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은 2022년 1월 11일부터 16일까지 개방형(주관식) 온라인설문을 배포하여 20대 대통령 선거보도에서 유권자가 보고 싶은 보도를 묻는 의견조사를 진행하였다. 시민들의 의견을 토대로 과연 지역언론은 이번 대선에서 어떠한 점에 주목하여 선거정보를 전했는지 분석했다.
1. 모니터 기간 및 대상
2. 분석항목 및 조작적 정의
의견조사에서 추출된 유권자가 보고 싶은 뉴스와 보고 싶지 않은 뉴스의 주요 항목과 조작적 정의는 아래와 같다.
3. 결과
시민 의견조사에서 보고 싶은 기사로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은 단연 ‘정책 기사’였다. 정책기사를 ‘정책 단순언급’, ‘정책 설명’, ‘후보별 정책비교’, ‘정책 분석/평가’로 세분화하여 기사량을 분석했다. 대선기사 750건 중 160건이 정책기사로 코딩되어 21.3%를 차지했다. 그 중 ‘정책 단순언급’기사는 65건(8.7%)으로 가장 많았고, ‘정책 설명’기사 38건(5.1%), ‘후보별 정책비교’ 기사 27건(3.6%), ‘정책 분석/평가’ 기사 30건(4%)이었다.
시민들의 민주적 정치 참여를 유도하는 유권자 의견 및 정책 제안과 관련된 기사는 77건으로 전체 선거보도의 10.3%를 차지했다. 이 중 방송뉴스는 18건으로 리포팅 보도는 7건, 단신으로 전한 보도는 11건으로 더 많았다. 유권자 의견이나 정책제안 내용의 신문기사는 59건으로 이중 외부의견(기고, 칼럼 등)이 31건으로 가장 많았다. 스트레이트 기사 19건, 기획기사 7건, 사진기사 2건이었다. 이는 지역언론이 선거시기에 시민사회와 유권자의 의견을 10건 중 1건을 보도했지만 주로 단신이나 외부기고를 통해 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민들이 선거시기에 유용하지 않다고 생각한 뉴스는 평가나 분석 없이 수치상으로만 후보의 순위와 우열을 나열하는 경마중계식 보도, 정치권의 갈등과 막말 등을 중계하는 정치혐오를 부추기는 보도, 제목에 편견을 부추기는 발언 정치인의 발언을 그대로 옮기는 ‘따옴표 보도’ 그리고 특별한 정보값 없이 후보의 이미지만 부각시키는 행보 중심보도 등을 꼽았었다.
분석결과 경마중계식 보도는 19건(2.5%), 정치혐오 조장 보도는 96건(12.8%), 제목 따옴표 보도 208건(27.7%), 행보 중심 보도 176건(23.4%)이었다. 경마중계식 보도는 낮은 수치를 보였지만, 전반적으로 유권자가 보고 싶은 보도보다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는 지역유권자들이 원하는 선거정보를 지역언론이 충족시키지 못한 결과라고 보여진다.
대선이라는 전국 이슈에서 지역언론이 할 수 있는 역할에는 물론 한계가 존재한다. 하지만 지역민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유권자’이다. 후보들이 지역을 방문했을 때 그들의 사소한 일정이나 발언만을 보고 듣기보다는 후보들이 내어놓은 지역관련 공약을 지역민의 눈높이에서 분석·평가한 보도를 지역 유권자들은 원한다.
이제는 지방선거다. 지방선거에서 지역언론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각 후보들의 공약 실현가능성, 후보자질, 정책검증 등 지역언론이 유권자에게 꼭 필요한 선거 정보를 꼭 묻고 따져주길 기대한다.
서구의 엘시티. 송도해수욕장 옆 주상복합아파트 이진베이시티를 일컫는 말이다. 애초 관광지로 개발할 계획이었던 매립지 일대에 아파트가 들어서게 되면서 특혜 의혹이 일기도 했다. 서구는 2019년부터 이진베이시티와 공공기여금 협상을 이어왔고, 지난 24일 110억 원의 공공기여금 협약서를 체결했다.
2019년부터 시작된 협상이 진척이 없자, 서구와 시행사는 지난해 12월에 협상단을 꾸렸다. 서구 협상단은 공공기여금 180억과 공영 주차장 조성 비용에 해당하는 200억을 더해 380억을 요구했는데, 시행사 협상단은 100억을 제시했다. 협상이 결렬되는가 했는데, 공한수 서구청장이 전광수 이진종합건설 회장을 만나 10억 원과 호텔 직원 일부 채용을 추가로 받아내면서 공공기여금 110억 원에 최종적으로 협약이 맺어졌다.
주차장 비용에 해당하는 200억 원도 안 되는 110억 원으로 공공기여금이 결정된 것은 시민의 입장에서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군다나 해당 사업은 2020년 12월 한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인허가 특혜 의혹, 보도 무마 시도 등이 알려지면서 지역민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이로 인해 특혜 의혹의 중심에 있던 현직 국회의원은 시끄럽게 탈당했고 현재는 조용히 복당해 활발하게 당 활동을 하고 있지만, 지역언론은 해당 국회의원의 입당, 전광수 회장의 1심 판결 소식 등은 작게 보도했다.
서구와 이진베이시티 협약 체결 소식은 국제신문, 부산일보, 부산MBC가 보도했다.
국제신문은 <부산 송도 이진베이시티 공공기여, 100억으로 결론내고 협상 마무리>(3/25, 8면)를 통해 협약 소식을 전했는데, 서구가 반대 의견을 낸 협상단을 설득하지 않고 협상을 체결해 버렸다며 그 이유로 부산시가 내건 애매한 조건을 들었다. ‘사회 통념상 시민이 이해하는 수준의 공공기여’가 그것인데, 국제신문은 3월 11일 자 온라인기사에서도 이 조건의 애매함을 짚었다.
부산일보는 <송도 이진베이시티 공공기여금 ‘110억’ 협약 체결>(3/25, 10면)을 통해 서구와 시행사의 이번 협약에 대한 비판 지점을 짚기 보다, 협약 체결 내용만을 기술했다. 부산일보는 3월 한 달간, 송도 이진베이시티이 공공기여금 협상과 관련해 3건의 기사 모두 10면에 배치했다.
부산MBC는 <이진베이시티 공공기여 100억 원 타결 “사업자 입장만 반영”>(3/24, 리포팅)을 통해 ‘100억에 송도의 영구 전망을 팔았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강조했다. 해당 사업이 현직 국회의원 일가가 소유한 업체의 개발로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는 것도 짚었다. 무엇보다 리포팅 마무리에 사업자측은 주거비율 80% 상향시 수익규모를 334억원으로 전망했지만, 2020년까지 누적된 분양 수익은 1,573억원에 이른다는 점을 전했다.
KBS부산은 3월 한 달간 ‘송도 이진베이시티 공공기여금’ 건을 단 한차례도 보도하지 않았으며 KNN은 3월 14일 자 뉴스아이에서 <송도 69층 아파트, 5월 준공승인 불투명>이라는 제목으로 협상 결렬 소식을 전했다. 이진베이시티를 송도판 엘시티라며 ‘서부산권 부동산 시장의 최대어’라고 수식했다.
지난 14일 부산 송도 이진베이시티 공공기여금 협상 결렬에 대해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는 15일 입장을 발표했다.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는 송도 이진베이시티 건설로 초래가 예상되는 교통난, 골바람, 빛 반사 등을 언급하며 자연재해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고, 이러한 재난 비용에 국민 세금이 아닌 시행사의 공공기여금이 투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구뿐 아니라 부산시가 책임을 다해 시행사에서 공공기여금을 받아낼 것을 주문했다. 4월 입주가 예정된 입주민을 볼모로, 또 ‘사회통념상 시민들이 이해하는 수준’이라는 애매한 조건으로 협상을 지지부진하게 이끄는 이진베이시티에 준공 승인을 보류하고 개발이익 환수방안을 구체화하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해당 성명은 국제신문의 온라인 기사로만 확인할 수 있을 뿐, 지역언론은 보도하지 않았다.
민락동 미월드 폐장(2013년) 이후 10년 만에 부산에 테마파크 시설이 개장한다. 롯데월드는 17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나흘간 사전 운영 기간을 거친 후 31일 정식 개장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박형준 부산시장도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도시철도 2호선 연장선 오시리아선 조기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이하 롯데월드 부산) 개장에 따른 교통 혼잡 해소를 위한 대책이었다.
△ 롯데월드 부산 개장 관련 3월 17일자 방송3사 보도(KBS부산, 부산MBC, KNN 순)
공영방송인 KBS부산과 부산MBC는 롯데월드 부산 측의 홍보성 보도자료에 기반한 리포팅을 보여줬다. 먼저 KBS부산은 2분 18초 길이의 리포팅에서 1분 20초를 롯데월드 부산을 홍보하는데 할애했고, 이어서 부산시와 롯데 측의 교통 대책을 언급했다. 롯데월드 부산 개장에 대해선 나무 모양 조형물, 주요 놀이 기구까지 세세하게 짚어줬으면서, 교통 대책은 추가 설명이나 비판 없이 나열해 아쉬웠다.
부산MBC는 관련해 2건의 기사가 있었다. 먼저 17일에는 <롯데월드 이달 말 개장 “부산 관광즐거워진다”>에서 부지의 규모, 놀이 시설 종류, 핵심 놀이 기구 등을 소개했고, 교통대란에 대한 우려는 리포팅 말미에 한 문장으로 전달했다. 이어 18일, <부산시, 혼잡 우려 부산 롯데월드 교통 점검> 단신 기사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이 롯데월드 내부를 둘러보는 영상과 함께 부산시의 교통 대책을 전달했다. 롯데월드 내부를 둘러보는 것이 교통 점검과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 의문이다.
△ 롯데월드 부산 개장에 따른 교통대란 대책 전달한 KNN 17일자 리포트 화면 갈무리
KNN은 17일, 롯데월드 부산 개장과 관련해 2건의 리포팅을 내보냈다.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이달 개장>은 앞선 KBS부산, 부산MBC와 마찬가지로 사전 운영 기간에 맞춘 홍보성 기사였다. 이어서 <오시리아 롯데월드, 교통대란 대책은?>을 보도했는데, 해당 리포팅은 개장 직후 교통 체증은 불가피하다며, 부산시의 17일 교통대책 발표를 컴퓨터 그래픽 등을 활용해 시청자가 이해할 수 있게 전달했다. 그뿐만 아니라 유일하게 ‘동부산 교통정체의 가장 큰 원인이 되는 롯데 측’이라고 설명하면서 롯데 측에도 교통대란에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개장 2주 앞두고 중장기적 교통 대책 발표
부산일보는 ‘효과 미지수’라 비판
롯데월드 부산 개장에 맞춰, 현란한 퍼레이드와 다채로운 놀이기구 시설의 ‘모습’을 영상으로 전달하는데 그친 방송 뉴스와 달리 국제신문과 부산일보는 부산시의 교통 대책에 주목했다. 두 신문 모두 18일 자 1면에 부산시의 교통 대책을 머리기사로 실었다.
먼저 부산일보는 <오시리아 연장선 2029년까지 완공>(3/18, 1면)을 통해 부산시가 부산도시철도 2호선 오시리아선을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해 2029년까지 조기 개통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오시리아선은 경제성 등의 측면에서 후 순위 사업이었을 뿐 아니라, 다른 노선들이 예타 조사를 손꼽아 기다려왔던 만큼 형평성에서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3면에서는 롯데월드 측의 교통대책도 전달하면서 대중교통 연계 할인은 근본 대책이 아닐뿐더러 도시철도 구축 역시 장기 계획이라 당장의 교통난 해소에는 미흡하다고 짚었다.
부산시와 롯데월드 측의 교통 대책을 1면 머리기사로 올렸고 5면에서는 이를 구체적으로 다시 한번 전달했다. 그다음 순서로 롯데월드 부산 개장에 맞춘 홍보성 기사를 배치했다. KBS부산과 부산MBC가 롯데월드 부산 개장 소식을 먼저 전달하고 ‘한편’이라며 교통대란을 곁다리로 언급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국제신문도 18일 자 1면 <반송터널·오시리아선 6년 앞당긴다>를 통해 부산시가 민간투자사업 방식으로 도시철도 2호선 사업을 추진한다고 전달했다. 롯데월드 부산 개장 소식은 8면 경제면에 배치했다.
지역언론의 보도를 종합해 볼 때, 경제성 측면에서 후 순위로 밀렸던 2호선 오시리아선이 민간투자자의 사업 참여 의지로 추진되게 됐다. 오시리아 관광단지 계획은 2005년에 수립됐는데, 롯데월드 부산 개장을 2주 앞두고서야 부랴부랴 교통 대책을 준비한 모양새나, 민자로 지하철을 연장하겠다는 등의 계획은 ‘한편’ 내지는 ‘부산시는 교통대책을 발표했다’는 나열 수준 이상의 충분한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KNN이 보도에서 언급했듯 ‘동부산 교통정체의 가장 큰 원인이 되는 롯데측’의 중장기적 교통 대책 마련 요구도 절실하다. 지역언론이 묻고, 따져주길 바란다.
시민모니터단은 지역언론이 유권자에게 후보와 정책을 잘 전달하는지, 불공정하거나 왜곡된 보도는 없는지 감시하는 활동을 합니다. 모니터 내용을 바탕으로 부산시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는 지방선거가 될 수 있도록 지역언론에 요구하고자 합니다. 언론의 역할에 관심이 있고, 지역언론 보도를 지속적으로 보실 수 있는 분이라면 누구나 함께 하실 수 있습니다.
-모집기간: 2022년 3월 21일~3월 31일 -모니터기간: 2022년 4월 11일~5월 31일
-활동내용: 지역언론 지방선거보도 모니터, 모니터 결과 토론과 보고서 작성
-사전워크숍: 4월 첫 주 (활동계획 공유, 모니터준칙과 방법, 지난 보고서 등 살펴보기 등)
검찰이 기소하지 않음으로써 권력을 가진다면, 언론은 보도하지 않음으로써 권력을 가진다. 지역언론은 MBC ‘스트레이트’가 부산일보 김진수 사장과 건설사 대표의 유착 의혹을 보도한 이래, 일련의 사안을 ‘보도하지 않음’으로써 지역언론 카르텔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9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부산일보지부는 부산일보 앞에서 삭발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횡령 의혹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김진수 사장의 퇴진을 촉구했다. 이어 16일부터는 서울 정동의 정수장학회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이를 보도한 지역언론은 없었다.
3월 11일, 정수장학회는 정기주주총회를 열어 부산일보 김진수 사장을 재선임했다. 부산일보 노조의 삭발투쟁, 천막농성에도, 부산시민사회의 질의서에도 침묵하던 정수장학회가 통상적인 정기주주총회 시기가 지나고,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 곧바로 결정을 내린 것이다. 하루 앞선 3월 10일, 언론노조 부산일보지부는 김진수 사장이 명예훼손 등 혐의로 부산일보지부장을 고소했다고 밝혔다.
언론사 사장의 부적절한 유착·횡령 의혹과 정수장학회의 침묵, 미심쩍은 재임 결정 시기, 노조의 투쟁에 고소로 대응. 모두 지역민의 알권리에 해당하는 사안들이자,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풀어나가야 할 공공의 의제이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3월 셋째 주까지 지역언론이 보도한 건 3월 11일 정수장학회 결정인 ‘김진수 사장의 재임’뿐 이었다. 부산일보는 3월 14일 1면, 국제신문은 3월 14일 21면에 김진수 사장의 재임 소식을 전했으며, 재임 결정에 대한 부산시민사회의 문제제기는 ‘보도하지 않음’으로써 언론 권력을 행사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탈원전 백지화’ 공약 짚은 지역방송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PK 정치인 연결 나선 지역신문
KBS부산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난 지 11년이 되는 3월 11일에, <“탈원전 백지화” 윤석열…여전한 우려>를 보도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간 정권이양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시기에, 이후 큰 변화가 예상되는 에너지 공약을 점검해 시의적절했다. 해당 리포팅은 윤석열 당선인의 10대 공약 중 하나인 ‘실현 가능한 탄소 중립과 원전 최강국 건설’에 주목하면서, 장기적 계획 없이 정권에 따라 달라지는 에너지 정책의 부담을 지역이 떠안게 되는 현실을 지적했다.
부산MBC도 10일, <대통령 인수위에 ‘부산표 과제’ 집중 공략>의 말미에서 윤석열 당선인의 에너지 정책이 지역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기도 했다. 또 15일 <“원전 부지에 핵폐기물 저장은 무효” 집단 소송> 보도를 통해 원전지역 시민들이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 계획’의 원전 부지 내 핵폐기물 저장 결정은 무효라며 집단소송을 제기한 소식을 전했다. 이 소송으로 친원전 정책으로 회귀한 윤석열 당선인의 폐기물 저장 계획도 법적 판단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통상 당선 이후 일명 ‘허니문 기간’이라고 하면서, 당선인이 공약대로 자신의 정책을 펼 수 있도록 언론과 야권에서 견제나 공세의 수위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하지만 그 공약이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 한 것이라면 언론은 시민을 대신해 따져 물어야 함이 옳다.
한편 지역신문은 윤석열 당선인과 지역정치인 연결 고리 찾기에 나선 모습을 보였다. 대표적인 기사는 부산일보 3월 14일자 <인수위 ‘지역균형발전 특위’ 설치 막후엔 박형준 시장 있었다>(2면)이다. 해당 기사는 윤석열 당선인 인수위에 지역균형발전 특위가 구성된 것을 두고 박형준 부산시장의 역할이 있었음을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박 시장에게 조언을 요청”, “윤 당선인에게 박 시장이 최대 조력자 역할을 하는 모습”, “윤 당선인은 박 시장과 수차례 만나고 수시로 통화”, “박 시장 주변에서는 윤 당선인의 이런 행보에 박 시장의 조언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등의 서술을 통해서였다.
지역균형발전특위 설치와 박형준 부산시장의 역할만을 연결한 기사는 위의 부산일보 기사가 유일했다. 다른 언론들은 국민의힘 소속 광역자치단체장들과의 통화 과정에서 건의를 받아 윤 당선인이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인 장제원 의원이 ‘행복한 딜레마’에 빠졌다든가 윤석열 당선인이 박형준 시장을 신뢰해, 박 시장의 최측근인 이성권 정무특보가 인수위원회로 이동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든가 하는 기사가 있었다. 그런가하면 국제신문과 부산일보는 3월 11일 열린 박형준 시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 4차 공판은 보도하지 않았다. 정치인에 대한 ‘어떤 정보’가 뉴스로서의 가치가 있는지 지역민의 입장에서 돌아보길 바란다.
‘옛 한국유리 터 개발사업’ 부산 2번째 사전협상 대상 확정
한진CY 전철 밟지 않으려면 지역언론 역할 절실
기장군 옛 한국유리터 개발이 부산의 2번째 사전협상 대상으로 확정됐다. 2017년 이 터를 매입한 동일스위트의 개발 계획안은 2차례 반려된 이후 3번째 만에 보완을 거쳐 지난달 사전협상 대상으로 확정됐다고 KBS부산이 전했다.
동일스위트는 일반공업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용도를 변경해 아파트 8개동을 짓는다는 개발 계획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복합문화지구 등 비주거공간에도 숙박시설 2개동이 포함되어 자연경관 사유화라는 지적이 있다. 이 계획안에 대해 부산시의회 임시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KBS부산만 이를 자세히 전했다.
KNN은 <한국유리부지 개발 공공기여금 1천 3백억원 제시>(3/16, 단신)으로 보도했다. 동일스위트 측이 제시한 공공기여금 규모를 제목으로 올려 강조했다.
부산의 첫 사전협상제 대상이었던 한진CY 부지 개발 사업으로 부산 사전협상제도의 문제가 드러났을 뿐 아니라, 대장동 개발 사업이 사회이슈화 되면서 공공기여금 규모와 방법 등 개발 이익 환수에 대해 충분한 숙의가 필요하다는데 공론이 모아졌다. 그럼에도 KBS부산을 제외한 지역언론은 사업자 측이 낸 개발계획을 지역민에게 전달조차 않았고, 이 계획안에 대한 시의원, 시민단체의 목소리도 외면했다. 지난해 한진CY 개발 계획안이 부산시 심의를 통과하자, 지역언론은 한진CY 사전협상 과정에서 나온 비판의 목소리를 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진CY 사전협상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선 처음부터 이를 철저히 감시하고, 시의회, 부산시, 시민사회, 건설업체 등에서 내놓는 관련 사안을 시민에게 잘 전달하는 지역언론의 역할이 절실하다.
정수장학회가 3월 11일 정기주주총회를 열어 김진수 사장을 재선임했다. 언론사 사장 지위를 이용한 건설업체와 부적절한 유착 의혹에, 횡령 의혹으로 수사까지 받고 있는 김진수 사장에게 책임을 묻기는커녕 묻지마 재선임을 강행한 것이다. 그것도 통상적인 정기주주총회 시기를 미루다가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 곧바로 내린 결정이다.
부산일보 구성원들과 지역 시민사회의 요구를 무시하고, 언론사 대주주로서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뒤로 한 채 대통령 선거 결과를 기다리며 책임을 미루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재선임을 결정한 실로 무책임한 처사이다. 우리는 정수장학회의 무책임하고 기회주의적인 김진수 사장 재선임을 규탄한다.
이번 결정으로 정수장학회는 부산일보의 명예와 독자와의 신뢰를 회복할 기회를 날려버렸다. 뿐만 아니라 언론사의 대표를 임면하는 역할을 하기에는 책임감도, 판단력도 부족하다는 것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언론사를 대표하는 사장이 사익을 위해 지역 유력 건설사주에게 양도받아 부적절한 투자에 나선 책임을 묻지 않고 재신임함으로써 부산일보 구성원이 어렵게 쌓아온 보도의 신뢰를 무너뜨렸다. 이제 부산시민은 부산일보의 기업 보도, 특혜, 유착 보도를 의심의 눈으로 보게 된 것이다. 또한 부산일보 기자들에게는 권력을 감시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며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꺾은 셈이고, 사익을 추구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위험한 사례를 남겼다.
정수장학회의 김진수 사장 재신임 결정은 부산일보 구성원 모두가 아닌, 김진수 사장 개인을 위해 부산일보의 미래를 저버린 어리석은 결정이다. 지금이라도 정수장학회는 김진수 사장 재선임 결정을 철회하고 부산일보 구성원과 부산 시민에게 사과하라.
부산일보 구성원과 노동조합에도 당부한다. 김진수 사장 퇴진 투쟁은 자격 없는 사장을 몰아내는 일을 넘어 지역 대표 정론지로서 부산일보 위상을 바로 세우기 위한 투쟁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수장학회와 김진수 사장에게 책임을 묻되, 여기에 안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치·경제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인 언론사, 시민을 위한 공론장이 되기 위한 개혁운동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부산지역 시민사회는 부산일보 노동조합의 중단없는 언론개혁운동에 끝까지 연대할 것임을 약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