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모니터 필요성 및 목적 포괄적 차별금지법(이하 ‘차별금지법’)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하고 예방하기 위한 기본법이다. 2024년 전국 조사에서 국민 63.4%가 찬성할 만큼 사회적 공감대가 이미 형성된 의제다. 하지만 2025년 대선 과정에서도 정치권은 ‘사회적 합의’를 이유로 제정을 미뤘고, 언론 역시 이러한 정치적 소극성을 비판하거나 법의 실질적 내용을 전달하기보다는 무관심과 갈등 보도로만 일관하고 있다. 특히 전국 언론의 보도 행태를 살펴보면, 차별금지법을 인권의 보편적 가치보다는 정치적 정쟁의 산물로 다루는 경향이 짙다. 대다수 언론은 법안의 구체적인 조문이나 사회적 기대 효과를 분석하기보다, 일부 종교계의 반대 목소리를 기계적으로 나열하며 ‘종교의 자유 침해’나 ‘여성 역차별’과 같은 프레임으로 갈등을 증폭시켜 왔다. 이러한 ‘가짜 균형’ 보도는 시민들에게 법안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오해를 심어주었으며, 결과적으로 차별 해소를 위한 공론장의 문턱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다.1) 2017년부터 이어진 전국적인 차별금지법제정 운동의 흐름 속에서, 2018년 부산지역의 평등권 실현을 위해 ‘차별금지법제정 부산연대(이하 ’부산차제연‘)’가 출범(2018/03/28)했다. 이후 부산 차제연을 주축으로 한 시민사회는 부산퀴어문화축제,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10만 국민동의청원,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평등버스, 부산차별철폐대행진, ‘평등의 약속, 지금 당장’ 도보행진, 기자회견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며 지역 공론장에 차별과 혐오를 넘어 평등의 가치를 꾸준히 제안해 왔다. 하지만 이를 전달하는 지역언론의 시선은 이러한 전국언론의 한계를 답습하며, 인권의 본질보다 무관심과 갈등의 프레임에 매몰되어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부산민언련’)과 부산차제연은 지역언론이 인권 의제를 공론화하는 과정에서 시민의 올바른 이해를 돕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점검하기 위해 ‘차별금지법’ 관련 보도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혐오 표현을 무비판적으로 옮기거나 특정 주장에 치우친 보도가 지역 공론장에 어떤 부정적 영향을 주는지 점검하고, 이를 통해 우리 지역언론이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보도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2. 모니터 개요 및 분석항목 1) 모니터 대상 및 기간, 방법 이번 모니터링은 부산차제연이 출범한 2018년부터 2025년까지 8년간의 부산 지역 주요 언론 보도를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분석 대상은 국제신문, 부산일보, KBS부산, 부산MBC, KNN과 오마이뉴스 부산지역 보도이다. 오마이뉴스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와 진보적 의제를 적극적으로 알려왔기에, ‘차별금지법’ 이슈를 지역에서 어떻게 보도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분석대상에 추가하였다. 분석대상 보도 선정은 일간지의 경우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인 빅카인즈를 통해 ‘차별금지법’ 키워드로 검색하였다. 방송3사와 오마이뉴스는 각 매체 공식 홈페이지에서 동일 키워드로 추출한 보도를 분석대상으로 삼았다. 각 매체의 보도량과 함께 보도 프레임, 정보의 정확성, 당사자 목소리의 반영 정도 등 주요 지표를 설정하여 다각도로 검토하였다. 특히 단순히 이슈를 전달하는 방식을 넘어, 인권 가치를 대하는 지역언론의 태도를 측정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지표와 세부 모니터 항목을 설정하였다. 모든 항목은 기사의 복합적인 성격을 반영하기 위해 중복 코딩방식을 채택했다. 2) 모니터 항목 ① 보도 프레임: 지역언론이 차별금지법 관련 보도에서 어떤 시각의 틀을 통해 이슈를 규정하고자 했는지 분석했다. 분석 항목으로 ▲정책/법제정, ▲갈등/정치공방/진영대립, ▲이슈 과장/자극, ▲인권가치 강조, ▲정치적 전략/절차, ▲단순전달(분석불가)로 설정했다. 법안의 본질인 ‘인권‘이나 ‘정책’에 집중하고 있는지, 혹은 이슈를 단순한 ‘대립 및 공방’이나 ‘정치적 전략’의 소재로만 소모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자 했다. ② 정확성 및 사실 설명: 보도가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과 맥락을 독자에게 얼마나 충실하고 정확하게 전달하고 있는지 분석했다. ▲법안 기본내용 설명, ▲구체적 차별사유 명시, ▲반대 주장 무비판 인용, ▲팩트체크, ▲전문가 해설 및 법리 분석 등을 분석 항목으로 설정했다. 지역언론이 차별금지법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지, 아니면 사실 확인 없이 반대 단체의 주장을 그대로 옮기는 데 그치고 있는지 점검하고자 했다. 특히 허위 정보에 대한 지역언론의 검증 의지를 핵심적으로 평가하였다. ③ 취재원: 기사 속에서 누구의 목소리가 공론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누구의 입장이 배제되고 있는지 분석했다. ▲인권(시민)단체, ▲차별 피해 당사자, ▲반대 단체, ▲학계/법조계 등 전문가, ▲정부/지자체/행정기관, ▲일반 시민, ▲정치권(국회/정당 등)으로 구분하여, 보도가 실제 차별을 겪는 ‘피해 당사자’의 삶을 대변하고 있는지, 아니면 이슈를 정치적 쟁점으로만 다루는 ‘정치권’의 목소리에 매몰되어 있는지 확인하여 공론장의 주체 불균형 실태를 파악하고자 했다. ④ 정책 효과 및 사회적 영향: 해당 보도가 독자들에게 차별금지법의 사회적 필요성과 가치를 어떻게 환기했는지 분석했다. ▲제정 필요성 강조, ▲구체적 차별 피해 사례 제시, ▲법 부재로 인한 문제점 지적, ▲해외 선진 법제 사례 소개, ▲인권 중심 인식 변화 강조 등 보도가 단순한 사건 기록을 넘어 ‘왜 이 법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가’에 대한 답을 제공하고 있는지 측정하고자 했다. 실질적인 피해 사례나 해외 사례 등을 통해 법의 실효성을 입체적으로 다루었는지도 함께 평가했다. 3. 모니터 결과 1) 지역언론, ‘차별금지법’ 관련 보도 절대적 부족: 이슈 발생시 보도집중, 그마저도 외부의견에 의존하거나 단신으로 전달 2018년부터 2025년까지 8년간 부산 지역 6개 주요 언론사가 보도한 차별금지법 관련 기사는 총 75건에 불과했다. 이는 6개 매체의 보도량을 모두 합쳐도 연간 평균 10건이 채 되지 않는 수치다. 이러한 보도량은 지역언론이 ‘차별금지법’을 공론화하는데 매우 소극적이었음을 보여준다. 그 결과, 차별금지법의 취지와 사회적 필요성을 지역사회 차원에서 충분히 설명하고 논의할 기회가 제한됐으며, 관련 쟁점 역시 지역 공론장으로 확장되지 못했다. 단순한 양적 부족을 넘어 보도의 구성과 전달방식에서도 뚜렷한 한계가 확인됐다. 먼저 보도 시점이 특정 국면에 편중되어 있었다. 전체 보도의 64.0%(48건)가 국회 국민동의청원(2021년)이나 대선(2022년) 정국에만 집중되었다. 이는 지역언론이 인권 가치를 상시적인 취재 과제로 설정하기보다, 정치 일정이나 사회적 이벤트 발생 시에만 반응하는 ‘이벤트 중심 보도’에 치중한 것을 보여준다. 또한 지역신문의 경우, 언론사 자체 기획보도나 직접 취재 보도보다 외부 필진에 의한 의견 기사(칼럼, 기고 등)의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국제신문은 전체 24건 중 외부 기고 및 칼럼이 10건(41.7%), 부산일보 역시 전체 16건 중 7건(43.8%)이 외부 의견이었다. 이는 언론사가 자체적인 취재 역량을 투입하여 평등 의제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취재하기보다, 단순한 의견 전달자나 중개자적 역할에 머무른 것이다. 지역방송 역시 관련 내용을 대부분 단신으로 전달했다. KBS부산은 단신 4건과 앵커 클로징 멘트 2건, 부산MBC는 단신 4건, KNN은 단신 6건을 보도했다. 보도 내용은 주로 시민단체의 기자회견이나 캠페인 현장 소식을 간략히 전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이로인해 차별금지법의 제도적 취지나 사회적 맥락을 충분히 설명하는 데는 한계를 보였다. 2) 각 분석항목 결과: 침묵과 중계 사이, 차별금지법 보도에 ‘당사자의 목소리’는 없었다 보도량의 절대적 부족은 필연적으로 보도내용의 부실로 이어졌다. 보도내용을 프레임, 정보전달 수준, 취재원, 사회적 영향을 분석한 결과, 지역 언론은 차별금지법을 보편적 인권의 가치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나 찬반 갈등의 틀(프레임)로 다루는 경향이 우세했다. 법안의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팩트체크 등 능동적인 검증 보도는 극히 드물었으며, 대부분의 정보 제공은 단순 현상 전달에 치중되었다. 특히 핵심 취재원이 정치권에 편중되면서 법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는 소외되었고, 이는 결과적으로 ‘왜 이 법이 필요한가’에 대한 사회적 응답과 정책적 대안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 (1) 프레임 분석 결과: 외부 칼럼에 기댄 인권 담론, 현장은 ‘갈등 중계’에 치중 보도 프레임 분석은 지역언론이 차별금지법을 어떠한 시각의 틀로 규정하고 전달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시되었다. ▲정책/법제정, ▲갈등/정치공방/진영대립, ▲이슈 과장/자극, ▲인권가치 강조, ▲정치적 전략/절차, ▲단순전달(분석불가)로 설정했다. ‘단순전달(분석불가)’은 프레임 확인이 불가한 ‘단편적 알림’으로 발생 사건 중 하나로 처리한 보도로 관점이 부재한 경우 코딩되었다. 먼저, 지역신문은 수치적으로는 인권과 정책적 관점을 비교적 고루 다루는 양상을 보였다. 국제신문은 ‘인권 가치’와 ‘정치 전략 및 절차’ 프레임이 각각 8건으로 동일하게 나타났으며, 부산일보 역시 ‘정책 및 법 제정’ 8건, ‘인권 가치’ 7건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인권 가치를 강조한 보도의 상당수가 자체 취재한 기사보다는 외부 필진의 기고나 칼럼에 편중되어 있었다.2) 드물게 진행된 기획 보도에서는 차별의 현실을 깊이 있게 짚어내는 태도를 보였으나,3) 일반 기사에서는 차별금지법을 정치적 이해관계나 입법 절차의 관점에 치중하여 보도했다.4) 한편, 오마이뉴스(부산)는 전체 14건의 보도 중 13건(92.8%)에서 ‘인권 가치’ 프레임이 나타났다. 특히 시민사회단체의 활동(평등버스, 차별철폐대행진 등)을 단순한 사건 전달을 넘어 법 제정의 필요성과 연결해 보도했다. 또 현장 취재 시에도 대립 상황을 중계하는 방식보다는 ‘소수자 인권 보호’와 ‘차별 예방’이라는 프레임을 견지했다.5) 반면 지역방송은 기자회견, 퀴어 축제 등 이슈 발생시 찬반 양측의 물리적 충돌이나 대립 구도로 다루는 경향이 뚜렷했다.6) 일례로 KNN의 <성소수자 찬반 행사 앞두고 긴장 고조>(18/10/13)에서 “경찰은 물리적 충돌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22개 중대와 여경 3개 대대를 현장에 배치해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입장”이라며 행사의 본질보다는 퀴어문화 축제 현장의 찬반 집회 긴장감을 강조하거나 경찰 배치 등 치안 상황을 부각했다. KBS부산은 <[키워드이슈] 포괄적 차별금지법>(20/07/29) 등에서 법안 내용을 자세히 전했지만,7) 이 법이 통과되었을 때 우리 사회가 실제로 어떻게 변하는지, 법적으로 어떤 쟁점이 있는지 깊이 있게 짚어주는 보도로까지는 연결되진 않았다. (2) 정보의 정확성 및 사실 설명: 60%가 단순 중계, 팩트체크는 단 3건에 불과 정확성 및 사실 설명 항목은 지역언론이 차별금지법의 구체적 조항을 충실히 설명하고, 법안을 둘러싼 왜곡된 정보나 반대 측의 주장에 대해 얼마나 적극적인 검증(팩트체크)을 수행했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분석 결과, 대다수 보도가 법안의 본질적 내용을 설명하기보다 발생한 사건을 단순히 전달하는 데 그쳤으며, 능동적인 검증 보도는 극히 드물었다. 전체 75건의 보도 중 60%(45건)가 법안의 배경이나 맥락에 대한 심층적인 설명 없이, 특정 사건의 발생 사실만을 단편적으로 전하는 ‘단순 현상 전달’에 머물렀다. 이는 시민들이 차별금지법 기사를 접하더라도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제정 필요성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환경이었음을 시사한다. 한편, ‘반대 무비판 인용’ 건수가 1건 있었다. <“교회도 사회적 가치 실현에 힘 보태야 할 때”>(국제신문, 19/01/28)에서 차별금지법에 대한 의견을 전하며 “(동성애 차별 금지 내용이 담긴) 차별금지법”이라는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인용했다. 이는 법안이 담고 있는 장애, 나이, 인종, 학력 등 수많은 보편적 차별 금지 사유를 지우고 특정 항목만을 부각함으로써 법안의 본질을 정쟁화된 특정 이슈로 축소시킨 사례다. 이처럼 ‘반대 무비판 인용’이 단 1건에 그쳤던 이유는 지역언론이 반대 논리를 철저히 검증했기 때문이 아니라, 찬반 양측의 입장을 단순히 병렬적으로 나열하는 방식을 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즉, 논쟁의 실체를 규명하기보다 겉모습만 중계하는 수동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다. 또한,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사회적 오해와 가짜 뉴스를 바로잡아야 할 검증 보도도 매우 적었다. 언론사가 직접 진위를 가려낸 ‘팩트체크’ 보도는 전체의 단 4.0%(3건)으로 <[생활과 법률] 장애인에 대한 은밀한 사회적 폭력>(국제신문, 20/02/27), <코로나19와 이태원 클럽 논란… “지금이야말로 차별금지법 필요”>(오마이뉴스, 20/05/14), <부산 극우개신교, 선동적 주장 나열하며 윤석열 지지선언>(오마이뉴스, 22/02/08)이었다. 법조계나 학계 등 전문가의 시각을 빌려 법안을 분석한 보도 역시 13건(17.3%) 수준에 머물렀다. 주로 지역신문의 외부 칼럼이나 KBS부산의 <키워드이슈> 등을 통해 이루어졌으나, 이 역시 정기적인 기획보다는 특정 시기에 편중된 경향을 보였다. (3) 취재원: ‘당사자’ 없는 차별금지법 보도, 정치적 수사(修辭)로만 소비된 인권 차별금지법 보도에서 지역언론이 누구의 목소리를 빌려 의제를 전달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취재원 구성을 분석했다. 이는 공론장이 실제 법의 영향을 받는 당사자(성소수자, 장애인, 시민사회 등) 중심으로 형성되었는지, 아니면 정치권이나 종교계 등 외부 관찰자들의 목소리에 치중되었는지를 살펴본 것이다. 분석 결과,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취재원은 정치인 및 정당 관계자(48.0%)였다. 반면, 법안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성소수자 등 당사자의 목소리는 오마이뉴스 9건을 제외하면 지역신문과 방송을 통틀어 단 4건에 불과했다. 반면, 오마이뉴스(부산)는 시민사회단체 및 인권 활동가(85.7%)와 당사자(64.3%)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인용하며 기성 언론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오마이뉴스 보도에서 정치인의 발언 비중이 14.3%에 그친 점도, 차별금지법을 정치적 쟁점이 아닌 당사자들의 목소리에 더 우선순위를 뒀기 때문인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당사자들의 인터뷰나 기고를 통해 이들이 직접 자신의 권리를 이야기하게 함으로써, 공론장의 주인공을 현장과 시민사회로 옮겨오는 ‘당사자성’ 확보 측면에서 대안적인 보도 행태를 보였다. 지역방송의 경우, 당사자의 구체적인 목소리보다는 현장 스케치 과정에서 짧게 인용되는 일반 시민(25.0% 내외)의 발언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그러나 이는 당사자의 삶을 깊이 있게 다루기보다 퀴어문화 축제 등 갈등 현장에서 만난 불특정 다수의 찬반 의견을 기계적으로 병렬 배치한 결과로 분석된다. 결과적으로 지역방송은 당사자를 사회적 권리의 주체로 세우기보다 찬성 혹은 반대 집단의 일원으로 소비하며, 이슈를 ‘익명의 집단 간 충돌’로만 비치게 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4) 정책 효과 및 사회적 영향: 차별금지법을 ‘정책’ 아닌 ‘정쟁’으로 소비한 지역언론 정책 효과 및 사회적 영향 지표는 보도가 단순한 사건 기록을 넘어, 독자들에게 차별금지법의 사회적 필요성과 가치를 어떻게 환기했는지 분석하기 위한 것이다. 분석 결과, 일부 기획 보도와 외부 기고를 제외하면 법의 제정 필요성을 심층적으로 다루거나 구체적인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보도는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신문은 기획 시리즈를 통해 차별 실태와 법의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연결하며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환기하기도 했다. 부산일보의 <혐오를 끊자> 기획 시리즈나 국제신문의 <혐오를 넘어 공존으로>는 전문가 진단과 고발을 통해 법의 당위성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 사례다. 그러나 이러한 보도는 특정 시기에만 편중되었으며, 지속적인 과제로 의제화하지는 않았다. 이후 평시 보도에서는 시민사회의 요구를 단순히 ‘나열’하는 수준이었다. 시민들이 법의 실효성을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차별 사례는 8년간 단 15건에 불과했으며, 법안의 보완점이나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는 해외 선진 법제 소개 역시 6건에 그쳤다. 이는 법안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생산적인 정책 토론을 이끌어내기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었다. 특히 단신 보도가 주를 이룬 부산MBC와 KNN 등 방송사에서는 법 부재로 인한 현실적 문제점을 짚어주는 내용을 찾기 어려웠다. ‘왜 이 법이 필요한가’에 대한 실질적 근거가 빠진 자리는 자극적인 찬반 대립과 충돌 상황(KNN 62.5% 등)으로 채워졌다. 4. 중계된 갈등 속 소외된 인권: 지역 언론, ‘당사자의 삶’으로 응답하라 이번 모니터링은 부산차제연과 부산민언련이 공동으로 부산 지역언론의 차별금지법 보도 실태를 진단하고, 인권 의제를 대하는 지역언론의 보도경향과 역할을 점검하기 위해 진행되었다. 혐오와 차별의 발언이 일상에 난무하는 세태 속에서 평등권 의제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며, 지역 공동체의 인권 보호를 위해 지역언론이 가장 먼저 나서서 관심을 가져야 할 핵심 의제이다. 그러나 분석 결과, 지역언론은 여전히 관심 부재와 공론장 형성에 소극적이라는 한계에 머물러 있었다. 1) 요약 및 시사점 (1) 보도량의 절대적 부족과 낮은 주목도 8년간 6개 매체 합산 총 75건(연평균 10건 미만)이라는 수치는 해당 의제가 지역언론의 주요 취재 과제에서 소외되어 왔음을 보여준다. 보도량의 부족은 시민들이 차별금지법의 필요성과 내용을 충분히 접할 기회를 제한하며, 결과적으로 지역 내 인권 의제의 공론화를 가로막는 원인이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2) 정치적 국면에 따른 수동적 보도 행태 전체 보도의 64.0%가 특정 정치적 이벤트(국민동의청원, 선거 등)에 편중되었다. 이는 언론이 인권 문제 해결을 상시적인 취재 과제로 삼기보다, 외부 상황에 따라 반응하는 수동적 태도를 보였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경향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보편적 인권의 관점이 아닌 일시적인 정치적 쟁점으로 인식하게 하여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3) 정보의 단순화와 검증 기능의 미비 보도 내용 측면에서도 60.0%가 배경 설명 없는 ‘단순 현상 전달’에 그쳤으며, 팩트체크 보도는 4.0%에 불과했다. 찬반 주장을 기계적으로 나열하는 방식은 논쟁의 실체를 규명하기보다 갈등의 단면만 보여주는 한계를 드러냈다. 이는 시민들이 의제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기에 부족한 정보였다. (4) 취재원 불균형과 당사자의 소외 인용 주체의 절반(48.0%)이 정치권에 치중된 반면, 법안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당사자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당사자의 삶과 목소리가 배제된 공론장은 자칫 정책적 실효성보다는 정무적 판단 중심의 논의로 흐르게 하여, 인권 의제의 본질을 흐리는 결과를 초래 할 수 있다. 2) 지역언론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위한 제언 (1) 의제 설정의 지속성 확보와 보도량의 점진적 확대 차별금지법을 일시적인 정쟁의 소재가 아닌, 지역사회의 평등권을 실현할 상시적 인권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 정치적 이벤트와 무관하게 지역 내 차별 실태와 인권 현안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기록하는 보도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특히 지역 밀착형 인권 의제를 발굴하고 지속적인 보도가 필요하다. 차별금지법을 중앙 정치의 정쟁 소재로만 다루지 말고, 부산 지역 내 고용·교육·행정 서비스 등에서 발생하는 구체적인 차별 사례를 발굴해야 한다. 법 제정이 ‘내 이웃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 체감할 수 있는 기획 보도가 필요하다. (2) 단순 전달을 넘어선 맥락 중심 보도로의 전환 사건 위주의 보도에서 탈피하여 법안의 조문이 시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 해외 법제 사례 등을 심층적으로 짚어주는 보도가 늘어나야 한다. 이를 통해 시민들이 차별금지법의 실질적 가치와 정책적 효과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정보 제공자로서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3) 능동적 팩트체크를 통한 혐오 표현 확산 방지 왜곡된 정보나 혐오 표현에 대해서는 기계적 중립을 유지하기보다, 사실관계에 기반한 명확한 검증 정보를 병기해야 한다. 이는 언론이 사회적 갈등을 중계하는 역할을 넘어, 건강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신뢰받는 공론장 형성자로 거듭나는 길이다. (4) 당사자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다원적 공론장 구축 취재원 구성에 있어 정치권 중심의 편중을 개선하고, 소수자 당사자와 인권 전문가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다양한 주체들의 의견이 균형 있게 전달될 때,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는 더욱 풍성해질 수 있다. 5. 맺으며: 8년의 침묵과 지체는 이제 끝내야 한다 2018년부터 2025년까지 8년간의 부산 지역언론 보도를 반추해 본 결과, 지역언론은 ‘혐오의 방조자’와 ‘평등의 기록자’ 사이에서 기울어진 싸움을 이어온 듯했다. 일부 매체의 심층 기획은 시민들의 인식을 확장하는 마중물이 되었으나, 여전히 많은 보도가 ‘갈등’과 ‘정치’라는 낡은 프레임에 갇혀 입법의 시급성을 외면해 온 것이다. 언론이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는 정치권의 무책임한 발언을 그대로 받아쓰는 동안, 누군가의 존엄은 지금 이 순간에도 유예되고 있다. 언론의 역할은 합의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공론장의 토대를 만드는 것이다. 이 보고서가 부산 지역언론인들에게는 스스로의 펜 끝을 돌아보는 거울이 되고, 시민들에게는 평등한 세상을 향한 흔들리지 않는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 지역언론이 인권의 보루로서 제 역할을 다할 때, 부산은 진정한 의미의 ‘민주적 공동체’로 거듭날 것이다. <끝> [관련 보도 목록] 1) <언론이 반차별 운동에 어떻게 자양분이 될 수 있는가?>(김언경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소장, 25/17/22) 2) <[외부기고]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폭력(국제신문, 20/02/27), <[옴부즈맨 칼럼] 소수를 위한 몸짓들>(국제신문, 20/09/16), <[젠더렌즈] 페미니즘은 차별금지법과 함께!>(부산일보, 21/08/10) 등 3) <혐오를 넘어 공존으로>(국제신문, 19/01/01), <[혐오를 끊자] 7. 서로 향한 총구, 어떻게 내릴까(부산일보, 19/03/28) 등 4) <경남통합당-정의당 공약 소개(국제신문, 20/04/01), <하리수 만난 민주 “차별금지법 입법 논의 필요”>(부산일보, 22/05/11) 등 5) <코로나19와 이태원 클럽 논란… 혐오보다 연대 택해야>(오마이뉴스, 20/05/14), <“사회적 타살을 멈춰라” 김기홍·변희수 추모 부산 시민들>(오마이뉴스, 21/03/07), <“국회, 차별금지법 즉각 제정” 부산 청소년 공동성명>(오마이뉴스, 21/09/08) 등 6) <부산서 퀴어문화축제.. 종교단체 맞불집회>(KNN, 18/10/13), <경남교육감 토론회… 차별금지법 난타전>(KNN, 22/05/25) 등 7) <“혐오표현 문제, 사회적으로 대응”>(KBS부산, 19/05/24), <[키워드이슈] 포괄적 차별금지법>(KBS부산, 20/07/29), <[뉴스7 부산] 앵커 클로징>(21/05/31, 22/05/22) 등 |
Category Archives: 토론회 및 기획모니터
[기획모니터] 2030 부산 월드엑스포 보도 분석
2030 월드엑스포 유치보도에 저널리즘은 없었다!
‘거리두기 실패’로 검증·감시·질문 없었던 엑스포 보도
1. 들어가며
지난해 11월 2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2030 월드엑스포 개최지로 선정됐다. 1차 투표에서 사우디가 119표를 얻어 압승을 거뒀다. 반면 부산은 29표를 획득하는 데 그쳤고, 이탈리아 로마는 17표를 받았다. 이로써 2030 부산엑스포 유치 대장정은 실패로 막을 내리게 됐다. 투표 당일까지 언론은 정부와 2030부산세계박람회유치위원회(이하 유치위)의 자료를 근거로 초접전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던 만큼, 투표 결과가 나오자 언론 보도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왔다. 이는 비단 전국언론뿐만 아니라 부산 지역언론에게도 해당되는 일이었다.
부산시는 2014년 서병수 부산시장 때부터 2030년 엑스포 유치에 적극적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엑스포가 서부산지역의 개발과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된다는 것에 주목해 강서구의 맥도 일대를 주무대로 하여 유치를 준비했다. 그러다 2017년도에 사업부지 선정을 위한 용역이 진행되었고, 2019년에 들어서는 강서구 지역이 아닌 동구 범일동 지역에 위치한 북항재개발 2단계 지역에 엑스포를 유치하는 것으로 계획이 변경됐다. 2019년 5월 부산엑스포는 국가사업으로 확정되고, 2021년 6월 23일 정부가 BIE에 유치신청서를 제출하며 공식적인 유치 후보국이 됐다.
부산시는 2030 부산엑스포에 맞춰 ‘북항시대’란 비전을 제시했다. 북항 재개발 프로젝트에 엑스포 유치가 확정되면 그 시너지 효과로 도심권 항만 부지를 개조·활용하여 도시재생 효과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가덕신공항 개항과 철도망 확장으로 바다, 육지, 항공을 아우르는 물류·교통의 허브로 거듭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로 인한 생산유발효과는 자그마치 43조 원, 부가가치는 18조 원, 50만 명이 고용될 것이라며 부산시는 지역경제활력의 모멘텀으로 삼았다. 이러한 부산시의 계획이 지역상공계의 적극적인 지원과 지역언론의 보도를 통해 확산되면서, ‘부산엑스포 유치’가 곧 부산의 미래인 것으로 시민들에게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제2의 도시 부산은 저출생과 수도권으로의 청년 인구 유출이 심화하면서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처럼 부산의 소멸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부산의 새로운 동력을 찾아내고 발전시키는 일은 중요한 것일테다. 다만 그 일을 추진하는 데 있어 막대한 세금투입과 시민의 열망이 투영되어 있다면 지역언론은 그 일이 제대로 진행되도록 점검과 감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엑스포 유치 기간, 지역언론은 외려 정부, 부산시와 보조를 맞추며 ‘조력자’ 역할에 주력을 다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이에 부산민언련은 본격적인 유치 활동이 이뤄진 BIE 실사단 부산 방문 시점부터 유치 결과 발표까지 부산 지역언론의 엑스포 보도가 어떠했는지 살펴보며 유치활동을 복기하는 한편, 유치실패 이후 어떤 평가와 점검이 필요한지 제시하려 한다.

2. 부산지역언론 엑스포 유치 보도 양적분석 결과
단순전달 보도 74.6%, 행보 보도 49.3%, 정부ㆍ부산시 인용 보도 77.5%
정부와 부산시 행보 단순 전달하며 객관적 검증 없이 전략, 판세 보도 이어가
모니터 기간 부산 지역언론의 엑스포 보도 건수는 총 983건으로, 매체별로는 국제신문 299건, 부산일보 433건, KBS부산 89건, 부산MBC 74건, KNN 88건이었다. 특히 부산MBC와 KNN은 엑스포보도 중 리포트 기사가 각각 67.6%, 82.9%를 차지해 ‘엑스포 유치’ 이슈를 주요하게 다루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역신문은 하루 당 평균 1, 2건의 기사를 작성한 셈이며, 지역방송은 사흘에 1, 2번 보도했다. 4월 BIE 실사단 방문, 6월 파리 프리젠테이션 발표, 11월 마지막 프리젠테이션과 투표 등 주요 시기에 보도량이 몰리기는 했지만, 상당히 긴 기간 꾸준히 보도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엑스포 보도의 전체적인 보도경향을 파악하기 위해 보도제시수준과 취재원 종류, 보도내용을 분석했다. 보도제시수준을 알아봄으로써 지역언론이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경우가 많았는지, 아니면 해설기사나 비판 기사를 통해 심층적인 정보를 제공하려고 노력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취재원 종류는 지역언론이 엑스포 유치 관련 정보를 주로 어떤 정보원을 통해 보도하는지 분석하기 위해서였다. 그간 국가행사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언론이 정부와 해당 지자체, 유치위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받아쓰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곤 했다. 엑스포 유치 보도에서도 그러한 경향이 나타나는지 알아보고자 정량분석을 시도했다. 보도내용 분석은 지역언론이 엑스포 유치 활동 과정에서 어떤 곳에 주목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시했다.
1) 보도제시수준 분석결과
단순전달 보도 74.6%, 비판·대안제시 보도 3.4%
보도제시수준은 엑스포 관련 정보를 전하기만 한 ‘단순전달보도’, 엑스포유치를 위한 전략, 성과, 효과 등을 해설하거나 분석한 ‘해설·분석보도’, 엑스포 유치과정을 점검하거나 비판점을 전한 ‘비판·대안제시보도’로 분류하여 분석했다. 보도제시수준 분석결과, 단순전달보도가 733건(74.6%)으로 전체 보도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그 다음으로 해설ㆍ분석보도가 217건(22.1%), 비판ㆍ대안 제시보도는 33건(3.4%)에 불과했다.

지역신문의 해설·분석보도에서는 스트레이트 기사보다 사설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취재를 통한 해설과 분석을 싣기보다, 사설을 통해 정부와 부산시의 유치 전략을 재차 강조는 모양새였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신문은 해설·분석보도에서 사설 비중이 50%(35건)가 넘는데 ‘마지막까지 원팀으로 최선을 다해야한다’, ‘맨투맨으로 부산의 강점을 알려야한다’ 등의 표현으로 엑스포 유치 전략을 다시 강조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엑스포 유치과정에 대한 해설과 분석에 충실하지 않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방송뉴스에서 KNN의 해설·분석 기사가 많은 이유는 모니터 기간 엑스포 관련 기획보도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KBS부산과 부산MBC는 모니터 기간 전 엑스포 관련 기획보도를 여러 차례 진행한 바 있다.
2) 취재원 분석결과
취재원 부산시가 38.4%, 정부 29.9%로 상위권
전문가 5%, 시민단체 2.1%, 외신 1.9%로 하위권
다음으로 엑스포 관련 보도 취재원을 분석했다. 취재원은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등 행정부를 포함하면 ‘정부’, 부산시장, 부산시 관계자 등은 ‘부산시’, 기업과 상공회의소 등은 ‘상공계’, 여당과 야당, 정치인은 ‘정치권’, 중앙정부와 부산시의 공식 유치기구 관련은 ‘유치위’, 범시민유치위와 서포터즈, 국토대장정 홍보단 등은 ‘시민서포터즈’, 부동산·외교·영상 관련 전문가 또는 교수는 ‘전문가’, 시민서포터즈에 포함되지 않은 일반 시민은 ‘시민’,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시민단체’, 해외 언론을 인용한 경우는 ‘외신’ 등으로 구분하여 분석했다.

엑스포 관련 보도 취재원은 부산시가 377번(38.4%)으로 가장 많이 등장했고, 정부 294번(29.9%), 상공계 154번(15.7%), 정치권 111번(11.3%), 유치위가 90번(9.2%)으로 1위에서 5위를 차지했다. 이밖에 시민 81번(8.2%), 시민서포터즈 68번(6.6.9%), 전문가 49번(5.0%), 시민단체 21번(2.1%), 외신이 19번(1.9%) 인용됐다. 정부와 부산시, 유치위 인용 보도가 무려 77.5%를 차지해 엑스포 관련 보도 대부분이 정부발 자료에 의존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상공계는 취재원으로 인용된 건수는 적었지만, 기사의 주요 등장인물로 적극적인 유치 활동이나 엑스포 유치성공을 위한 기부의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했다. 시민이 취재원으로 인용된 것은 엑스포 유치를 응원하는 인터뷰이로 등장한 경우였다. 특히 방송에서는 시민이 인터뷰이로서 화면에 직접 나타나기보다는 유치 응원의 열기를 보여주는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는 경향을 보였다. 실사단 방문, 파리 PT, 유치 결정 투표 등의 보도에서 지역방송은 현장연결을 통해 기자가 직접 현장의 분위기를 알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시민 취재원 인용비율이 신문에 비해 적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3) 보도내용 분석결과
유치 행보 50% 이상 차지, 엑스포 유치활동 검증하는 보도는 2% 불과
전략보도·판세분석보도 검증보다 정부발 보도자료 받아쓰기
다음은 보도내용 분석결과이다. 보도내용 분석항목은 엑스포 유치전략으로 PT 내용이나 표 획득 전략 등은 ‘전략’, 나라별 표 획득 상황이나 대결 구도 분석은 ‘판세’, 정부와 부산시, 유치위 등의 부산 홍보 활동은 ‘행보’, 서포터즈의 적극적 응원은 ‘응원활동’, 단체나 기업의 유치기원행사 언급은 ‘행사’, 엑스포 유치전략 및 가치실현 등을 점검한 보도내용은 ‘가치검증’, 엑스포 유치에 대한 다양한 효과는 ‘기대효과’, 유치활동과 관련한 평가는 ‘성과·평가’, 유치과정 또는 결과발표 이후 과제는 ‘과제’로 구분하여 분석했다.

보도내용 분석결과를 살펴보면, 정부와 부산시, 기업 등 각 유치 활동 주체들의 행보를 전달한 기사가 493건(50.2%)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유치 전략을 알아보는 기사가 258건(26.2%)으로 많았고, 유치 판세와 관련한 기사가 114건(11.6%)으로 그 다음을 이었다. 대부분의 보도가 유치 결과 발표 이전에 이루어진 만큼 유치 활동과 관련된 행보, 전략, 판세 등에 지역언론이 주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행보·전략·판세 보도의 취재원을 다시 따져보면 정부, 부산시 유치위가 363건(37%)으로 대다수를 차지해 자체적인 분석은 미흡했다고 분석된다. 객관적이고 심층적인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언론의 역할을 고려하면 대통령이나 부산시장 행보에 대해 정부나 부산시 관계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취재원과 다양한 보도내용을 전했어야 하는데 부재했다는 것을 통계 자료로 확인할 수 있다.
유치 전략을 다룬 기사에서도 정부가 발표하는 전략을 그대로 인용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정부와 부산시는 이번 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부산 이니셔티브’를 주요 캐치프레이즈로 삼았다. 기후위기 등 인류 공동의 문제에 부산이 선도적으로 해결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구호를 두고 정작 정부는 기후 문제에 외면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모순된 전략이라는 지적도 일부 있었다. 그러나 지역언론은 ‘부산 이니셔티브’ 계획을 그대로 전하거나 ‘훌륭한 유치 전략으로 평가받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유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PT(프레젠테이션)에 대해서도 긍정 반응만 부각했다. 예컨대 각 PT마다 좋은 반응이 있었고 기류가 달라졌다는 식으로 보도한 것이다. 이런 주장의 근거는 대부분 정부, 유치위 혹은 부산시 관계자에서 나왔다. 이밖에도 정부가 엑스포 참가국 전체에 5억 달러(약 7030억 원)를 지원하기로 약속한 것으로 두고도 ‘파격적’, ‘통 큰’ 지원이라고 말했을 뿐, 이런 지원이 실제로 유치에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에 대한 점검이나 급작스러운 예산 편성에 대한 지적도 없었다.
판세보도에 있어서도 객관적인 판세 전망보다 정부의 기대를 전하는 데 그친 것이 많았다. 사우디와 박빙이라는 판세를 내놓으며 1차 투표에서 사우디의 과반을 저지해 2차 투표로 가서 승부를 보겠다는 정부의 말을 그대로 신뢰하는 기사가 많았다. 당시 정부의 주장과는 반대되는 의견이 외신에서 나왔음에도 정부 발표를 점검하는 것은 없었다. 특히 부산일보는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박빙인 것뿐만 아니라 승기를 잡았다고 예상하는 기사를 내기도 했다. <“엑스포 판세 ‘부산 70, 리야드 70’ 백중세”>(부산일보, 8/17)에서 부산이 70표를 획득했다는 정부 관계자의 주장을 실기도 했으며, <“확실한 지지표 80표 부산 유치 승산 있다”>(부산일보, 10/09)에서는 ‘확실한 부산 지지표가 80표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언급했다. 또 부산일보와 국제신문은 사우디가 2034년 월드컵을 유치한 결과가 나오자 ‘부산이 엑스포 개최지 결정에서 승기를 잡은 게 아니냐는 분석’을 제기하거나 부산엑스포 유치에 호재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밖에 응원활동 보도 95건(9.7%), 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는 지역의 크고 작은 기업 행사 관련 보도 72건(7.3%), 기대효과 보도 63건(6.4%), 성과·평가 보도 40건(4.1%), 과제 보도 37건(3.8%), 가치 검증보도가 20건(2.0%)이었다.
매체별 보도내용을 살펴보면, 유독 부산일보가 엑스포 유치로 기대되는 효과를 부각한 보도가 많음을 알 수 있다(50건). 이는 부산의 각 분야 인사들을 인터뷰한 <부산엑스포, 지지합니다> 연재 기사를 통해 부산엑스포의 효과를 설명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4개월간 30편의 기사가 연재됐으며, 이를 통해 엑스포 유치 기대효과를 검증하기보다는 각계의 주장과 희망사항을 전달했다.
마지막으로 성과ㆍ평가 보도, 과제 보도가 엑스포 유치 실패 이후에 나타났던 보도내용이다. 엑스포 유치 과정을 평가하고 성과는 무엇이었는지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인지 짚은 기사인데, 지역언론은 유치 실패에도 부산의 인지도가 올라간 성과가 있다며 부산의 현안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는 데에 집중했다. 유치 활동에 나서는 과정에서 세계 각국에 부산을 알렸으며 재계도 이번 유치전을 통해 새로운 글로벌 시장을 발굴하는 기회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지역신문은 정부와 부산시 주요 인사들의 평가를 그대로 제목에 인용하면서 북항 재개발이나 가덕도 신공항 사업 등 부산의 현안이 엑스포 유치 실패에도 문제없이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유치 실패 이후 정부와 부산시가 재도전을 시사한 점을 그대로 알리기도 했다. 재도전에 앞서 유치 실패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지만, 언론은 이에 대한 비판 없이 정부와 부산시의 재도전 의사를 전하기만 했다.
3. 부산지역언론 엑스포 유치 보도 특징
1) 엑스포 유치 주요 이슈별 보도경향
행보 중계보도 많아, 보도량에 비해 의미 있는 보도는 부족
윤석열 대통령, 박형준 시장 1년 평가에 ‘엑스포 유치활동’ 긍정적 성과로 꼽기도
엑스포 유치 활동 기간 중 BIE 실사단 부산 방문이나 투표를 앞두고 유치전략을 BIE 회원국에 소개하는 프리젠테이션 발표, 최종 유치 투표 등 중요 이슈들이 있었다. 지역언론이 엑스포 관련 보도 중 가장 많은 보도를 쏟아내었던 BIE 실사단 맞이 준비, BIE 실사단 부산 방문, 4차 파리 프리젠테이션, 최종 투표와 관련된 보도경향을 살펴보았다.

대부분의 보도가 정부와 부산시의 발표를 그대로 중계하는 것에 집중되어 보도량에 비해 유치활동 행보 이외에 새로운 정보는 얻기 어려웠다.
BIE 실사단 부산방문을 앞두고 지역언론은 73건의 보도를 내보내며, 실사단 방문 일정과 행사 내용, 시민협조를 당부하는 부산시 보도자료를 전달했다. 부산시가 준비한 내용에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라는 2030엑스포 부산의 주제가 잘 녹여져 있는지 점검하는 보도는 찾기 힘들었고, 실사단에게 유치 열기와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줘야한다는 점을 부각했다. 지역방송은 이 기간에 2025년 월드엑스포 개최지인 오사카를 방문하여 일본의 성공적인 엑스포 유치의 비결과 부산의 전략을 짚어보는 기획보도를 선보이기도 했다.
BIE 실사단 방문 시기, 지역언론은 총 158건 관련 보도를 이어갔다. 신문은 하루 평균 10건, 방송은 2~3건 보도해 실사단 방문에 높은 관심을 보인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역시 보도 대부분은 실사단 방문일정을 정리해 알려주거나 실사단의 동정을 전달하는 데 그쳤다. 심지어 일부 기사는 실사단이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술을 마실지에 관심을 가지는 등 시시콜콜한 정보까지 전달하기도 했다. 실사단 방문행사로 빚어진 시민 불편이나 부산의 유치 계획에 대한 비판적 의견에 대해선 소홀했다. 또 엑스포 유치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를 강조하며 대통령의 행보를 주목하기도 했다.
6월 20일 제172차 BIE 총회에서 4차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한 것에 대해서도 지역언론은 많은 보도를 내놨다. 주로 정부와 부산시의 발표 자료를 인용하며 4차 PT가 엑스포 유치의 분수령이 될 중요한 자리라고 강조하며 K-콘텐츠로 승부수를 띄우고 유명 연사들의 PT가 이어질 것이라며 PT 계획을 알렸다. 그리고 PT가 끝난 22일에는 부산이 이번 총회에서 좋은 평가를 얻었다고 보도했다. 경쟁국의 PT에 대한 평가나 현지 언론 보도 등 다양한 입장을 소개하는 보도는 없었다. 또한 김건희 여사의 열쇠고리나 목발 짚은 최태원 회장의 사연 등 다소 가십적인 정보에 주목하는 한편, 부산시민의 유치 열기를 조명하며 특히 지역방송은 현장 연결을 통해 거리 응원전의 분위기를 전달했다. 이 기간, 우리나라 발표순서에 대통령이 늦게 나타나 대통령의 PT 지각 의혹이 제기됐지만, 지역언론에서는 부산일보만 지면이 아닌 온라인 기사 한 건을 내보냈다.
4월 BIE 실사단 방문과 6월 파리 4차 PT가 있었던 시기에 지역에서는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수산물 수입 논란으로 시민과 수산업계의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었다. 이에 일본 오염수 방류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시민사회의 활동이 많았던 시기이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기간 지역언론의 보도는 엑스포 유치를 더 주요하게 다루었고, 시민 안전 등 지역현안을 의제화하는데는 소홀한 경향을 보였다.
엑스포 유치 결정 마지막 주, 지역언론의 관련 보도건수는 총 141건이었다. 엑스포 유치 투표일 직전, 지역언론 대부분 엑스포 유치에 긍정적 전망을 쏟아냈다. 언론사가 자체적으로 지지표를 분석한 기사는 없었고 정부와 유치위, 부산시가 내놓은 발표 자료를 그대로 인용하며 ‘치열’, ‘접전’, ‘역전’ 등의 표현으로 기대감을 부풀렸다. 외신 중에는 사우디 지지가 120표 이상 예상된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지역언론은 이를 전하지 않았다.
엑스포 유치 실패가 확정된 이후에는 유치활동에 인사들의 활약에 주목하며, 그간 엑스포 유치 활동에 대한 평가와 실패 원인을 분석하기보다는 정부와 박형준 시장의 재도전 시사 발언을 부각하기도 했다.
한편, 지역언론은 윤석열 정부 1년과 박형준 시정 1년을 평가하며 ‘엑스포 유치 활동’을 긍정적 부분으로 언급했다. 국제신문과 부산일보는 각각 <엑스포ㆍ신공항은 속도…침례병원·먹는 물은 답보>(5/9, 1면), <북항 재개발·가덕신공항 기반 닦고 앞장서 엑스포 띄웠다>(5/9, 2면)에서 엑스포 유치와 산업은행 이전, 경부선 지하화 같은 공약이 속도를 내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의 부산 주요 공약들이 상당히 진척됐다고 평가했다. 부산MBC와 KNN 역시 <윤 대통령 1년, 부산 공약 성과와 과제는?>(부산MBC, 5/9)과 <‘윤 정부 1년’ 지역 공약 성적표는?>(KNN, 5/9)에서 엑스포 유치 지원과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 그리고 산업은행 이전을 이번 정부의 성과로 꼽기도 했다.
박형준 시장 1년에 대해서도 2030 부산엑스포 유치, 가덕신공항 건설 등에서 성과를 냈고, 이를 통해 글로벌 허브 도시 추진의 기반을 다진 한 해였다며 엑스포 유치활동을 긍정적 성과로 평가했다. 지역언론이 엑스포 유치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지표 점검 없이 박형준 시장의 핵심공약 이행률만을 근거로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다만 시민단체의 평가를 인용하며 엑스포 추진으로 시민 안전·민생 관련 정책이 소홀했다는 지적은 전했다.
엑스포 유치 관련 특정 이슈 이외의 기간에도 꾸준히 엑스포 관련 보도는 있었다. 대부분 지역기업의 기부 소식이나 박형준 시장의 유치 행보를 전하는 소식이었다.
2) 되돌아봐야할 보도 경향
정부나 재계 인사 행보 ‘과대 포장’
시민참여 강조했지만 보도에서는 ‘응원열기 배경’으로만
정부와 부산시의 발표 자료에 의존하는 모습뿐만 아니라 정부나 재계 인사의 유치 활동을 포장하는 양상도 발견됐다. 먼저 정부 행보 보도에 있어서 윤석열 대통령이 엑스포 유치를 위해 외교 강행군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국제신문은 <尹, 40여 개국 목표로 릴레이회담…金여사 ‘포차 외교’로 부산 세일즈>(2면, 9/21)에서 윤 대통령이 엑스포 유치를 위한 강행군을 이어갔다며 총 40개국 이상의 정상을 만날 계획이라고 전했다. 부산일보도 <닷새간 39개국 정상 만난 윤 대통령, 엑스포 유치전 진기록>(9/22)에서 닷새간의 방미 기간에 총 39개국 정상과 마주 앉았다며, 불과 한 달 만에 60개국을 채우는 ‘신기록’을 달성했다는 대통령실의 발언을 그대로 알렸다. 이런 보도 양상은 ‘한 총리 췰 틈 없는 부산세일즈’, ‘지구 6바퀴 돈’과 같이 한덕수 총리나 박형준 부산시장 행보 보도에서도 발견됐다. 이들의 유치 활동이 실효성 있는 행보인지 점검은 없었고, 지나치게 미화하는 보도가 대부분이었다. 지역방송도 지역신문만큼 정부 행보를 강조하지는 않았지만 ‘총력전’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정부나 부산시의 행보를 짧게 전달하는 기사는 여럿 있었다.
한편, 지역신문에서는 재계 인사를 부각하는 보도도 있었는데, 엑스포 홍보와 유치 활동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는 기사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유치위원장이었던 SK 최태원 회장이 다리 부상을 입은 것을 두고 ‘목발 투혼’이라며 그의 노력을 강조했다. 김건희 여사의 유치 행보를 주목하기도 했다. 부산일보는 <“부산은 더 뜨겁다” 김건희, ‘감성’ 홍보로 엑스포 유치전>(2면, 6/22)에서 윤 대통령과 다른 동선으로 유치전에 가세해 감성에 호소하는 홍보로 유치활동에 힘을 보태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BUSAN IS READY”(부산은 준비됐다)가 새겨진 김 여사의 가방 열쇠고리를 알리기도 했다. 국제신문도 <尹, 40여 개국 목표로 릴레이회담…金여사 ‘포차 외교’로 부산 세일즈>(2면, 9/21)에서 대통령 방미 기간에 김 여사가 한 행사를 찾아 외신기자를 만나 한국 포장마차 음식을 먹고 부산엑스포를 홍보한 것과 관련해 ‘포차 외교’라고 설명했다.
반면 유치 활동 참여를 강조하려다 시민을 대상화하는 경향도 보였다. 부산일보는 <대통령도 시민도 이번 주는 엑스포 세일즈맨>(4/4)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엑스포 유치를 위해 시민도 함께 참여해줘야 한다는 점을 부각했으며, <유치 활동의 처음이자 마지막은 ‘성숙한 시민 의식’>(4/4)에서는 “유치 활동의 마지막은 시민이 완성한다”는 부산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시민 노력을 강조했다. 부산MBC도 <100만 인파 ‘엑스포 위크’ 시민들 손에 달렸다>(3/30)를 통해 유치전에서 시민의 노력과 책임이 중요하다고 전했고, KBS부산과 KNN도 시민 동참을 호소하거나 알리는 기사를 썼다. 국제신문은 <환영식 앞장 다문화가정 청년 ‘포용의 도시’ 알린 일등공신>(4/6)에서 실사단 방문 당시 환영행사 곳곳에 다문화 가정 청년이 배치됐다며 이는 부산의 포용성을 알리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행사에 참가한 시민을 다소 대상화하는 측면이 있는 보도였다.
특정 기업 홍보성 기사도 보여
실효성 점검 없이 엑스포 유치와 연결해 부산시 추진 사업 알려
유치전과는 상관없는 특정 기업을 홍보하는 양상도 발견됐다. 국제신문은 <엑스포 염원 담은 특별 제작 주류 ‘대선 골드’ 나왔다>(4/4)를 통해 대선주조가 엑스포 실사단 방문에 맞춰 스페셜 에디션을 출시했다며 대선주조의 상품을 소개했다. 엑스포 유치 응원의 일환이라고는 하나, 홍보성이 짙은 기사였다. 부산일보도 <30년 기다림으로 빚은 매실주, 부산에 취하게 하라>(6/20)를 통해 대선주조의 술을 알렸다. 지역신문은 엑스포 유치 활동을 이유로 자사 행사를 홍보하기도 했다. 국제신문은 <부산도 ‘엑스포 키즈’ 키운다>(2면, 4/4)에서 부산시교육청과 연계한 ‘부산엑스포 키즈교육’ 사업 소식을 주요면을 할애해 전했고, 부산일보도 <2030 엑스포 유치로 놀라운 부산의 미래 ‘성큼’>(1면, 11/07)을 통해 자사가 공동주최한 ‘2023 스케일업 부산 컨퍼런스’ 소식을 알렸다.
한편, 엑스포 유치와 관련해 부산시가 진행하는 각종 사업을 알리는 문제도 있었다. <2030년 이기대 퐁피두 분관 추진 부산엑스포와 시너지 효과 노린다>(국제신문, 10/17)와 <엑스포 부산 랜드마크… 케이블카 연결 ‘황령산 전망대’ 2026년 준공>(부산일보, 10/10) 등이 그 예다. 퐁피두센터 분관이 부산에 유치했을 때 부산엑스포와 어떤 시너지 효과가 날지에 대한 언급이 없으며, 황령산 전망대 역시 환경훼손 우려가 제기되는 사업임에도 건설이 완료될 시 엑스포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부산엑스포와 실제 어떠한 연계효과를 낼지에 대한 분석 없이 각 지자체가 내놓는 기대를 그대로 받아 적은 것이다.
3) 주목할 만한 보도
경찰 과잉대응, 엑스포 기치 실현 정책 점검 등 짚어
실사단 방문 당시 경찰의 과잉 대응을 지적한 기사나 엑스포 주제와 모순된 정부의 환경정책을 비판 기사 등 단순히 정부와 부산시의 자료를 ‘받아쓰기’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검증 보도한 사례가 있었다. 다만 투표가 가까워질수록 이러한 점검 기사를 찾아볼 수 없었다.
국제신문은 <엑스포 실사때 집회 막은 경찰 정당 업무? 호들갑? 갑론을박>(4/5)을 통해 실사단 방문 당일 집회가 통제된 것과 관련해 비판적인 의견을 전달했다. 실사단 방문 당시 대부분 언론이 실사단 일정을 소개하고 시민들의 유치 응원전을 알리는 데 집중했던 것과 달리 실사단 방문과 관련한 부산시의 과잉 통제를 지적한 기사로 눈에 띄었다. KBS부산은 <엑스포 주제 ‘자연과 지속 가능한 삶’…“정책 절실”>(4/6)에서 기후문제 해결을 강조한 부산엑스포 구호와 맞는 정부의 실질적인 기후위기대응 정책 마련을 촉구한 환경단체의 목소리를 주목했다. 엑스포 추진과 관련한 다양한 목소리를 소개한 점에서 주목됐다. 또한 <2030 엑스포 부산 지지?…이웃 열강 ‘침묵’>(KBS부산, 9/6)과 <우리는 지지했는데..일본은 ‘침묵‘>(부산MBC, 9/10)은 미국과 중국, 일본이 여전히 부산엑스포 지지를 밝히고 있지 않다는 점을 알려 정부 엑스포 외교의 실상을 밝혔다. 부산MBC는 <부산엑스포 유치 ‘올인’, 시민 기대는 ‘글쎄’>(7/7)에서 엑스포 유치에 전력을 다하는 부산시와 달리 시민들의 기대감이 적다는 점에 주목했다. 엑스포 유치에 동의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만 부각된 다른 기사들과 달리 엑스포 유치에 대한 시민들의 여러 관점을 소개했다.
4. 나가며
엑스포 유치 기간 지역언론은 ‘검증 없는 받아쓰기’ 보도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단적으로 투표 결과 발표 전 언론이 사우디와 부산이 초접전이라고 보도한 것이 있겠다. 정부발 판세분석에만 의존하다 보니 객관적이고 정확한 분석이 이뤄지지 않았고 이 탓에 결과적으론 오보를 범하게 됐다. 사실 유치전에서 부산은 사우디에 절대적인 열세로 평가받았다. 외신의 주목도 사우디에 쏠려 있었다. 그럼에도 지역언론은 사우디와 박빙이며 2차 투표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정부의 기대를 전하기만 했다. 또한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엑스포 주제와 상반되는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한 시민사회의 지적이나, 동일한 가치를 지향하는 국가끼리 연대하겠다는 정부의 ‘가치 외교’가 엑스포 유치전에서는 불리하다는 우려 등이 있었지만, 이를 객관적으로 짚어보는 기사는 부재했다. 또 부산시가 엑스포 슬로건에 맞는 전략과 PT 발표를 하고 있는지 시민이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정보는 미미했다. 엑스포 투표가 진행되는 현지에서 부산에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는 소식만 전해졌을 뿐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대통령이 여러 정상과 만나 외교 진기록을 썼다거나 SK 최태원 회장의 ‘목발 투혼’, 김건희 여사의 열쇠고리에 주목하는 등 실제 유치 성과와는 상관없는 가십적인 이슈에 주목했다. 이는 소극적으로 받아쓰는 것을 넘어 정부와 유치위의 행보를 ‘적극 부각’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번 엑스포 보도를 점검하며 대형 국가이벤트를 유치함에 있어 언론의 역할은 무엇인가, 지역언론은 어떤 위치에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가 필요함을 확인했다. 부산시와 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막대한 외국 투자 유치 가능성 등 여러 기대효과를 내걸고 엑스포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당위에 지역 상공계와 정치권, 언론까지 나섰다. 대형 국가행사를 유치하고 운영하는 데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만큼 유치 이전에 행사로 발생하게 될 실질적인 효과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따라야할 것이다. 또한 유치 과정에서도 효과적인 전략과 운영이 진행되고 있는지, 현재 판세는 어떠한지 등 정확한 분석이 뒤따라야 한다. 이는 우선 정부와 부산시가 당연히 했어야 할 일이기는 하지만, 언론에게도 적극 요구되는 역할이다.
하지만 부산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부산 지역언론은 경제 활성화를 위한 엑스포 유치라는 당위에 힘을 싣는 것 외에, 엑스포 유치 전반을 감시하는 역할에는 소홀했다. 유치 실패 후에도 ‘졌지만 잘 싸웠다’고 자평하며, 실패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결여됐다. 막대한 세금과 인력이 투입되었고, 잘못된 예측이 기대감을 불러온 만큼 이에 대한 점검이 꼭 이루어져야 한다.
<끝>
[기획모니터] 지역언론, 대선 경선보도 무엇에 주목했나?
[2020 상반기 경제보도 모니터 보고서] 코로나 시기, 지역언론은 누구를 주목했나?
[주거보도 모니터링 결과보고서 요약본] ‘부동산’만 있고 ‘주거’는 없다?
*2020년 문화다양성리터러시 ‘주거보도’ 모니터링 결과보고서 요약본
‘부동산’만 있고 ‘주거’는 없다?
–부산지역 언론, 주거보도 무엇에 주목했나?
부동산 시장은 심리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하는 곳이다. 그래서 부동산 관련 보도는 정보 전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부동산시장 참여자들에게 시장의 ‘과열’, ‘냉각’ 상황을 인지하게 하여 거래를 활성화 또는 위축시키기도 하고, 실제 거래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의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특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부동산 실수요자에게 즉각적인 영향을 주는 시기에는 더욱 언론이 전하는 정보가 중요하다. 한편 부동산은 생존의 기본 수단인 ‘주거’의 공간이기도 하며 ‘주거’ 형태에 따라 부, 빈곤 등 경제 수준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은 ‘주거’보도 성격을 띠는 부동산 정보에 지역 언론이 어떠한 보도행태를 보이는지 모니터링 하였다.
분석기간: 2020년 7월 1일~10월 31일
○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중 2020년 하반기에 발표된 ‘7.10부동산 정책’, ‘7.31 임대차법 개정 및 3법 시행’, ‘8.2부동산 정책’을 기준으로 하여, 발표시점과 부동산 정책 효과를 분석한 최근의 보도도 반영한 시기
분석대상
○ 부산일보, 국제신문: 뉴스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인 빅카인즈(BIG KINDS)에 ‘주거’ 관련 검색어(주거 정책, 부동산 정책, 주거, 부동산, 전세, 월세, 임대, 임차, 임대인, 임차인, 주거 복지, 비주택, 비주택 거주자, 쪽방, 노숙인, 무주택자 등)를 입력하여 추출한 기사들 가운데 연관성이 없는 기사는 삭제, 601개 기사
○ 부산MBC, KBS부산, KNN: 메인 뉴스 방송 중 ‘부동산’, ‘주거’와 관련된 보도, 39개 뉴스
분석항목
○ 기사유형: 스트레이트 기사, 해설기사, 칼럼/논평/사설, 기고, 인터뷰 기사 등
○ 취재원: 정부, 부동산 전문가, 부동산 중개업계, 시민단체, 정치권, 지방정부, 건설사, 공기업, 시민, 세입자, 자료/문서 등
○ 보도내용: 정부발표 정책설명, 정부발표 정책해석/분석/평가, 부동산 동향(시세), 정치권 반응, 도시재생 및 재개발, 거시적 주거정책, 부동산 관련 경제정책, 주거복지, 분양정보 및 광고성 기사 등
○ 보도태도: 긍정, 중립, 부정(기사제목과 본문에 가치 평가적인 단어 포함 유무, 취재원 평가 아닌 기사 작성자의 평가)
○ 기사 내 언급 지역: 부산지역 16개 구·군, 경남권, 기타
모니터 결과_양적 분석
모니터 기간 중 지역신문의 주거보도는 스트레이트 기사가 271건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스트레이트+해설 기사가 198건으로 뒤를 이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설명하는 데만 급급해 정부 정책의 지역 영향에 대한 심층보도는 없는 경향을 보였다.
지역방송은 임대차보호법 등 시민들의 관심도가 높은 정책 변화임에도 정책 해설 기사는 거의 없었다. 보도량은 KBS부산이 가장 많았으나 부동산 시세 변화를 전하는 단신이 대부분이었다.
지역신문의 주거 보도는 정부 정책 전달 및 해석, 정치권의 반응 등 중앙 정치중심으로 다뤄졌다. 관련 기사는 총 178건으로 약 50%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지역과 직접 관련된 보도는 부동산 동향, 도시 재생 및 개발, 도시 정책, 분양 소식, 주거 복지와 같은 단순 정보를 전달하는 기사에 집중돼 있다. 주거복지 기사도 주거취약계층의 주거환경 개선과 관련한 단신 기사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지역방송은 부동산 동향을 전달한 뉴스가 24건으로 61.5%를 차지했다. 비록 정책 소개 및 해석이 전국 방송에서 보도됐다 하더라도, 지역 정책에 대한 해석이나 평가 등 세부적인 보도가 없는 점은 비판 받을 지점이다. 또 주거복지 보도가 4건(10.26%) 있었지만 내용은 주로 공공임대주택 모집 등 단순 전달 기사가 대부분이었다.
방송 뉴스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취재원은 자료문서로 15건(31.91%)이었다. 문서/자료의 대부분은 부산지역 부동산 시세를 전달하는 ‘한국감정원’ 월별 주택가격동향을 인용한 것으로 보도내용 중 부동산 동향 기사 비중이 높은 것을 반영한다.지역신문 주거보도 관련 취재원은 크게 중앙과 지역 두 범주로 나뉘었다. 중앙에 관련 취재원은 정부, 정치권, 자료/문서 순으로 총 316건(51.98%)으로 나타났다. 이는 약 50% 비중을 차지하는 정책 설명/해석, 정치권 반응의 보도 내용을 다시금 입증하는 결과다. 지역 관련 취재원은 도시 재생 및 개발, 도시 정책, 부동산 동향 기사, 분양 소식의 영향으로 지방정부, 공기업, 건설사가 146건(24.01%)을 차지했다.
신문과 방송 모두 부동산 전문가 취재원은 이영래 부동산 서베이 대표, 강정규 동의대 부동산대학원장, 김혜신 솔렉스마케팅 부산지사장 등에 치중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사 내 지역은 신문기사와 방송뉴스 모두 해운대구, 수영구, 동래구가 가장 많이 언급됐다. 신문기사는 해당 지역이 109건이었으며 해운대구, 수영구의 인접지역인 남구까지 포함시킬 경우 132건으로 전체 기사의 약 55%를 차지했다. 방송뉴스는 ‘해수동’ 언급 횟수는 44회(44.71%)였다. 해수동이라 불리는 이 지역들은 현재 아파트 가격이 가장 비싼 지역이고 상승률도 높다는 이유로 부동산 동향 기사에 빈번히 등장했다. 그 외 지역은 신문 기사에서 소외되는 양상을 보였다. 그나마 언급한 기사는 주거복지 기사 즉 주거환경 개선에 관한 단신 기사에 한정됐다.
기사는 일반적으로 기자의 주관적 평가를 제한하고 사실 위주의 문장을 구성하기에, 기사의 보도 태도는 중립적인 경향을 띤다. 실제로 주거 보도 모니터 결과에서도 중립이 신문기사는 403건(67.05%), 방송뉴스는 35건(89.7%)로 가장 높았다. 정책해설이나 평가보다는 부동산 시세 단신 보도가 많았던 경향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부산지역 언론의 주거보도 특징
○ 정부의 ‘부동산 정책’ 전달에 치중, 지역 상황에 따른 해석 기사 부족
정치 갈등으로 소비되는 부동산 정책 기사
정부 정책 전달, 해석기사는 부동산 정책이 단기적으로 아파트 시세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다루는 단편적 내용에 집중됐다. 부동산 정책들이 부산지역에 미치는 단기적 영향과 중‧장기적 영향을 짚어보는 분석이나 지역의 상황 등에 관한 정보는 충분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성이 강한 부동산 특성을 살리지 못한 것이다.
반면에 부동산 정책 이슈가 주목도가 높아진 만큼 불필요한 보도도 쏟아져 나왔다. 정부 대책과 별개로 여야가 경쟁하듯 쏟아내는 부동산 법안에 대한 정치권의 평가와 갈등을 지역신문이 그대로 보도하는 경향을 보여 부동산 정책 자체가 정쟁의 대상이 되고 있었다.
○ ‘오름세’ 강조하며 투기심리 자극하는 보도 많아..
기사 제목에 ‘들썩’, ‘오름세’, ‘최고가 갱신’, ‘상승세’, ‘최대어’, ‘투자 매력’ 등 부동산 시세를 중계하는 듯한 단어가 많이 등장했다. 기사의 내용에서도 특정지역에 대한 극단적 사례를 보도하여 부동산 시세 변화를 확대 해석하게 하는 경향도 보였다. 이러한 보도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기여하기보다 주거 실수요자로 하여금 혼란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또한 서민들은 상대적 박탈감이나 주거지에 따른 심리적 간극이 발생하여 갈등이 야기될 수도 있다.
○ ‘동부산권’ vs ‘서부산권’을 가르는 보도 경향
보도에서 지역을 언급하는 경우 ‘동부산권’, ‘서부산권’과 같이 지역별 양극화를 보여주거나, ‘해수동’, ‘해수남동’ 등과 같이 특정 지역을 엮어 하나의 브랜드처럼 ‘네이밍’하여 부각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지역별 편차를 프레임화 하거나 특정 지역을 부동산 시세 상승 지역인 것으로 부각시켜 투기를 조장하는 원인으로 작용 할 여지가 있다. 이는 제 2의 강남과 강북 담론으로 고착화될 우려를 낳는다.
○ 주택보유자와 매도자 중심의 정보 구성,
무주택자를 위한 정보는 없어…
언론에서 보도하는 기사들이 주택보유자와 매도자 위주의 정보로 구성되어 있어 무주택자를 위한 정보는 턱없이 부족했다. 시민사회의 대안적 목소리나 저소득층, 서민들의 생존과 직결된 주택문제는 외면하는 것으로 보여, ‘부동산만 있고 주거는 없는 보도’로 풀이되었다. 실제로 수십억씩 호가하는 고가의 고층 아파트 거래 가격은 서민들의 삶과 동떨어진 정보이다. 무주택자들을 위한 주거 관련 정보는 대부분 공공임대와 관련된 단신 기사로 그 건수도 많지 않았다.
○ 편중된 취재원, 다양한 이해관계 반영에는 한계 크다
취재원으로 인터뷰한 정보원의 구성에도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실명인터뷰의 경우 ‘강정규 동의대 부동산대학원학장’, ‘이영래 부동산 서베이 대표’ 등 소수의 부동산 전문가만 인용됐다.
이러한 취재원의 편중은 다양한 시각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문제가 된다. 특히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주민을 취재원으로 인터뷰한 기사는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이번 부동산 정책이 임대차보호법 등 실수요자와 서민들을 위한 정책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측면에서 정책의 주요 대상자의 목소리가 덜 반영된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 각종 장점 부각한 아파트 분양 홍보성 기사
언론 신뢰도 스스로 떨어뜨려
지역의 주요한 신문이라는 신뢰와 공신력을 믿고 기사를 읽는데, 막상 기사를 읽어보면 아파트 분양사와 협조해서 쓰는 광고 같은 느낌을 받아서 신뢰감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이번 모니터링 기간에도 분양 소식 기사는 분양 광고를 연상시켰다. 전형적인 광고 기사 형식으로 제목에서부터 타 기사와 달리 ‘호재’, ‘명품’, ‘고품격’, ‘최대어’, ‘프리미엄’같은 긍정적인 단어를 적극 사용했다. 또한 청약 경쟁률을 강조한 기사 역시 빈번히 등장했는데, 청약 경쟁률과 함께 해당 아파트의 장점을 부각하기도 했다.
○ ‘주거’의 관점으로 대안 제시한 기사들
부산지역 언론 주거보도의 가장 큰 특징은 지역민들의 ‘주거’ 안정화에 대한 관심보다 ‘부동산’ 동향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호황이 부산 시민의 주거 안정과 반드시 정비례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부동산 가격 오름세 국면에서는 지역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필요한 정책이나 규제에 더 주목해야 하는 것이 지역언론의 역할일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건수는 적았지만, <품격높이고 차이 줄이자-동네별 격차 컸다>(국제신문, 9월 1일), <‘부산 격차’ 해소 중단기 대책 서둘러야>(국제신문, 9월 8일) 등 부산의 부동산 관련 정책과 현황을 ‘주거’의 관점으로 살펴 본 기사들은 ‘주거보도’의 좋은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주로 지역과 계층에 따른 주거의 빈부격차, 주거빈곤의 실태를 짚었다.
특정지역 명명, 지역 이미지 고착화에 신중하고,
투자, 재테크가 아니라 ‘사람이 사는 삶의 공간’으로 접근하는 관점 필요
특정 지역을 명명하여, 주요 특징을 보도하는 것은 해당지역에 대한 긍정적 또는 부정적 이미지를 고착화시키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특히 ‘해수동’, ‘해수동남’, ‘해수’, ‘남동’ 등 지역을 묶는 것은 그 외 지역은 소외시키는 측면이 있다. 어디에 사는지, 어느 아파트 단지인지, 몇 평인지, 전세인지, 월세인지 등을 따져 묻는 사회에선 누군가를 주눅 들게 하고 사회 갈등과 주거 불평등만 증폭될 뿐이다. 그렇기에 언론에서 특정지역을 명명하고, 지역에 대해 규정하는 것에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주거자본주의(residential capitalism)라 불리는 집의 상품화와 자산화는 주거 관련 보도가 투자와 재테크 관련 정보로 전락하게 하는 요인이다. 언론은 사는 곳에 따라 사람들을 서열화하고 차별 짓는 ‘주거자본주의’가 아닌, 주거의 다양함이 상생할 수 있는 ‘주거민주주의’로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보고서의 자세한 내용은 <‘주거보도’ 모니터링 결과보고서> 파일을 참조해주세요.
이번 모니터링은 부산차제연이 출범한 2018년부터 2025년까지 8년간의 부산 지역 주요 언론 보도를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분석 대상은 국제신문, 부산일보, KBS부산, 부산MBC, KNN과 오마이뉴스 부산지역 보도이다. 오마이뉴스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와 진보적 의제를 적극적으로 알려왔기에, ‘차별금지법’ 이슈를 지역에서 어떻게 보도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분석대상에 추가하였다. 분석대상 보도 선정은 일간지의 경우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인 빅카인즈를 통해 ‘차별금지법’ 키워드로 검색하였다. 방송3사와 오마이뉴스는 각 매체 공식 홈페이지에서 동일 키워드로 추출한 보도를 분석대상으로 삼았다.
단순한 양적 부족을 넘어 보도의 구성과 전달방식에서도 뚜렷한 한계가 확인됐다. 먼저 보도 시점이 특정 국면에 편중되어 있었다. 전체 보도의 64.0%(48건)가 국회 국민동의청원(2021년)이나 대선(2022년) 정국에만 집중되었다. 이는 지역언론이 인권 가치를 상시적인 취재 과제로 설정하기보다, 정치 일정이나 사회적 이벤트 발생 시에만 반응하는 ‘이벤트 중심 보도’에 치중한 것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