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는 2020년 4월, ‘살아남은 형제들-형제복지원 절규의 증언’ 영상 구술사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해당 프로젝트는 <부산일보>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해 공개됐는데요, 형제복지원 피해자 33인의 증언을 글과 영상으로 담아낼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까지 기록된 형제복지원 피해자 28명의 증언을 통해 33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진실이 더 많음을 알 수 있었는데요. 형제복지원에 들어가게 된 각기 다른 계기에서부터 형제복지원에서의 인권 유린 사례 그리고 형제복지원을 벗어났지만 벗어난 게 아니었던 이후의 삶까지. <부산일보>의 이번 프로젝트는 형제복지원 사건 진실 규명에 한 걸음 더 다가갈 계기가 되어줬습니다.
<부산일보>는 11월 2일 자 1면에 <“우리의 목소리, 제발 들어 주세요”… 형제복지원 ‘살아남은 형제들’>(이대진 기자) 을 실었습니다. “10개월에 걸쳐 형제복지원 인권유린 참상의 기록을 집대성한 인터랙티브 페이지를 완성해 2일 독자께 선보인다.”고 인터랙티브 페이지 개시를 알렸는데요. 해당 기사는 “그동안 전국 각지에 흩어져 숨죽인 채 살아온 피해자들. 이들에겐 얘기를 들어 줄 ‘귀’, 대변해 줄 ‘입’이 필요했다”며 <부산일보>가 구술 영상 프로젝트를 통해 피해자의 증언을 기록한 이유와 나아가 단순 기록에서 머무르지 않고 인터랙티브 페이지 제작을 통해 확산력을 높이고자 한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방문해 본 인터랙티브 페이지는 ‘증언·증거·기억·기록’ 5개 챕터로 구성돼있었는데요. 한 페이지에서 스크롤만으로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의 증언부터 형제복지원 시설 현장, 관련 자료까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1987년 세상에 처음 드러난 이후 공동체의 기억 속에서 차츰 잊혀 가던 형제복지원 사건. <부산일보>의 ‘살아남은 형제들’ 프로젝트는 피해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로 당시의 참상과 이후의 삶을 전달했습니다. 이를 통해 형제복지원 사건이 피해자들의 기억 속에서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음을, 우리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하는 문제임을 다시금 상기시켰습니다.
지난 7일 경기도 시흥에 인공서핑장 웨이브파크가 개장했습니다. 타지역 소식이었음에도 관련 내용은 9월30일부터 10월23일까지 총 14차례 부산 지역 언론에 등장했습니다.
웨이브파크는 부산지역 건설사인 대원플러스건설이 만들었습니다. 앞선 2016년, 대원플러스건설은 ‘동부산관광단지 인공서핑장 조성 사업’을 부산시에 제안한 바 있는데요. 부산시는 해당 사업을 2년간 검토했으나, 최종적으로 무산 결정을 내렸습니다.
부산에 건립하려다 시흥으로 옮겨간 인공서핑장. 그 탓에 부산지역 언론의 관심이 시흥 웨이브파크로 쏠린 겁니다.
지역 언론은 웨이브파크를 두고 ‘대어’, ‘3조 원 관광인프라’, ‘세계 최대 인공 서핑장’이라 표현했는데요. 또 향후 예상되는 고용·생산효과를 언급하며 웨이브파크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내비쳤습니다.
한 건설사의 동일한 인공서핑장 조성 사업이라 할지라도, 어디에 들어서느냐에 따라 예상되는 연 방문객 수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또 매립 후 10년 간 사업 개발자가 나타나지 않아 유휴부지였던 시화호엔 인공서핑장 조성 사업이 적합할 수 있지만, 동부산관광단지라면 사업의 적합성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부산 지역 언론은 여러 가지 제반 조건은 따져보지 않은 채 인공서핑장이 부산에 조성되지 못한 이유로 부산시의 소극행정을 꼽았습니다.
국제신문, 10/9, 장호정 기자
국제신문의 <부산시 미적댄 사이, 3조대 관광인프라 수도권 빼앗겨>(10/9, 장호정 기자)에 따르면 부산의 상공계, 학계, 언론계 인사 60명은 버스 3대에 나눠 타고 시흥 웨이브파크 개장식에 참석했다고 합니다.
해당 기사는 개장식에 참석한 지역 상공계·관광업계 인사들의 소회를 전했는데요. “지역 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부산시는 이번 사건을 엄중한 인식으로 바라봐야 할 것”, “부산시 인사가 낯부끄러워 (개장식에) 오겠나”, “공익성을 담보하는 차원에서 시가 관광인프라 개발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할 때다”와 같이 웨이브파크를 부산에 유치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 부산시 행정에 대한 아쉬움 등이 갈무리됐습니다.
또 기사는 해상케이블카 등 지역 사업이 답보인 상태에서 ‘웨이브파크’ 사례를 교훈 삼아야 한다고 적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년간 무상사용에 수익허가 방식으로 운용되는 웨이브파크에 어떠한 공익성이 담보되었는지는 기사에 담겨있지 않았습니다.
웨이브파크에 대한 언론의 논조도 지역 상공계 인사들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3대의 버스를 함께 타고 웨이브파크 개장식에 참석했다는 지역의 상공계, 학계, 언론계. 그 결과 상공계 인사의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보도한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습니다.
부산일보, 10/13, 김마선 기자
부산일보는 데스크칼럼 <소 잃고도 외양간 안 고치는 부산시>(10/13, 김마선 기자)를 통해 기사엔 미처 다 담지 못한 웨이브파크에 대한 아쉬움을 적극적으로 드러냈습니다.
해당 칼럼은 웨이브파크 사업은 부산이 ‘놓친 떡’이라며, 민선7기를 “기업인들을 적폐로 취급하고, 개발사업은 색안경을 끼고 봤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공공성 강화’라는 명분에 짓눌려 부산이 점점 활력을 잃어간다고 지적했는데요. 뒤이어 대원플러스건설 최삼섭 회장에 대해선 “최 회장은 출장 시 차에서 김밥으로 아침을 때우곤 한다. 기회와 이익이 있다면 고생도 마다않는다.”고 평가했습니다.
끝으로 웨이브파크 개장식을 앞두고 전국 지자체가 최 회장에게 사업을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는 사실을 알렸는데요. 기자는 자신이 최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부산시에서 연락이 왔느냐 물었지만 “아직 없다”고 답이 왔다며 최 회장에게 연락하지 않은 부산시에 대해 “실패에서 배우지 않는 것이 진짜 실패”라 평가했습니다.
9/30~10/23, ‘웨이브파크’ 관련 부산지역 언론 보도 목록
부산지역 언론 5개사 중 ‘웨이브파크’ 개장 소식을 뉴스로 전하지 않은 건 KBS부산이 유일했습니다. KBS부산은 유튜브 채널 ‘부케부캐’를 통해서만 웨이브파크를 언급했습니다.
이후 지난 21일 부산시의회 임시회 시정질문에서 ‘웨이브파크’가 언급되며 4건의 보도가 추가로 이어졌습니다. 국제신문 <“제2 웨이브파크 사태 막아야”…난타 당한 부산시 소극행정>(10/22, 이병욱 기자), 부산일보 <‘웨이브 파크’, 부산시 복지부동 ‘대표 사례’ 오명>(10/22, 김영한 기자), 부산MBC <부산시의회, 인공서핑장 무산 경위 추궁>(10/21, 이만흥 기자), KNN <‘인공서핑장도 놓치고’, 민자사업 ‘하세월’>(10/21, 김성기 기자) 4건 기사 모두 사업타당성은 들여다보지 않고, 부산시의 무사안일한 행정력이 부산의 관광 인프라를 발목잡고 있다는 시정 질의를 그대로 전하는데 급급했습니다.
사업 담당 공무원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는 사실을 비롯해 행정상의 문제가 있었다면 이를 비판하는 것은 분명 지역 언론의 역할입니다. 하지만 이번 ‘웨이브파크’와 관련해 지역언론이 부산시를 향해 보여준 비판은 구체적인 취재는 생략한 채, 되려 공익성과 공공성이라는 가치가 부산지역 발전의 걸림돌인 양 강조해 안타까움이 큽니다.
한 건설사가 부산에 먼저 제안했으나 시흥에 조성된 인공서핑장, 개장 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서핑장이 부산시의 오명으로 남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그럼에도 이번 사례를 빌미삼아 지역사회에서 합의도 되지 않은 각종 개발 사업을 일사천리로 추진해야 한다는 논조의 기사를 쓴 지역 언론들. 지나친 비약은 아니었는지 묻고 싶어집니다.
10·16 부마민주항쟁은 4·19 혁명, 5·18 광주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과 함께 우리나라 ‘4대 민주항쟁’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지난해에서야 국가기념일로 지정됐습니다. 하지만 아직 진상규명 및 피해자 명예회복은 관련 규정 미비와 사료 부족으로 멀기만 합니다.
이번 지역언론 톺아보기는 10월 16일 부마민주항쟁 41주년 기념일에 맞춰 지역언론은 어떻게 보도했는지 살펴봤습니다.
‘다시 쓰는 부마항쟁 보고서’…특별취재 한 국제신문
2018년부터 ‘다시 쓰는 부마항쟁 보고서 1·2 시리즈’를 보도한 국제신문은 10월 16일, 피해자들의 삶을 집중 조명하는 세 번째 시리즈를 시작했습니다.
16일 1면 <41년간 치유 못한 ‘시월의 恨’···트라우마센터 절실>(김화영·신심범 기자) 기사에서 부마항쟁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를 치료할 치유 센터가 필요함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부마 취재했다 A급 중대사범 찍혀··· 7년간 기자생활 못 해”>(김화영 기자), <항쟁 다음날, 신문엔 기사 한 줄 없었다>(김화영 기자), <부마 관련자 요주의 인물 낙인에 생활 애로··· 배·보상 강화를>(김미희·민경진 기자) 기사를 연달아 실어, 부마항쟁 피해자들의 생생한 증언과 제대로 된 피해자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을 짚었습니다.
부마민주항쟁보다 ‘신공항’에 주목한 부산일보
부산일보는 10월 16일, 부마민주항쟁 관련 기사는 싣지 않았습니다. 부마민주항쟁을 주제로 한 기사는 10월 19일 사회면 하단에 단 1건 있었는데요. <41주년’ 부마민주항쟁 기념 조형물, 마산에 ‘우뚝’>(이성훈 기자)기사로, 경남 창원시와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이 ‘부마민주항쟁 조형물’ 제막식을 가졌다는 내용의 기사였습니다.
한편, 10월 19일 1면 머릿기사로 정세균 총리의 부마민주항쟁 기념사 중 신공항 관련 발언에 주목한 기사를 실었습니다(<정부, 김해신공항 백지화 대세론 굳혔다>, 전창훈 기자). 기사는 “부울경 여망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총리의 말을 강조하며, 정부가 김해신공항 백지화에 무게를 싣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을 했는데요. 이는 정총리 기념사에서 부마항쟁 의미와 피해자 명예회복에 대한 발언보다는 ‘신공항’ 관련 메시지에 더 집중한 모양새였습니다.
부마민주항쟁 피해자 고통과 진상규명에 주목한 KBS부산, 부산MBC
KBS부산과 부산MBC는 부마민주항쟁 피해자의 고통과 명예회복에 주목했습니다. KBS부산은 10월 16일 <처우 개선은?···부마항쟁 피해자 고통은 여전>(정민규 기자)에서 부마민주항쟁 피해자에 대한 평가와 보상이 규정 미비로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어, 제도 보완이 필요함을 지적했습니다.
같은 날 부산MBC는 뉴스데스크에서 부마민주항쟁 41주년 기념식 소식과 사료 부족으로 진상규명이 더뎌지고 있는 점을 조명했습니다. <시위대의 눈에 비친 ‘부마항쟁’‥그림으로 재탄생>(류제민 기자)에서 당시의 모습을 그림으로 남겨 전시회를 연 ‘부마항쟁의 기억, 41년 전’ 전시회를 소개했는데요. 부마민주항쟁 당시 사진과 영상자료 등 사료가 거의 없어 진상규명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단신으로 기념식 소식만 알린 KNN
KNN은 10월 16일 뉴스아이에서 <부마민주항쟁 41주년 기념식 열려> 단신으로 부마민주항쟁 41주년 기념식 소식을 간단하게 전했습니다. 정세균 총리의 기념사와 행사에 참석한 주요 정치인 소개에 그쳤는데요. 부마민주항쟁의 의미와 과제는 따로 짚지 않았습니다.
부마민주항쟁 진상규명과 피해자 명예회복‧보상을 위한 조사 기한이 1년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정부와 부산시, 관련 기관뿐 아니라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만큼 지역 언론의 보다 적극적인 보도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