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언론 톺아보기] 구,군 공무원들의 시청농성 ‘일 떠넘기기’로만 보도하기에는 설명이 부족하지 않나

[지역언론 톺아보기_6월 1주]

·군 공무원들의 시청 농성,

일 떠넘기기로만 보도하기에는 설명이 부족하지 않나

 

구청과 동주민센터, 보건소 공무원들이 가입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는 재난지원금 지급에 관한 업무가 과중하다며 지난달 27일부터 6월 5일까지 시청 로비에서 농성을 했습니다. 구·군 공무원과 부산시 간에 노-정 협의를 하고 싶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서 시의 일방적 행정으로 업무가 과부하됐고 사전에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선불카드 수요 예측에 실패하는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부산시청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로 구성된 부산시 노조는 부산시와 노정 협의를 하고 있지만, 시의 업무를 위임받아 집행하는 구·군 노조는 협의 채널이 없으니 소통이 필요하다는 요구입니다.

 

서로 ‘일 떠넘기기’?

노-정 협의 채널 만들자는 본질적 요구를 더 조명해야

 

이 소식을 일부 언론은 부산시와 구·군 공무원이 서로 ‘일 떠넘기기’를 한다고 보도했습니다. ‘폭력 사태 부른… 갈등’, ‘코로나 업무 떠넘기기 싸움’, ‘재난업무 싸고 싸움질이나 할 때인가’라는 제목에서 공무원노조의 요구가 무리하다거나 합리적이지 않다고 보는 프레임을 읽을 수 있습니다. KBS부산과 KNN 리포트는 부산시와 구·군 공무원 간 입장 차이를 비교적 자세히 다루었고, 부산일보 사설은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일선 공무원이 과중한 업무를 해왔다는 사정을 헤아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외 대부분의 스트레이트 기사는 구·군 공무원의 요구를 ▷변 권한대행과의 면담 ▷노정 협의체 구성으로 정리하고 이를 수용할 수 없는 부산시 입장을 해설하는 형식으로 썼습니다. 공무원노조가 요구하는 ‘노-정 협의체’는 다른 지자체에서도 구성한 사례가 없다, 불가능하다고 전합니다. 부산시 관계자의 인터뷰를 옮긴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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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사태 부른 ‘부산시 구군 재난지원업무’ 갈등> (부산일보 6.1)

…부산시 행정자치국 관계자는 “구·군 소속 노조와 노정협의체를 구성할 근거도 없을뿐더러 전국에 유사사례도 전무하다. 코로나19 업무와 관련해 시와 구·군이 갈등하기보다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말했다.

 

<부산시-구·군 공무원, 재난업무 싸고 싸움질이나 할 때인가> (부산일보 6.1 사설)

 

<시-구·군 공무원 ‘코로나 업무’ 떠넘기기 싸움…시민은 싸늘> (국제신문 6.2)

… 이에 대해 시 김선조 기획조정실장은 이날 “민생지원금과 재난지원금 지원은 모든 시·도에서 기초자치단체가 수행하고 있으며 노정 협의체 구성은 다른 시·도에서도 전례가 없어 불가능하다”며 … 시와 공무원노조의 갈등을 지켜보는 시민은 혀를 내둘렀다 … “공무원들이 코로나19에 지친 시민을 돕기는커녕 서로 일하기 싫어서 업무를 떠넘기는 것처럼 보인다 …

 

<사회 재난에 조직 갈등 …시민만 피해> (KBS부산 6.1)

… 구·군 노조는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 면담과 노정협의체 구성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부산시는 “전례가 없고 제도적 근거도 없다”며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 결국, 사회적 재난에 협업해도 모자랄 상황에 시청에서 몸싸움까지 벌어질 정도로 조직 갈등의 골이 깊어졌습니다. 부산 공무원 조직 내부의 불통 행정에 따른 갈등이, 결국 시민들의 피해로 이어졌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단신 <재난지원금 업무 갈등 6일째 시청 점거농성> (부산MBC 6.1)

… 구·군 공무원노조는 “국가 재난지원금 신청 등 많은 업무를 일선 구군에 내려 보내, 부산시가 갑질 행정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부산시는 이에 대해 코로나19 사태로 국민이 생계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시와 일선 구군 공무원간의 갈등으로 비쳐질까 우려스럽다고 밝혔습니다.

 

주간시정 <부산시청 공무원 농성, 시선 엇갈려> (KNN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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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의체 전례 없다는 부산시 설명 점검했어야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구·군 소속 공무원이 구청이나 군청이 아니라 부산시와 대화를 하는 것이 형식상으로 맞지 않고 다른 지자체에도 전례가 없다는 걸 강조했지만 전국공무원노조 설명에 따르면 서울시와 경기도, 강원, 충북, 전북, 전남, 대구경북, 경남, 제주, 광주 등 부산을 제외한 거의 모든 공무원노조 지역지부들이 노-정 협의 채널을 열어 구·군 공무원들과 시 국장이나 부시장, 도 행정부지사와 대화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 본부 투쟁에 대한 설명자료>를 보면 전국공무원노조가 바라는 건 ‘노정협의기구를 구체적으로 꾸리자는 것이 아니라, 협의하는 채널을 만들자는 것’이며 ‘가능하면 정례적으로 회의를 하되, 현안이 생기거나 필요시 수시로 만나 논의’하면 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애초 ‘협의체 구성’을 주장했지만 ‘대화 창구 마련’으로 요구사항의 수위를 조정했습니다.

 

전국공무원노조 애초 주장이 ‘협의체’ 구성이었으므로 6월 초 기사는 ‘협의체’ 구성이 불가능하다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일견 타당합니다. 하지만 농성 기간 중 나온 기사를 종합해봐도 이번 갈등이 불거진 원인과 배경을 충분히 해설하기는 부족합니다. 시 관계자의 해명으로 끝맺음하거나 부산시 소속 공무원들이 온라인 게시판에 쓴 글을 인용하여 시청 공무원과 구·군 공무원 간의 노-노 갈등 구도를 부각하기도 했습니다. 시민들은 ‘냉담’, ‘싸늘’하기만 했을까요. 코로나19로 업무가 가중된 의료진을 걱정하고 감사하는 만큼 민원을 접수하고 그에 맞는 지원책을 연결하느라 수고하는 공무원의 수고로움을 헤아리는 시민도 있을 법 하지만 그런 목소리는 담기지 않았습니다.

 

일선에서 민원인들을 만나는 공무원들과 부산시 사이에 노-정 협의가 필요한지, 과연 타당한지에 집중하는 것이 더 본질에 다가가는 보도가 아니었을까요. 덧붙여 코로나19에 대응하여 주민 지원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시와 구·군이 역할분담을 잘하고 있는지 짚어보는 편이 생산적 논의가 되었을 겁니다.

 

‘민주노총의 세력 확장 전략’이라는 악의적 프레임 씌운 조선일보

 

특히 조선일보는 전국공무원노조가 민주노총 산하 조직이라는 점을 부각하면서 이번 농성의 배경이 ‘민주노총의 세력 확장 전략’이라는 해석을 내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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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낀 부산전공노 부산시청 농성 6일째… 시민은 불편하고 공직사회는 불만> (조선일보 6.1)

 

부산 전공노는 지역 16개 구·군 공무원을 조합원으로 구성된 노조로 민주노총 소속이다. 부산시엔 시 공무원을 구성원으로 하는 부산공무원노조가 따로 있다. 이 노조는 민노총과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운영되는 광역지자체 공무원노조들의 모임인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에 속해 있다. 이 때문에 시청 주변에선 “민노총이 광역지자체에까지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시장없는 대행체제로 비상샅에 놓인 부산시청 흔들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돌았다.

 

실제 이날로 6일째로 접어든 이들의 집회에는 각 구·군 공무원들로 구성된 ‘부산 전공노’ 소속 조합원들 외에 민주노총 관련자들이 적지 않았다. 출입 게이트 앞 시위에선 전국건설노조,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전국사무금융노조연맹, 전국철도노조, 민중당 부산시당, 반여도시첨단산업단지 개발반대 시민대책위 옷을 입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있었다. 전체 숫자로 보면 40~50명쯤 되는 ‘부산 전공노’ 조합원들보다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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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해석이라면 민주노총이 하는 모든 활동을 폄훼할 수 있습니다. 언제 어떤 사업장에서 무슨 이유로 투쟁하든지 간에 결국은 ‘민주노총의 세력 확장’이라고 갖다 붙일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선을 긋고 보면 노동자 권리를 향상하기 위한 어떤 생산적인 논의도 시작할 수 없습니다. 구·군 공무원들이 할법한 요구를 묵살시키는 악의적 프레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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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와중에… 부산시청 점거한 전공노> (문화일보 6.4)

…이곳은 부산의 중심이자 지하철역 통로로 왕래가 많은 곳이지만 난장판으로 변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자 원성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민노총 부산 구·군 노조, 시청 로비에서 5일째 농성…시청 공무원 “시민이 어떻게 볼까 소름돋아”> (조선비즈 6.1)

…부산시청 직원들은 구·군 공무원 노조의 농성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한 시청 공무원은 부산공무원노조 게시판에…”공무원이 단체행동을 할 때는 그 목적도 정당해야 하고, 질서를 지켜야 하는데, 지금 1층에 있는 이들은 노숙자를 방불케 하는 모습과 아무 생각이 없는 태도를 볼 때 소풍 온 철부지와 같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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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속 보도는 부족했다

 

공무원노조 부산지부는 6월 5일 부산시와 노-정 협의채널을 만들기로 하고 농성을 접었습니다. 이 소식은 지역언론 중에서는 당일 저녁 KBS부산만 단신으로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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