 

   부산일보 4월 24일 사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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