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9월 13일 발표한 EBS 이사 선임을 마지막으로 공영방송사 이사 구성이 마무리되었다. 방송문화진흥회, KBS 이사회, EBS 이사회에 이르기까지 현재 구성된 공영방송사 이사회를 보며 허탈감을 넘어 절망감을 느낀다. 성별 균형과 지역성을 강화하겠다는 방송통신위원회 약속은 이번에도 말잔치에 불과했다.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 성별 균형, 지역성 문제가 어김없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치적 후견주의 논란과 교총 EBS 이사 추천 관행까지 불거지면서 변화를 기대했던 시민사회의 실망감은 더욱 크다.
성평등 구조는 지난 이사회보다 퇴보했다. 이번에 구성된 공영방송 이사회에서 여성 이사는 KBS 1명, 방송문화진흥회 2명에 불과하며 EBS 4명이 임명되었다. 성별 균형은 국가인권위원회가 ‘방송의 성평등 제고’를 위해 지난 2019년 방송통신위원회에 권고한 사안이기도 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방송과 관련된 정책 결정 과정에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방송통신위원회 및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과 공영방송사 이사 임명 시 특정 성이 10분의 6을 초과하지 않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변화 대신 퇴보를 선택했다. 성평등을 요구해온 시민사회의 목소리도 묵살한 셈이다.
연령·분야별 대표성을 살린 다양성 구현도 심각하다. KBS 이사 11명 중 5명,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9명 중 4명이 기자와 PD 직군의 자사 출신으로 채워지면서 일각에서는 ‘전·현 직원 이사회’가 되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언론계 출신과 법조인, 교수 등 몇몇 직업군이 과대 대표되었다는 점과 50대 이상 남성·서울 중심 인사라는 쏠림 현상도 심각한 문제다. 방송법은 공적 책임과 함께 각 분야 대표성을 고려하여 이사를 선임할 것을 규정하고 있으며, 방송문화진흥회법도 방송에 관한 전문성 및 사회 각 분야 대표성을 고려한 이사 임명을 명시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 이사회 구성은 법 기본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지역성 우선 고려 요구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전국민주언론시민연합네트워크는 지역 이슈가 공론장에 반영되지 못하고, 지역방송이 고사 위기에 직면한 데는 지역을 대변할 인사가 이사회에 참여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도 있다고 판단해 수년 전부터 변화를 촉구해왔다. 시청자 절반이 살아가고 있는 지역의 목소리를 대변할 공영방송 이사 선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임을 아직도 모른단 말인가. 또한 거주지가 지역이라는 이유로 지역성을 평가할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참여도 △지역방송 연구 실적 △지역방송 활성화를 위한 활동이나 정책 제언 등 활동에 가중치를 둘 것과 평가 과정에서 일회적인 지역사회 강연 경력 배제와 단기 지역 거주 기간을 배제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공영방송 이사회는 개혁을 요구받아 왔다. 개혁의 우선 과제는 지역성 구현과 함께 성별‧세대‧분야별 대표성을 고르게 반영하라는 것이다. 공영방송의 지역 대표성 실현은 불균형 발전전략 속에 희생을 강요당했던 지역의 당연한 권리 회복이자 공영방송의 지역성과 다양성을 충족시키는 의미 있는 실천이며 공공성을 강화하는 길이다. 따라서 방송통신위원회는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위한 방식, 절차, 선임 기준을 혁신하고 방송법과 시민사회의 보편적 요구에 걸맞은 이사회 구성에 나서야 한다.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있는 정치 후견주의를 배제하고 실질적으로 지역성을 강화하며 선정에서 국민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2021년 9월 14일
전국 민주언론시민연합 네트워크
강원민주언론시민연합, 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직인 생략)
*[공동성명] 수정내용
EBS 이사 중 여성 이사는 총 4명으로 파악되어 기존 3명에서 4명으로 내용을 수정하였습니다.
지난달 23일, 부산시는 (주)코리아소더비국제부동산, 소더비부산(주)과 ‘소더비부산’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소더비 부산’이 기장 오시리아관광단지에 테마파크를 조성하고 외자 유치 등으로 1조 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부산시는 세계적인 경매 회사인 소더비가 부산의 관광도시로서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한 것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지역언론 5개 사 모두 이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며칠 뒤 소더비 홍콩 법인은 부산시와 언론사에 보낸 내용증명을 통해, ‘소더비 부산’이 세계적 경매 브랜드 ‘소더비’가 아닌 다른 회사라고 밝혔다. ‘소더비국제부동산’은 경매사업을 하는 소더비그룹과 다른 법인이며, 일부 제한된 ‘소더비’ 상표 사용 권한만을 가지고 있기에, 소더비는 부산시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없다는 내용이었다.
결과적으로 8월 23일 부산시 보도자료를 인용한 기사들은 ‘세계적 경매브랜드’로써의 소더비를 강조하여 오보가 된 셈이다.
부산 해운대구 오시리아 관광단지에 세계적인 옥션(경매)브랜드 ‘소더비’가 진출한다. 소더비코리아가 외자 유치를 통해 1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실행하면 오시리아 관광단지에 새로운 랜드마크가 들어설 전망이다.
부산일보, 8/24
세계 최고의 경매업체인 소더비가 ‘소더비 부산’으로 부산 기장군 오시리아관광단지에 상륙한다. … 시는 오시리아관광단지 내 ‘소더비 부산’의 건립은 소더비가 부산과 오시리아관광단지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한 데서 비롯됐다고 자평했다.
국제신문, 8/24
세계적인 경매회사인 소더비가 동부산 오시리아 관광단지에 1조원을 투자해 신기술이 접목된 테마파크를 조성합니다. 국제적인 경매행사 유치와 함께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여, 새로운 관광콘텐츠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KNN, 8/23
소더비 홍콩 법인의 내용 증명 이후, 지역언론의 보도를 살펴봤다. 눈에 띄는 특징은 ‘기사의 크기’와 ‘후속보도’ 유무였다. KBS부산과 부산MBC는 MOU체결 소식은 단신으로 전한 반면, 업무협약 내용 중 잘못된 사실이 있다는 게 밝혀진 이후에는 리포팅 기사로 전했다. KNN은 반대로 MOU업무협약은 리포팅으로, 사실을 바로 잡는 보도는 단신으로 했다. 국제신문과 부산일보는 MOU업무협약 소식을 나란히 8월 24일 자 신문 2면에 배치했지만, 이후 변경된 사안과 관련해선 보도하지 않았다.
△ 부산시-소더비부산 업무협약 관련 지역언론 보도 목록
지역언론의 부산시 ‘대규모 투자유치 업무협약’ 관련 보도는 유사한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취임 일주일 만에 체결한 부산시와 ‘요즈마그룹’의 업무협약 보도에도 이러한 문제점은 지적됐었다. 그때에도 세계적 벤처캐피털, 연간 운용액 약 4조 원, 1조 2천억 원 규모 자금 조성 등이 강조됐지만 이후 해당 그룹의 운용 능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소더비, 요즈마그룹과 같이 유명한 외국기업이라 할지라도 보도에 앞서 해당 기업의 기본정보에 대한 언론사의 추가취재는 필요하다. 특히 업무협약과 같이 법적 효력이 없어, 지자체의 치적 쌓기용으로 남용되는 경우엔 더욱 그러하다. 외국기업에 대한 검증이 쉽지 않다면, 적어도 부산시가 업무협약을 위해 기업의 투자유치 능력과 의지를 충분히 검토했는지 점검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 기업들이 부산에 진출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며, 그 방향이 부산시민의 삶에 미치게 될 영향도 보도해야 한다.*
일주일이 지났다. MBC <스트레이트>의 보도로 부산일보 사장과 지역 향토기업인 동일스위트 대표 간 유착 의혹이 드러난 지 말이다. 지역 난개발 및 특혜 의혹을 감시하고 고발해야 할 언론의 본말전도 행태가 공중파를 타고 전국에 알려졌지만, 방송사도 신문사도 통신사도 지역언론마저도 이를 더는 보도하지 않았다.
지난 일주일간 부산일보와 동일스위트 간 유착 의혹을 보도한 언론은 MBC를 제외하고는 셀럽미디어, 미디어리퍼블릭, 국제뉴스와 같은 인터넷 매체였다. 이들 인터넷 매체는 9월 5일 자 <스트레이트> 방송 내용을 요약해 전달했다. 미디어오늘은 <부산일보 사장-건설사 대표 전방위 유착의혹 논란>을 통해 MBC 보도 이후 언론노동계와 시민사회계의 목소리로 여론을 전했다.
옛 한국유리 부지 개발에
비판 목소리 보도 않은 부산일보
2017년 11월 (주)동일이 기장 옛 한국유리 부지를 인수한 이후의 <부산일보> 관련 기사를 살펴봤다.
2018년 6월부터 동일스위트가 부산시와 예비협상을 진행하면서 ‘제2의 엘시티’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불거졌다. 이에 같은 해 9월, 옛 한국유리 부지 인근 주민들은 동일스위트의 개발계획과 관련해 반대의견서를 제출했고, 11월에는 반대 집회를 열고 용도변경 신청서 반려를 위해 목소리 높였다. 하지만 그간 한국 유리 공장 인근에 거주하면서 규사 흩날림과 어장 황폐화 등의 피해를 본 주민들의 반대와 우려 목소리는 부산일보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그런 가운데 비슷한 시기인 2018년 9월 6일 17면에 <동일스위트 김은수 대표 “일광 한국유리 부지에 차별화된 해양공간 조성”>를 게재했다.
또 옛 한국유리 부지 개발 사업에 대한 사전협상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2020년 7월을 앞두고, 부산일보와 국제신문이 동일스위트 측의 홍보성 기사를 한 달 간격으로 지면에 실은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부산일보 <[동일] 일광 옛 한국유리 터에 ‘랜드마크 해안 리조트 시티’ 밑그림>(2020/04/29, 31면)과 국제신문은 <(주)동일, 일광 들어설 리조트 ‘선샤인 베이’…해양수도 랜드마크 부푼 꿈>(2020/05/28, 11면)은 모두 동일스위트 측이 제공한 사진과 함께 ‘유리공장 선샤인 베이 리조트시티’, ‘완판 행진에 브랜드 가치 수직 상승’, ‘복지법인으로 사회공헌 앞장’이라는 중간제목을 공통으로 달았다.
지역 건설사의 홍보성 보도자료를 그대로 기사화한 모습이었던 반면, 같은 해 9월 KBS부산 보도로 알려진 민간사업자의 민원 무마를 위한 합의 시도는 보도하지 않았다. (참고 KBS부산 <‘10억 원 물밑 합의?’…“주민 앞세워 개발 강행”>(2020/09/16)
언론사–건설사 간 유착 의혹
보도 않는 건 지역민 알권리 침해
이번 MBC <스트레이트>를 통해 언론사와 건설사 간 유착이 이러한 친개발적 보도 경향에도 영향을 미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제기되었다. 그럼에도 부산 지역언론은 이번 의혹과 관련해 단 한 건의 기사도 내지 않았다. 보도하지 않음으로써 없었던 것으로 만든 셈이다. 부산에서 불거진 의혹을 지역민에게 알리고 여론을 환기해 문제를 바로잡아야 할 언론이 제 역할을 마다함으로써 시민의 알권리를 침해한 것이다. 동종업계를 봐주기 위함은 아니었는지 의심이 든다.
이번 의혹의 당사자인 부산일보도 마찬가지다. 역시 단 한 건의 관련 기사도 없었으며, 부산일보 사장은 아무 일도 없었던 냥 9월 13일 자 21면 <부산일보 창간 75주년 맞아 40년 근속 지국장 격려> 기사에 등장했다. 그런 가운데 9월 10일, 부산일보는 75주년을 기념하는 기획 기사의 키워드로 ‘동행’을 내세웠다. 새로운 미래를 그려내기 위한 여러 혁신과 다짐을 제시한 가운데, 75주년을 5일 앞두고 나온 의혹에 대한 사과는 찾아볼 수 없었다. 사장-건설사 대표 유착의 고리로 지목된 독자위원회, 비즈리더스 쇄신에 대한 언급도 않았다. 이번 의혹에 대한 구체적 대안 제시 없이 독자에게 다가서겠다는 부산일보의 포부는 공허할 뿐이다.
지금이라도 이번 의혹에 대해 지역민에게 충실히 전하고, 사장 개인의 일탈이 아닌 이를 가능케 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신문 기사로, 지면에서 보여주길 바란다.*
8월 24일 MBC 뉴스를 통해 지난 6월 박형준 시장이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모임에 참석한 것이 알려졌다. 그런데 이후 박형준 시장 측이 내놓은 것은 사과문이 아니라 입장문이었으며, 그 내용도 사과라기보다는 사적 모임을 공적 모임으로 둔갑시켰고, 참석의 이유를 변명으로 일관했다. 이는 부산시장이 막중한 임무를 지고 있고 코로나19로 엄중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무책임한 입장문이었다.
그리고 8월 31일 남양유업 회장 부인의 자택 모임 참석자 수가 14명에서 17명으로 늘고 참석자 중 박형준 시장 부인도 있었으며, 5시간가량의 행사 진행, 17인분의 식사가 제공되었다는 보도가 다시 나왔는데, 박형준 시장은 거듭 식사는 하지 않았다고 변명했다.
여기서 문제의 핵심은 식사를 했는지가 아니다! 320만 명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방역 책임자가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사적 모임에 참석한 것 자체가 문제이다. 식사만 하지 않았으면 되지 않느냐는 안일한 생각으로 무책임한 발언을 할 상황이 아니다.
그리고 입장문에 의하면 아트페어 부산 행사의 평가와 마무리 성격의 공적 자리라고 했지만, 부산시장이 부인을 동반하고 참석한 6월 19일(토)에 공개된 공무 일정은 없었던 것으로 부산시의 홈페이지에 나타나 있다. 이후 다시 언론에 밝혀진 부인 동반의 이유에 대한 해명은 관련 전문가이기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코로나19로 막중한 시국에 오히려 이 모임의 이유에 대한 더 큰 의혹들을 낳고 있다.
부산시장이 코로나19로 시민 모두가 힘든 상황에 이런 행위를 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며 손가락질과 비난을 받아 마땅한 일이다. 거기다 시장 부인의 사업과 밀접하게 관련된 모임에 부인과 함께 방역수칙을 위반해가며 참석했다는 것은 방역수칙 위반뿐만 아니라 공인으로도 매우 부적절한 행위인 것이다. 솔직하지도 떳떳하지도 않은 구차한 변명을 하는 박형준 시장은 이제라도 그날의 모든 사실관계를 솔직히 밝히고, 부산시민에게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그 자리에 간 것과 첫 번째 입장문에서 솔직하지 못했던 점을 사과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시장의 안일한 대응을 비판해야 할 지역언론의 태도도 큰 문제이다. 박형준 시장의 방역 위반이 알려진 이후 KBS부산, KNN을 제외하고는 단신으로 소식을 알리는데 그쳤고, 31일 MBC 뉴스데스크의 후속 보도 이후에도 새롭게 밝혀진 내용을 전달한 지역언론은 부산MBC가 유일했다. KBS부산은 박형준 시장의 사과를, KNN은 부산 민주당의 입장 발표를 단신으로 보도했다. 부산일보는 30일 칼럼을 통해 박형준 시장이 6월 19일 출장 일정을 밝힐 것을 요구했지만, 이후 관련 보도는 전무했다. 국제신문은 9월 6일 기사를 통해 ‘박형준 시장이 방역 총책임자로서 자질이 있는가’에 대한 비판에 대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라고 평가했으며 도리어 부산시의회를 향해 이번 의혹을 지나치게 정치 쟁점화하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도 했다.
첫 번째 해명이 잘못되었다면 그 모임의 목적, 참석한 이유, 참석자들에 대해 지금이라고 명확하게 밝히라고 언론은 요구해야 하지만 부산지역 언론은 일부를 제외하고 약속이나 한 듯이 침묵하고 있다. 그리고 언론은 이 문제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려는 노력보다는 박형준 시장의 입장에 치우쳐서 오히려 사소한 발목 잡기 정도로 치부하고 있기도 하다. 이 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는 하나 언론이 이 모임에 참석한 인사들, 참석 이유를 제대로 취재하고 보도해주길 요구한다.
부산의 유력 일간지 사장이 건설사 대표가 양도한 투자 지분을 구매해 유착 의혹이 일고 있다.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가 9월 5일 방송한 <건설과 언론의 수상한 거래>에 따르면 부산일보 김진수 사장과 강윤경 미래전략사업단장이 지난 3월 동일스위트 김은수 대표가 투자한 신기술사업투자조합 지분을 각각 1억을 내고 인수했다고 한다. 개인 투자가는 참여하기 어려운 일이었으나 김은수 대표가 자신의 지분을 원가에 양도함으로써 기회를 얻은 셈이다. 3월 이후 부산일보에는 ‘한국유리 부지 개발사업’에 대한 우호적인 기사와 김은수 대표 인터뷰 등이 실렸다.
김진수 부산일보 사장은 개인 판단에 의한 투자일 뿐이라고 한다. 하지만 동일스위트가 개발 추진하고 있는 옛 한국유리 부지는 대규모 개발이 가능한 금싸라기 땅이고, 인허가 과정에서 관광활성화 명분을 내세우고도 80% 이상 아파트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내 부산시로부터 반려받은 바 있다.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이 과정이 공정한지, 난개발 우려는 없는지 감시자의 역할을 했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김진수 부산일보 사장은 오히려 건설사 대표를 통해 수익 가능성이 높은 투자 정보를 얻었다. 이는 언론사 사장이 스스로 언론의 역할을 저버린 처사이자 이해충돌에 해당한다.
김진수 부산일보 사장과 김은수 동일스위트 대표는 부산일보 독자위원회와 부산일보가 주최하는 CEO아카데미를 통해 끈끈한 네트워크를 구축해왔다. 동일스위트 김은수 대표는 2016년부터 비즈리더스 독자위원회에 참여해 왔고, 부산일보 CEO아카데미 총동문회에도 참여하고 있다.
다양한 독자의 목소리를 반영하라고 만든 제도인 독자위원회가 부산일보에서는 다양성이 상실된 지 오래다. 현재 부산일보 독자위원회의 기업인 비중은 64%다. 김진수 사장과 동일스위트 대표 간 유착 의혹은 이처럼 언론사 공적 기구를 통해 형성된 친분을 사적 이익을 위해 활용했기에 더욱 문제이다. 그럼에도 김진수 부산일보 사장은 사과는커녕 ‘개인적인 투자로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다.
우리는 김진수 부산일보 사장의 부적절한 행보뿐만 아니라 부산일보가 지역 건설업체 등 기업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매개가 된 부산일보 CEO아카데미에 주목한다. 2021년 현재 수강료 550만 원의 고액 프로그램으로 수강 대상자는 지역 CEO뿐 아니라 전문직 종사자, 고위직 공무원, 시의원이 포함된다. 2008년 첫 개설 이후 1,500명의 동문을 배출하였고, 원우회, 총동문회 등을 구성해 골프대회, 문화탐방, 봉사, 프렌드쉽 데이를 진행하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대규모 사업 인·허가권을 둘러싸고 긴장 관계를 유지해야 할 기업-고위직 공무원, 정치인의 연결고리 역할을 언론사가 한 셈이다. 또 이들 중 일부는 부산일보 독자위원으로 발탁되어 자신의 이익과 연관된 주장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더구나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를 보면 ‘공무원의 경우 일종의 장학생 비슷하게 일단 모셔오는 거다’ ‘모셔오는 공공기관 관계자들을 보고 민간기업들은 4급 이상 내지는 민원 창구로 활용하거든요’라는 내부 관계자 인터뷰가 나온다. 충격적이다. 혹여 ‘고위직 공무원을 장학생 모신다’는 것이 550만 원에 달하는 수강료 면제로 부정청탁금지법 위반은 아닌지도 의문스럽다.
우리는 언론사 대표로서 부적절한 김진수 사장과 독자위원회를 변질시킨 부산일보를 향해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언론사 대표로서 가져야 할 윤리의식과 사명감을 내팽개친 김진수 부산일보 사장은 즉각 사과하고 물러나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두 후보 중 한 명을 뽑는 선거인가요?” 소수정당 홀대는 반복해서 지적되지만 바뀌지 않는 대표적인 선거 보도의 폐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선거시기이기에 그나마 소수정당에 지면이 할애되기도 한다. 일상적인 정치 이슈 속에서 소수정당의 목소리는 더욱더 쉽게 사라지거나, 거대 양당의 입장에 대한 반응 중 하나로 소개되기 때문이다.
정치 이슈에서 지역언론은 정당의 목소리를 얼마나 균형 있게 전달하고 있을까? 이번 8월 임시국회에서 가장 이슈가 됐던 ‘언론중재법’과 ‘종합부동산세법’ 관련 뉴스에서 지역언론이 어떤 정당의 입장을 취사선택하여 보도했는지 살펴봤다. 그리고 지역 정치 뉴스가 특정 정당 대권 주자들의 행보 소식으로만 채워지고 있는 가운데, 소수정당의 지역 권력 감시활동에 대한 보도도 살펴봤다.
정의당 반대 입장 취사선택한 지역신문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제공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 프로그램 <빅카인즈>에서 8월 한 달을 기간으로 설정해, 국제신문과 부산일보의 ‘언론중재법’, ‘종합부동산세법’ 관련 보도에서 정의당을 언급한 기사들을 살펴봤다.
<표 1> 언론중재법과 종합부동산세법에서 각 정당 언급한 건수(빅카인즈, 8/1~8/31, 국제신문, 부산일보) *법안, 정당 중복집계
8월 임시회의 뜨거운 감자였던 언론중재법에 대한 높은 관심은 지역신문 기사 건수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부산일보는 총 50건의 관련 기사를 냈고 이 중에는 사설 3건과 6건의 칼럼이 포함됐다. 국제신문은 17건의 관련 기사 중 사설 2건, 칼럼 1건이 있었다. 두 신문사 모두 종합부동산세법과 비교했을 때, 언론중재법 관련 기사 건수가 4~5배 높았다.
언론중재법과 종합부동산세법에 대한 세간의 관심 크기는 달랐지만, 정의당이 두 법안 모두에 대해 반대 입장을 견지했다는 점은 동일하다. 하지만 지역언론은 정의당의 반대 입장을 언론중재법 관련 기사에선 부각했고, 종합부동산세법 관련 기사에선 축약했다.
먼저, 언론중재법 기사에서 정의당 활용법이다. 부산일보는 50건의 기사 중 14건의 기사에서 정의당을 등장시켰다. 대개 “민주당의 개정안 강행처리 방침에 범진보 정당인 정의당도 반대하고 있다”(8/13)와 같이 진보 진영 내 의견 대립, 분열을 강조하는 모양새였는데, ‘정의당도’, ‘정의당마저’, ‘오죽하면 정의당조차’와 같은 표현을 통해 정의당을 진보적 가치의 최전방에 위치시키며 해당 사안의 반대 근거로 삼았다.
이러니 민주당과 함께 진보 진영으로 분류되는 정의당마저 “헌법에 보장된 표현 및 언론자유를 제한할 우려가 크다”며 언론중재법 개정에 반대하고 나선 게 아닌가.
– 국제신문, 8/13, [사설] ‘언론 자유 제한’ 우려에도 언론중재법 강행하는 여당
범진보 정당인 정의당도 이날 ‘8월 임시국회 악법 처리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입법 독주를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 부산일보, 8/31, <상정이냐 숙의냐…여야 극한 대치 속 막판 협상 또 불발>
정의당의 이러한 진보적 가치는 종합부동산세법을 언급하는 부분에선 강조되지 않았다. 언론중재법과 종합부동산세법을 연달아 언급한 기사 <여당 한발 물러섰지만…독소저항 협의 여전히 험로>(부산일보, 9/1)에서 정의당 장혜영 의원의 언론중재법 반대 발언은 직접 인용으로 전했고,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반대 발언을 전하지 않으면서 여야가 ‘모처럼 밀린 숙제’를 했다고 전달했다.
그래서 위의 <표1> ‘종합부동산세법’ 부분에서 부산일보 기사 9건 중 정의당이 4번 등장해, 종합부동산세 사안에서 정의당 인용 비중이 언론중재법 인용 비중과 비슷하다고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한 건의 기사에서 종합부동산세와 정의당이 동시에 등장한 경우에,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정의당의 입장을 전달한 경우는 2건에 불과했다.
△ 부산일보, 9/1, 5면
정의당의 입장이 언론중재법에선 강조되고 종합부동산세법에선 축소되거나 사라진 이유는 두 법안에 대한 지역신문의 입장이 달랐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역신문은 종합부동산세법과 관련해 언론중재법만큼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을뿐더러, 종합부동산세법에 대해선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지도 않았다.
결과적으로 지역신문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정의당의 ‘반대 입장’을 활용했다고 할 수 있다. 언론중재법 관련 기사에서는 정의당의 ‘진보적 입지’를 적극적으로 강조하고, 종합부동산세법안 관련 기사에서는 정의당의 목소리를 축소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여론을 만들었다.
이주환 의원 사퇴 요구한 진보당, 지역언론 보도 ‘0건’
8월 23일 국민권익위는 국민의힘 의원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진행한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구체적인 의원 명단은 다음날 확인할 수 있었는데, 12명 중에는 지역언론에서도 여러 차례 보도해온 부동산 특혜 의혹 당사자인 이주환 연제구 의원과 지역언론사 사장 출신 국회의원, 안병길 서·동구 의원의 이름도 있었다.
이미 수영구 전봉민 의원에 대한 토착 비리 의혹이 불거진 터라, 지역구 국회의원의 부동산 특혜 의혹에 지역민의 관심이 모아졌지만, 지역언론 차원에서의 검증 보도는 전무했다. 23일 국민권익위 발표 이후 국민의힘 의원의 부동산 특혜 의혹을 전한 지역언론의 보도 목록은 아래 <표2> 와 같다.
<표 2> 국민의힘 부동산 특혜 의혹 보도 목록
KBS부산은 25일 단신 기사가 처음이자 마지막 보도였는데, 부산지역 국회의원인 이주환과 안병길에 대한 당 차원의 조치만을 전달했다. 안병길 의원에 대해선 소명이 받아들여졌다고만 전해, 어떤 의혹이었고 이 의혹이 어떻게 소명되었는지 등에 대해선 전혀 정보가 없었다.
부산MBC도 단신 기사 한 건이 전부였다. 의원 본인뿐 아니라 가족까지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를 두고, ‘본인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의혹이 소명됐다’는 안병길 의원에 대한 당 차원의 판단을 그대로 전달했고, 탈당을 권유받은 이주환 의원에 대해선 “불법 행위가 없었다.”라는 입장을 인용했다. 단신 기사에 의혹 제기와 소명, 반박까지 담은 셈인데, 단 한 건의 기사로 이 모든 내용이 충분히 담겼는지 의문이다.
KNN은 방송 3사 중 유일한 리포트로, 부산·경남지역 국회의원의 부동산 특혜 의혹을 전달했다. 토지보상법 위반(강기윤), 농지법 위반(이주환), 부동산 명의신탁(안병길)과 같이 각 의원에 해당하는 의혹을 전하고 이에 대한 의원의 입장을 담았다.
국제신문은 국민의힘의 부동산 특혜 의혹을 두고 ‘부동산 태풍’이 국민의힘 부산·경남 정치권을 강타하면서 내년 지방선거 구도도 급변할 것이라 전망했다. 현직 국회의원의 부동산 특혜 투기 의혹을 보도하면서도 가장 먼저 앞세워진 것이 내년 지방선거 구도였다는 점에서 지역민의 알권리를 외면한 기사였다. 25일 3면 기사에서도 “이주환(부산 연제) 의원이 당적을 잃게 되면 21대 총선에서 15명이던 부산 국민의힘 의석 수는 13석으로 줄게 돼 전력은 약화할 수밖에 없다.”고 서술하면서 내년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대혼란을 예상했다.
부산일보는 이주환, 강기윤, 안병길 의원의 의혹과 함께 이들의 반박 입장을 비교적 자세히 전달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반박 입장에 대한 재반박이나 추가 취재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진보당은 25일 이주환 국회의원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를 요구했지만, 이를 보도한 지역언론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진보당 부산시당은 8월 23일,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 아파트 882세대를 전수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882세대 중 다주택자는 186세대에 달하고 이들의 평균 시세차익은 15억여 원이라 밝혔다. 또 무엇보다 다주택자 중 95명이 다른 지역에 부동산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 KBS부산, 8월 23일 <평균 시세차익 16억 원…엘시티 보유 전수조사> 보도화면 갈무리
지난 8월 4일 부산경찰청 반부패 경제 범죄수사대의 엘시티 특혜분양 관련 수사 결과 발표를 주요면에 배치해 ‘실체없었다’라는 적극 해석까지 내놓은 지역언론이지만, 진보당의 이번 엘시티 등기부등본 전수조사 결과에 대한 관심은 미미했다. 부산시민의 공간에 들어선 마천루가 타지역 사람들의 투기 대상이 된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지역언론 마저 외면해선 안 될 것이다.
이외에도 진보당은 8월 25일 남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순세계잉여금 활용 방안에 대한 주민투표를 시작한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지역언론은 보도하지 않았다. 국제신문은 25일 온라인 기사 <“남은 예산, 주민 요구대로 쓰자” 순세계잉여금 주민 직접 목소리 낸다>가 유일했고, 부산일보는 <거꾸로 가는 풀뿌리 민주주의…부산 ‘주민참여예산’ 매년 싹둑싹둑>(8/3, 3면)을 통해 진보당 부산시당의 최근 3년간 부산 16개 구·군 주민참여예산 분석 보고서 내용을 전달했다.
지역언론조차 주목하지 않았던 지역구 국회의원의 부동산 특혜 의혹을 지역사회에서 공론화하고 사퇴 기자회견까지 한 진보당에 주목한 언론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진보당의 지역권력 감시 소식은 보도되지 않거나 보도되더라도 단신으로, 10면 하단에 배치되는 동안 정치면은 거대양당 대권주자의 행보로 채워졌다. 소수정당의 목소리를 함부로 지우거나 언론사의 입맛에 맞게 활용하는 것에 대한 경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