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환경은 말 그대로 급변하고 있다. 정보 제공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흥미위주, 선정적 표현, 부정확한 정보 등 전통적 저널리즘 가치도 훼손되고 있다. 미디어 소비자에게는 다채로운 경험과 재미, 정보를 얻는 동시에 분별력이 요구되기도 하고, 제도가 따라가지 못할 만큼 미디어를 둘러싼 기술과 콘텐츠 유통, 소비의 방법은 급속도록 변화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미디어분야에서 시장중심적 규제완화 정책을 시사하고 있다. 공영방송 등 공적 미디어에 대한 독립성 확보(지배구조 개선)와 인사와 제도를 통한 ‘언론장악’ 해결 문제는 더욱 요원해질 듯하다. 뿐만 아니라 그나마 전 정부에서 약간의 진전을 보였던 공동체라디오 주파수 할당문제, 미디어 노동 분야 등에 예산을 배정하지 않거나 아예 관련 정책을 내어놓지 않는 무관심으로 대응하고 있다. 더군다나 대선과정에서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던 지역균형의 문제에서 지역언론 관련 정책은 배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지역의 언론운동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언론이 지역의 정치·경제·행정 권력을 잘 감시하고 있는지 모니터링 하고, 미디어 현상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는 미디어 제도의 제·개정 및 정책제안 활동, 현명한 미디어소비자가 되도록 하는 미디어리터러시 교육 강화 등 기존 언론운동단체들이 해왔던 활동에서 변화하거나 넘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변화하는 미디어환경에서 지역의 언론운동 의제와 방법은 어떠해야 할까.
부산민언련 8월 정책위에서는 급변하는 미디어환경에서 지역의 언론시민운동 과제를 학계와 현장 활동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통해 그 해법을 찾아보고자 한다.
■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부산민언련)이 선정한 2022년 2분기 좋은 보도·프로그램을 발표합니다. 부산민언련은 지역현안에 대한 지역언론의 취재가 좋은 보도와 프로그램으로 이어질 때 건강한 지역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에 2020년부터 분기별 좋은 보도·프로그램을 선정해 지역민과 좋은 보도의 가치를 공유해 나가고 있습니다.
2022년 2분기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현안들이 있었습니다. 2년 1개월만에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모두 해제됨에 따라 일상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고, 20대 대선 3개월 만에 지방선거를 치르기도 했습니다. 또 장애인 이동권 투쟁, 화물 노동자·대우조선하청지회 노동자 파업과 같이 권리를 찾기 위한 목소리도 이어졌습니다. 그런가운데 사상 처음으로 롯데백화점 광복점이 일일 폐쇄되는 일이 있었던가 하면, 북항재개발 랜드마크 구상안이 발표돼 난개발 우려를 낳았습니다.
그 어느때보다 경제·정치·행정 권력에 대한 감시기 필요했던 시기였고, 2분기 좋은 보도·프로그램에는 그 역할을 훌륭히 해 낸 10편이 후보작에 올랐습니다. 후보작 10편 가운데 KBS부산 <위기가구 추적 보고서, 코로나 2년 빅데이터>(강예슬·황현규 기자), 부산MBC <‘사회 환원’ 약속…알고 보니 ‘가족 재단’ 기부>(윤파란 기자), 부산MBC <2022 6·1 지방선거 기획보도>(민성빈·박준오·송광모 기자)를 2022년 2분기 좋은 보도·프로그램으로 선정했습니다.
2022년 2분기 좋은 보도*프로그램 선정 회의 모습(일부 서면심사 진행)
KBS부산은 4월 18일부터 22일까지 ‘위기가구 추적 보고서, 코로나 2년 빅데이터’를 6차례 보도했습니다. 2년 1개월만의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은 시기에, 코로나19가 남긴 불평등의 흔적을 데이터로 드러내 모두가 바로 일상으로 돌아갈 수는 없음을 공론화 했습니다.
아주 어려운 상황을 겪고 마지막으로 잡는 밧줄 같은 제도, 긴급복지 지원. KBS부산은 최근 3년간 부산의 긴급복지 10만여 건을 전수 분석했습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지원금액이 2배 가까이 증가했을 뿐 아니라 지역별, 연령별로 살펴 부산의 위기가구 지형이 변화했음을 짚었습니다. 이를 통해 이전과 같은 일시적, 한정적 지원만으로는 코로나19 위기가구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지적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불평등. “너무 힘들다”, “어렵다”, “불평등이 심화됐다”는 목소리가 공허한 한탄으로 끝나지 않게 하기 위해 KBS부산이 선택한 건 데이터였습니다. 전대미문의 재난이 남긴 가혹함의 흔적을 시각화하자 10만 개인의 위기가 공동체의 문제로 드러났습니다. 코로나19로 깊어진 불평등의 문제를 공론화하고 ‘함께’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대안까지 모색하고자 한 KBS부산의 위기가구 추적 보고서를 2022년 2분기 좋은 보도로 선정합니다.
부산MBC는 4월 4일 <‘사회 환원’ 약속…알고 보니 ‘가족 재단’ 기부>를 보도했습니다. 해당 보도는 한 건에 불과하지만 지역민의 알권리를 충족했고, 정치권력 감시의 정수를 보여줬습니다. 지난해 보궐선거 당시 후보자 재산신고 내역 검증을 통해 건축물 신고 누락을 지적한데 이어, 박형준 부산시장의 대시민 약속을 검증함으로써 1년여에 걸친 보도의 퍼즐이 맞춰졌습니다. 집념이 빛을 발한 보도였습니다.
공직자 재산공개 내용을 단순 전달하는데 그치지 않고, 박형준 시장의 재산 변동 내역과 기부처를 상세히 취재했습니다. 이를 통해 지역사회에 기부를 약속한 것과 달리, 임원에 자녀 이름이 올라와 있는 가족재단에 기부했다고 알렸습니다.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에 대한 정치인의 약속 혹은 후보의 공약. 유권자는 그 약속을 지킬 것이라 믿고 후보에 한 표를 행사합니다. 하지만 이는 법적 테두리 밖 약속이기 때문에 언론이 보도하지 않으면 영영 잊히거나, 시민과의 약속은 보도할 가치가 없는 사안이라 생각하게 됩니다.
보궐선거 후보자 재산신고, 정치인의 약속, 국정감사 발언, 공직자 재산공개를 하나로 연결해 낸 제4부 권력, 부산MBC. 위의 보도를 2022년 2분기 좋은 보도로 선정합니다.
[관련 기사]
<박형준 ‘미등기 건축물’ 후보자 재산 신고에도 누락>(2021/3/23, 윤파란)
<박형준 시장 재산 2위…엘시티 그대로 소유>(2022/3/31, 윤파란)
<‘사회 환원’ 약속…알고 보니 ‘가족 재단’ 기부>(2022/4/4, 윤파란)
부산MBC는 5월 9일부터 30일까지 지방선거 기획보도를 이어갔습니다. 대선 이후 3개월만에 치러지는 지방선거에 좀처럼 분위기가 모아지지 않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그런 가운데 위의 기획은 지방선거 기간 부산 유권자의 선거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시작은 ‘투표를 안한다구요?’였습니다. 이를 통해 지방선거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유권자의 한 표 가치를 강조했습니다. 이어 지방선거에서 등한시되는 기초의원 선거에 주목해 기초의원 무용론을 반박하고 부산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4인 선거구제를 부각했습니다. 선거구 쪼개기 문제, 거대 양당 중심 선거 판세와 이로 인한 공천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당면한 선거뿐 아니라 4년 후를 기약하며 더 나은 선거제도를 위한 제언이 돋보이는 선거기획이었습니다. 지방선거를 일주일 앞두고는 광역단체장 후보 3인의 공약과 의혹을 검증해 유권자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선거방송을 보여줬습니다.
지방선거의 의미, 기초의원 선거 강조, 헛구호에 그친 개혁공천, 무투표당선 문제, 광역단체장 후보 검증까지. 후보자 선거운동 동정보도가 빠진 자리에 유권자 중심 선거보도를 채워 넣은 부산MBC 지방선거 기획. 이를 2022년 2분기 좋은 보도로 선정합니다.
KBS부산 ‘북항재개발 문제점 관련 연속보도’는 북항재개발 사업을 둘러싼 해양조망권 독점, 난개발 등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취재해 보도했습니다. 이를 통해 부산의 경관을 해치고 시민에게 되돌아 가야할 북항을 일부 경제권력이 독점하게 되는 문제를 환기했습니다. 또 북항을 시민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공공의 관리 운영을 위한 ‘북항재개발 특별법’ 등 전문가와 시민사회의 요구도 적극 보도했습니다.
부산MBC ‘공공기여금 문제 관련 보도’는 송도 이진베이시티 공공기여금 규모에 대한 시민사회 비판이 일던 시기에 공공기여 관련 규정부터 점검에 나섰습니다. 현행 지자체의 협상력과 의지에 따라 이익환수 규모가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는 수익극대화 난개발을 부추길뿐 아니라, 이로인해 첨단산업 핵심부지가 아파트 단지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대표 기사]
<바닷가 영구 조망..”수천억 벌고 ‘질끔’ 내고”>(4/21, 송광모)
부산MBC ‘롯데기업의 22년간 꼼수와 이를 눈감아준 부산시 행정 지적 보도’는 롯데백화점 광복점이 13년간 ‘미등기’ 상태로 롯데가 이를 이용해 억대 등록세 납부를 안했다는 점을 보도했습니다. 이는 전국적으로 드문 사례라며 부산의 롯데백화점, 마트 등도 모두 서울법인이 추진해 매출금액과 세금이 모두 서울로 귀속되고 있다는 사실도 지적했습니다. 부산시와 롯데 측의 업무협약 체결에 언론의 관심이 쏠려있던 차에 임시휴업의 원인과 롯데기업, 부산시 행정의 문제를 잘 지적했습니다.
[대표 기사]
<“롯데는 향토기업인가요?”…’세 테크’ 꼼수>(6/7, 김유나)
부산MBC 빅벙커 ‘생리대 빈곤은 인격 살인이다’는 코로나19 빈곤에서 조차도 말해질 수 없지만 가장 먼저 줄여지는 여성 청소년들의 건강권 문제를 점검했습니다. 생리용품 지원 예산 편성을 점검하고 광주의 사례를 들어 재정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임을 강조했습니다. 생리대의 공공재적 성격을 짚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권과 직결되는 문제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2편에서는 생리대 파동 이후 오히려 오른 프리미엄 생리대 가격 문제를 지적하며 가격관리와 함께 안전성 관리가 정부의 몫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대표 기사]
1부 6월 9일_생리대 빈곤은 인격 살인이다
부산MBC 시사포커스IN ‘드론 실증 사업 고발’은 스마트 기술 활용 재난안전대응 시스템 구축 사업의 하나로 부산·김해·양산산울주군 4개 지자체가 드론을 활용해 재해 재난에 공동 대응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는데서 시작합니다. 이 시스템은 2019년 도입됐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된 적이 없으며 재해 현장 맞춤형 드론이 단순 조립한 드론으로 대체되어 있는 이유를 취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신라대 사업비 부정수급 등 문제점 보도를 통해 세금낭비의 전형적 사업이라 고발했습니다.
[대표 기사]
1부 6월 9일_ 드론 실증 사업, 눈 먼 돈 어디로
KNN ‘누구를 위한 숲 가꾸기 사업인가?’는 올해 유난히 많았던 산불에 주목합니다. 산불 예방을 위해 산림청이 수십년 넘게 실시하고 있는 숲 가꾸기 사업을 집중점검했습니다. 부산·경남권 숲 가꾸기 사업 현장 취재를 통해 화재 예방 목적의 사업이 실제로는 화재 방지 효과가 떨어지고 오히려 산사태 위험, 탄소 저장 효과 감소 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업 목적에 대한 효과를 점검하고 예산 집행 과정의 허점 등을 다각도로 짚었습니다. 잇따른 산불, 장마철 산사태 위험이 큰 시기에 맞춘 시의적절한 기획이었습니다.
[대표 기사]
<‘숲 가꾸기’, 오히려 산불 피해 키웠다>(6/24, 최한솔)
국제신문 ‘장애어린이집 폐쇄, 부산지역 현황 살핀 보도’는 사상구 유일 장애아 전문 어린이집 보조금을 원장이 부정 수령해 시설 폐쇄 처분을 받게 될 상황과 관련한 보도입니다. 국제신문은 뉴스 분석 코너를 통해 부산 소재 장애아 전문 어린이집을 분석했습니다. 이보조금 유용 시설에 대한 사건에서 폐쇄에 따른 장애아동 교육권 침해 사항에 관심을 갖고 현황 파악과 함께 우려점을 전달해 눈에 띄었습니다. 또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등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부산시가 재난지원금 강화를 이유로 차상위계층을 위한 사회 복지 제도 개선을 사실상 외면하고 있는 점을 비판했습니다. 부산시의 ’부산형 사회복지‘ 사업 관련 자료를 입수하여 분석해, 부산시 복지 정책 감시에 충실한 보도입니다.
김영란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의혹으로 고발된 부산일보 김진수 사장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부산일보지부가 부산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한 지 9개월 만이다. 이로써 현직 언론사 사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
부산일보 김진수 사장이 지역 건설업체 대표가 제안한 사모펀드에 부적절한 투자를 했다는 의혹은 지난해 9월 MBC <스트레이트>의 고발로 세상에 알려졌다.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울타리가 되어줘야 할 언론사 사장이 ‘경언유착’ 주인공으로 등장한 상황은 법리적 판단에 앞서 언론윤리 측면에서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추가로 회사 내 광고비와 발전기금을 횡령한 혐의도 드러나 고발당했다. 언론노조와 시민단체는 김진수 사장 사퇴를 촉구했다.
하지만 김진수 사장은 ‘개인 판단에 따른 투자’이며 ‘불법적인 일을 하지는 않아 문제 되지 않는다’며 후안무치로 일관했고, 부산일보 사측은 도리어 노조를 비방하는 사내 호소문을 내 적반하장 태도를 보였다. 여기에 부산일보 대주주 정수장학회는 김진수 부산일보 사장을 재선임함으로써 쐐기를 박았다. 지역을 대표하는 언론사가 이래도 되는 것인지 시민사회의 규탄 목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공영방송 탐사프로그램의 의혹 제기에도, 언론노조의 규탄 성명과 숱한 기자회견, 삭발투쟁, 천막농성에도 수사 결과만을 부르짖던 부산일보 김진수 사장은 이제 스스로 사퇴하는 길밖에 없다. 이미 너무 늦었지만, 경찰수사 결과에 책임을 지겠다는 본인의 말에 마지막 책임이라도 져야 할 것이다. 김영란법 위반, 업무상 횡령 혐의 피의자 김진수 부산일보 사장은 당장 사퇴하라.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50여일 파업을 진행 중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하청지회(이하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는 지난 6월 2일부터 “5년간 삭감된 30%의 임금 인상이 실현돼야 하고, 노조 전임자 인정 및 대우조선소 내 노조사무실 설치 등 교섭단체 노조로 인정해야 한다”는 요구안을 내걸고 있다.
하청지회 유최안 부지회장은 “미안합니다. 하지만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라며 지난 22일부터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 바닥에 가로세로 1미터 크기의 철판 안에 들어가 ‘끝장 투쟁(옥쇄 파업)’을 하고 있다. 6명의 노동자는 20미터 높이에서 고공농성 중이다.
대우조선 사내협력사와 사측은 시설물 무단 점거 등 불법 행위를 풀고 건조작업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지난 4~5월 하청업체 100곳의 직원 98%가 적게는 5%, 많게는 7.2%의 임금을 인상하며 올해 근로계약을 마쳤는데, 파업하고 있는 1%만 임금을 30% 올린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며 하청지회 요구안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청지회와 대우조선 사내협력사 실무단은 여러 차례 실무협의를 벌였지만 결렬되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은 지난 5년간 경제위기를 이유로 7600명이 해고 되었고 상여금 550% 삭감 포함, 연간 임금 30%가 삭감 되었다. 다시 수주가 시작되고 인력이 부족하다고 하는 지금에도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은 여전히 그대로다. 70%가 비정규직인 산업현장, 다단계로 쪼개어진 하청구조, 저임금, 장시간 노동, 빈번한 산업 재해와 위험한 일터, 이 모든 것은 하청 노동자들의 몫이었다. 조선업이 호황을 맞고 있는 지금도 하청노동자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부산지역 언론은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파업, 무엇에 주목하여 보도했는지 살펴본다.
파업보도 고질적 문제 그대로 답습하는 지역언론
파업의 원인과 당사자 취재는 부족, 기업 피해와 갈등만 부각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의 이번 파업은 6월 2일에 시작했지만 지역언론에서 이 소식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다가 21일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사 대표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불법 행위 엄벌을 촉구하자 보도가 이뤄졌다.
사측의 기자회견 다음날인 22일부터 하청지회 유최안 부지회장이 가로·세로·높이 1m의 철구조물에 들어가 옥쇄투쟁에 돌입했음에도 언론의 관심은 쉬이 모이지 않았다. 경남도민일보, 경남신문, KBS창원 등에서만 보도가 이뤄졌다. 부울경메가시티에 열을 올리던 지역언론은 경남지역 노동자 투쟁에는 주목하지 않았다.
파업 한 달을 앞둔 7월 2일에 국제신문 뉴스레터 ‘뭐라노’가 파업현장을 다녀온 영상을 공개한 것 이외에 파업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보도는 찾아볼 수 없었다.
국제신문의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파업소식 관련 기사는 총 8건으로 대부분 온라인 기사였고, 지면에 게재된 기사는 주로 사설, 칼럼, 외부기고 등 의견기사만 있었다. 파업의 자세한 이유와 당사자 취재는 부족했다. <조선업 노동자가 1㎥ 철조망에 갇힌 이유는>(영상, 7/2)에서만 하청지회 노동자의 파업이유를 자세히 다뤘을 뿐이다. <대우조선해양 파업 현장에 공권력 투입 임박>(7/4), <대우조선해양, 파업 하청노동자에 엄정한 법 집행 촉구>(7/7), <정부 “대우조선 하청노조 파업은 불법…즉각 중단해야”>(7/14)에서는 대우조선해양 사측의 입장만을 주요하게 전하며 파업으로 인한 손실과 정부의 공권력 투입 입장을 강조했다.
다만 지면의 의견기사 <조선·해양산업 다시 사람이 희망이다>(해양수산칼럼, 7/6), <월급 빼고 다 오르는데 그마저도 깎나>(시사난장, 7/8)에서 “조선·해양 산업계가 비정규직 하청 위주의 인력 정책에서 정규직 전환 및 안정적인 고용 유지 정책 제시와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접목된 조선소로 변화하기 위한 비전을 제시해 국내 숙련 인력이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15년 차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2021년 원천징수 영수증에 적힌 소득은 3429만 원이다. 2014년 4974만 원 받던 것과 비교하면 7년 새 31%가 줄었다. 어떻게 근로기준법이 보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월급이 30%나 깎이게 됐을까. 이유는 바로 ‘하청’이라는 단어에 있다”며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파업의 원인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임을 지적하고 있었다.
부산일보 역시 대부분의 기사가 ‘파업 이유’보다 파업으로 인한 기업의 ‘피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부산일보의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파업 관련 기사는 지면 2건, 온라인 10건이었다. <“불법 행위 엄벌” 대우조선 협력사 단단히 뿔났다…왜?>(6/21, 온라인), <‘수주 신바람’ 대우조선해양 난데없는 ‘비상경영’ 선포…어쩌다?>(7/6, 온라인), <대우조선해양, 협력사 노조 파업에 사장까지 나서 “작업장 복귀” 호소>(7/8, 지면) 등에서는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사협의회 대표단 기자회견, 대우조선해양 박두선 대표이사 담화문 내용을 주요하게 전하며 “길고 긴 불황의 터널 끝에 찾아온 수주 호황으로 모처럼 신바람을 내던 대우조선해양이 암초를 만났다. … 협력사 노동자 파업 장기화로 다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파업으로 인한 손실로 기업의 ‘위기’를 강조했다.
지역방송 중에서는 경남권역까지 보도범위를 포함하고 있는 KNN만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파업소식을 전했다. 총 7건 보도가 있었는데, 이중 3건이 리포팅 기사였다. <파업 한 달째…협상은 ‘제자리걸음’>(7/4)에서는 파업의 이유와 사측과 노동자의 입장을 비교적 자세히 전했다. 또 <대우조선 ‘2천800억 손실’, 하청파업 속수무책>(7/7)에서는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사장과 이영호 대우조선해양 지원본부장의 “오랜만에 조선 호황, 불법 파업으로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간곡히 부탁..모든 불법행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 달라”는 발언 장면을 그대로 전하며 대우조선 원청의 피해와 해당 파업의 불법적 행위의 엄벌을 강조했다.
KBS부산과 부산MBC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 관련소식은 전하지 않았다.
파업원인과 구조적 문제에는 조용,
‘노-노 갈등’은 적극적 보도
7월 8일, 대우조선 하청지회 파업을 지지하는 노동자들과 반대하는 노동자들의 대규모 집회가 동시에 벌어지면서 지역언론은 파업 소식에 주목했다. 특히 부산일보와 KNN은 대우조선 ‘원청’ 노조와 ‘하청지회’의 갈등을 부각했다. <“구성원끼리 서로 힘들게 해”… ‘노노 갈등’ 번진 대우조선 파업>(부산일보 12면, 7/11)에서는 “대우조선해양 협력사 노조 파업이 ‘노노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일부 조합원의 현장 무단 점거로 인해 생계에 위협을 받게 된 또 다른 노동자들이 집단행동에 나섰다”며 대우조선해양 측이 제공한 하청지회 파업을 반대하는 집회의 사진만 크게 게재했다. 이어 <대우조선해양 ‘노노 갈등’ 격화…원청 노조, 금속노조 탈퇴 추진>(부산일보 온라인, 7/13) 기사는 ‘노노 갈등’이 “점입가경”이라는 표현을 쓰며 대우조선 원청노조의 민주노총 금속노조를 탈퇴하려는 움직임을 강조했다.
KNN도 <대우조선 파업, 노노 갈등 비화>(7/8)에서 건물 밖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의 하청노조 파업지지 집회와 건물 안 파업을 반대하는 대우조선 직원들의 파업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 영상을 연이어 보여주며 “파업이 노동자들 사이의 갈등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고 표현했다.
오마이뉴스 <“조선소 하청노동자, 왜 절박한 투쟁하는지 알아달라”>(6/28)에 따르면, “임금 인상 30% 요구는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의 요구다. 2021년 겨울 하청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2110여명이 참여한 결과다”며, “그 요구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하청노동자들의 2016년도부터 2021년까지 연말정산 자료들을 살펴“ 본 결과 “실질적으로 연말정산 자료에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이 30% 가량 하락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해서 임금 인상을 요구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또 ‘끝장 투쟁’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 그는 “연일 사측의 침탈이 있었다. 열 명 남짓 지키고 있는 투쟁 거점에 구사대들이 쳐들어와서 겁박하고 천막을 찢고 심지어 혐오스러운 도구들까지 동원되었다”며 “절박한 요구를 안고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갈 곳이 어디겠느냐. 절박한 투쟁은 절박한 상황이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했다.
지역언론 중 국제신문의 외부기고를 제외하고는 조선업의 70%가 비정규직인 산업현장, 다단계로 쪼개어진 하청구조, 저임금 등이 발생하는 구조적 상황을 짚은 기사는 단 한건도 없었다. 국제신문 <조선업 노동자가 1㎥ 철조망에 갇힌 이유는>(7/2)을 제외하고는 파업 당사자를 직접 취재한 기사도 찾아볼 수 없었다.
파업 당사자의 주장과 요구는 축소 보도하고, 불법성·폭력성을 부각하는 정서적 접근으로 ‘파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만 부각한 셈이다. 또 대우조선의 경제적 손실, 조선업계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강조하는 기업의 보도자료, 기자회견 등 현상나열식 보도로 대우조선해양 사측의 입장이 더욱 강조되었다. 파업의 이유를 전달하더라도 사측, 정부(관)의 입장을 먼저 전하고 노동계나 당사자 입장은 후순위로 전개하는 강자중심의 보도였다. 이는 노동권을 경제의 하위개념으로 치부하는 한국언론의 고질적인 파업보도의 문제점이다.
기업에 비해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들의 파업을 보도할 때 언론은 ‘충실한 해설자’ 역할을 해야 한다. 하청노동자의 임금 삭감 요인, 원청과의 관계 구조적 문제점 등 보다 근본적인 원인 및 구조에 집중해 전달하여 시민들이 쟁점에 대해 판단할 수 있게 하는 정보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대우조선 선박 진수 작업은 한 달째 멈췄고, 농성 중인 노동자들의 건강도 악화하고 있다. 14일 정부는 “위법한 행위가 계속된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고, 시민사회는 ‘희망버스’를 통해 파업지지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파업, 지역언론이 기업 위기만을 강조하며 파업과 노동자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기보단 ‘같이 살자’는 상생의 관점으로 경제(기업)와 노동을 대등하게 보도할 것을 기대해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