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으로 방송으로 그리고 인터넷으로,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건의 사건ˑ사고 소식을 접합니다. 다 비슷비슷한 사건ˑ사고처럼 보이지만 가해자가 정신질환, 병력이 있는 경우라면 언론의 보도는 달라집니다.
2016년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2019년 ‘진주 방화 사건’, 올해 있었던 ‘창녕 아동 학대 사건’까지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이 사건들은 각각 살인, 방화, 학대로 범죄의 종류가 모두 다릅니다. 하나의 사건이 발생하기까지는 다양한 원인이 있었을 테지만 위 사건들은 가해자의 특정 정신질환이 사건의 원인인 양 부각돼 제시됐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우리는 평상시 정신장애인을 만나거나 정신장애 관련 교육을 받을 기회가 거의 없는데요. 그렇기에 언론이 정신장애(인)를 어떻게 보도하는가는 우리의 인식과 태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언론이 사회적 약자에 대해 보도할 때 더욱 주의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언론은 정신장애인의 활동과 삶을 조명하지 않다가 유독 극악무도한 사건ˑ사고 소식에서만 정신질환을 강조하는 보도행태를 보입니다.
이에 대한 정신장애 당사자 칼럼 중 일부를 발췌해 소개합니다.
‘공포, 흉기, 강도’와 같은 무시무시한 단어와 정신질환이라는 단어가 함께 담긴 기사를 보면서 정신질환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은 정신질환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까 우려스러웠다. 사람들이 정신질환을 무서운 질환으로 생각할 것 같았다. 내가 정신질환이 있다고 말하는 순간 사람들이 무서움을 느끼고 나를 멀리할 것 같았다.
– 정신장애 당사자 칼럼 <편견 부추기는 보도 자제해야> 중에서 일부 발췌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부산민언련)은 2019년에 부산지역 언론의 정신장애 관련 보도 모니터링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기사의 제목에서부터 진단명을 언급하는 경우, 범죄와 정신질환을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경우, 무엇보다 폭력성을 부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는데요. 해당 모니터 결과를 토대로 올해는 정신장애 보도 가이드라인 제정을 진행했습니다.
먼저 정신장애 당사자와 미디어비평 수업을 통해 미디어 속 정신장애에 대한 혐오 표현과 부정적 재현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그 결과를 칼럼으로 작성했습니다. 이어 정신장애인 가족 모임 ‘가디언즈’와 정신과 전문의, 기자 인터뷰를 통해 정신장애 보도 가이드라인에 담겨야 할 목소리들을 반영했습니다.
△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한 정신장애 보도 가이드라인 찾기> 집담회 현장
부산민언련은 지난 11월 24일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한 정신장애 보도 가이드라인 찾기> 집담회를 개최했습니다. 정신장애 관련 보도 모니터링, 당사자 미디어비평 교육 등을 통해 마련한 <정신장애 보도 가이드라인(안)>을 공유하는 자리였는데요, 당사자부터 관련 기관, 언론사 그리고 정신장애 보도의 문제를 개선하려는 시민사회, 시의원까지 다양한 토론자와 함께 정신장애 보도 가이드라인에 대한 제언을 모았습니다.
첫 번째 토론에 나선 정신장애인 당사자 정영환 씨는 정신장애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조금이나마 없애기 위해 인식개선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는데요. 그는 정신장애인을 범죄자로 낙인찍는 언론의 보도행태를 지적하며 이는 우리나라의 낮은 정신질환 진료율과도 연결된다고 말했습니다. 모두가 겪을 수 있는 정신적인 고통과 문제, 정영환 씨는 이에 대한 언론의 보도가 개선될 때 우리 또한 정신적으로 행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송국클럽하우스 유숙 소장은 정신장애인을 이웃으로 만나는 방법을 소개하며 이 역할을 시도한 언론의 보도와 프로그램을 소개했습니다. 특히 EBS <우리는 조현병 당사자입니다> 다큐멘터리는 잠재적 범죄자로서의 조현병 당사자가 아닌 우리 이웃으로의 모습을 잘 보여줬다며 언론이 정신장애인의 다양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가 더욱더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음으론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만드는 언론 <마인드 포스트> 최정근 감사의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우리를 빼고 우리를 말하지 말라”라는 슬로건 아래에서 정신장애 관련 보도의 문제점을 당사자가 직접 말하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국가인권위원회와 함께 마련한 <정신장애인 보도 가이드라인> 발표를 앞두고 있다고도 밝혔습니다.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의 김언경 소장도 토론에 함께했는데요. 김언경 소장은 강력범죄의 원인으로 정신장애를 지목하는 보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강제입원 조치가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정신장애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을 언론이 조장하는 데서 비롯되는 결과라 지적했습니다.
이어, 현직 언론인과 시의원의 토론이 있었습니다.
한국기자협회 부산지회장 김상진 기자는 현재 정신장애를 자극적으로만 소비하는 언론의 보도행태에 공감한다고 말했는데요. 자살보도 가이드라인을 사례로 들며, 가이드라인 제정 이후 자살 보도가 변화하는 걸 현장에서 느끼고 있기에 정신장애 보도 가이드라인도 제작된다면 부산지역 일선 기자들과 적극적으로 공유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최영아 시의원은 지역사회의 인프라와 인식개선에 대한 발언을 이어주셨는데요.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이웃으로 살아가는 건 너무나 당연한 권리라며 오늘 보도가이드라인이 제안되는 이 자리가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것에 함께 마음을 모아주시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덧붙여 지역사회에서의 물리적 문제점을 개선하고 바꾸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끝으로 이날 사회를 맡은 복성경 부산민언련 대표는 사건ˑ사고 보도에서 언론의 무리한 취재는 반복적으로 문제 제기 되고 있지만 국민의 알 권리, 시민의 알 권리라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말했는데요. 알 권리 속에서도 공익에 준한 것인지 사생활 침해는 아닌지, 불필요한 혐오를 조장하는 건 아닌지를 돌아보는 책임 있는 언론인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회사에서 형 별명이 라꾸라꾸(간이침대)였어요. 제사 땐 절만 하고 가버리고, 어머니 환갑여행 땐 일정도 못 마치고 갈 정도로 정말 바빴어요. 어떻게 이렇게까지 바쁠 수 있는지 이해를 못 해서 싸우기도 했어요.” (고 이재학 피디 동생 이대로)
14년차 민방 PD의 죽음
이재학 피디는 지역 민영방송사인 CJB(청주방송)에서 14년을 근속하며 정규직 PD와 똑같이 일했습니다. 아니, 정규직 피디가 하지 않는 일까지도 그의 몫으로 맡겨졌습니다.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으나 월급은 160만원 남짓, 최저임금도 되지 않았습니다. 14년만에야 처음으로 인건비 인상과 인원 충원을 요구했습니다. 그것도 자신이 아니라 동료들의 처우를 개선해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서면계약서 미작성, 최저임금 위반, 과중한 업무라는 노동 처우 개선 요구에 대한 회사의 답변은 ‘해고’였습니다. 청춘을 바친 회사였습니다.
음악을 좋아했고, 공연무대를 만드는 게 즐거워서, 힘든 일도 참았습니다. 그렇게 참아서만은 안되었다는 걸 아프게 깨달았습니다. 다른 사람들만은 나처럼 일하게 하지 말자. 계약서 한 장 못쓰고 일했지만, 나는 청주방송의 노동자라는 걸 판례로 남기자. 나처럼 싸워야 하는 일은 없게 하자. 그렇게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시작했습니다.
청주방송은 조직적으로 진실 은폐에 나섰습니다. 오랫동안 얼굴을 맞댄 동료들이 회사의 협박에 회유에 못 이겨 거짓말을 하는 걸 보는 그의 가슴은 억울함과 분노로 찢어졌습니다. 이재학 피디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올해 1월 30일이 패소판결을 받아듭니다. (그날은 이재학 피디의 생일이었습니다)
CJB의 직원들조차도 이재학 피디의 승소를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노동자성을 입증할 증거들이 차고 넘쳤기 때문입니다. 이재학 피디는 그날부터 눈에 띄게 절망했고, 결국 며칠 뒤인 2월 4일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재학 피디의 억울한 죽음 뒤, 전국의 55개 언론, 노동, 인권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CJB 청주방송 이재학 PD 사망 진상규명·책임자처벌·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를 결성했습니다. 대책위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이재학 피디 사망사건의 진실을 밝혀냈습니다. 이재학 PD의 사망은 청주방송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방송, 더 나아가서는 한국 방송업계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방송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환경이 낳은 ‘사회적인 타살’이었습니다.
CJB는 지난 7월 22일 이재학 피디 사망의 책임을 통감하고 명예회복과 재발방지를 위한 비정규직 고용구조와 노동환경 개선에 합의했습니다. 이 합의문은 CJB 청주방송 이재학 PD 사망사건 대책위원회·유가족·전국언론노동조합·CJB 사측 4자가 확인한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도 청주방송의 프리랜서정규직들의 갑질과 괴롭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합의안은 대부분 이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이재학 피디의 죽음에 대한 책임마저도 부정하려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CJB의 대표 이사가 조인한 합의서는 왜 휴지조각이 되고 있는 것일까요? CJB를 실질적으로 좌지우지하는 사람은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CJB의 대주주, 이사회 의장인 두진건설 이두영 회장입니다.
이두영은 20년간 청주방송의 대표를 맡아왔습니다. 공적 기능을 담당하는 방송사를 마치 자신의 사적 소유물처럼 대해왔습니다. CJB 뉴스를 통해 경쟁사가 건설한 아파트에 대해 부정적 뉴스를 전하고, 일가친척에게 일감을 몰아주기도 했습니다. 방송사 직원들을 자신의 사적 행사에 동원하는 일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두영은 올해 초 이재학 피디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겉으로는 책임을 진다며 대표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그러나 곧바로 이사회 의장에 당선되면서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두영은 당장 합의 이행에 나서라!
방송사는 누군가의 사적 소유물이 되어선 안됩니다. CJB(청주방송)은 약속한 대로 이재학 피디 사망의 책임을 인정하고, 비정규직의 고용구조와 환경을 개선해나가야 합니다.
1. KBS 특별기획 2부작 다큐멘터리 ‘슈퍼타워’는 지금까지 초고층 개발의 긍정적인 면에 집중해 온 언론 지형에서 보기 드물게, 난개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견지한 작품입니다.
2. 특히 국내에서 초고층 건물이 가장 많은 부산지역 언론이 안팎의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용기 있게 개발에 제동을 거는 취지의 다큐를 제작해 낸 것을 높이 평가합니다.
3. 시청자들에게 균형적인 시각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최초로 밝혀진 주요 팩트들을 실증적 연구로 입증해 설득력을 높임으로써 시청자의 알 권리도 충족시켰습니다. 가장 시의적절한 아이템으로, 타 언론사가 다루기 어려운 주제로 탐사보도물을 제작해 공영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다한 작품입니다.
1. 완월동이 폐쇄될 수도 있다는 첫 단독 보도 이후, 자칫 이전의 성매매집결지 폐쇄 사례와 같은 전철을 밟아 호텔과 아파트로의 재개발이 될 수 있었던 완월동에 제동을 건 연속 보도입니다. 완월동의 어두운 면을 살펴 이 구역을 공공개발해야 한다는 여론 조성에 기여했습니다.
2. 무엇보다 경찰 취재를 통해 최근 20년간 성매매 단속 건수가 20건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드러냄으로써 사실상 경찰이 완월동의 불법 영업을 방치해 왔다는 사실을 기사화 했습니다.
3. 완월동에 대한 심층 기사들은 공공개발에 대한 여론을 이끌어 냈으며, 경찰 단속 강화와 관련 조례의 필요성 등 폐쇄에 이르는 단계별 조처들도 기사로 다뤄진 내용이었습니다. 완월동 폐쇄 관련 논의가 이뤄진 초기부터 개발 방향까지 담아낸 연속보도입니다.
KNN은 하동군이 화력발전소 주변 마을에 지급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지원금을 주먹구구식으로 쓰고 있다고 고발했습니다. 보도는 총 4차례에 걸쳤는데요, 지원금 예산 내역과 집행 내역을 대조해서 실제 피해주민의 건강 관리에는 소홀했다는 것을 밝혀내고, 지자체가 자체 예산으로 집행해야 할 각종 토목사업에 쌈짓돈처럼 지원금을 빼 썼다는 것, 그리고 해당 토목사업을 따낸 업체 대표가 지원금 심의위원이었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8월 14일(금) <발전소 마을 암 환자, 건강예산은 ‘0’원>(이태훈)
8월 17일(월) <검진도 못 받고…지자체 쌈짓돈 전락>(이태훈)
8월 18일(화) <지원금 주먹구구식 편성, 사용은 어디에?>(이태훈)
8월 19일(수) <업체 대표가 심의위원, 심의하고 공사 따고>(이태훈)
네 편의 리포트가 집중 취재한 곳은 하동군 명덕마을입니다. 명덕마을은 한국남부발전 하동(석탄)화력발전소에서 불과 130m 떨어져 있는데 주민 390명 중에 암 환자가 29명이라, 발전소로 인한 주민 건강피해가 의심되는 상황. 첫 번째 리포트 <발전소 마을 암 환자, 건강예산은 ‘0’원>은 지난 10년간 화력발전소 주변 지원금으로 290억 원이 내려왔지만, 명덕마을에 지원된 금액은 대략 1억 5천만 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주민들은 건강 검진에 대한 안내나 지원도 받은 적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지는 리포트 <검진도 못 받고…지자체 쌈짓돈 전락>과 <지원금 주먹구구식 편성, 사용은 어디에?>에서는 지원금 사용 내역을 분석했습니다. 대부분 마을회관이나 배수로 등 시설개선과 같은 토목공사, 복지회관·장례식장 운영이나 체육행사, 행정시책 우수마을 포상금 등에 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산자부는 정부와 지자체 예산으로 집행 가능한 사업에는 지원금 사용을 지양하라고 지침을 내리고 있지만, 하동군은 집행 근거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잘 모르겠다’는 답으로 일관합니다. KNN은 지원금 집행이 근거도 없고 지침에 맞지 않아 ‘주먹구구식’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네 번째 리포트 <업체 대표가 심의위원, 심의하고 공사 따고>는 지원금이 엉뚱하고 허술하게 쓰일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지원금을 취지에 맞게 쓰기 위해 15인의 심의위원을 두고 있지만, 위원회에 참여할 주민을 부군수와 발전소가 추천한 겁니다. 실제 한 심의위원은 지원금 사업으로 5,900만 원 상당의 공사를 따낸 업체의 대표였습니다. 해당 사업은 공사 금액이 적다는 이유로 수의 계약을 했다고 합니다. KNN은 발전소 주변 피해 마을 주민은 심의위원으로 들어가 있지 않아 주민들의 요구가 반영될 통로가 없다고 지적을 했습니다.
명덕마을은 시민단체 ‘환경정의’가 침묵하면 안 될 대표적인 환경부정의 사례로 꼽은 마을입니다. 주민들은 분진과 소음, 악취에 시달리는 데다 최근에는 고압 송전탑 공사가 강행되자 다른 곳으로 이주를 시켜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인데요, KNN의 이번 기획보도는 이미 십 수년간 갈등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하동군과 한국남부발전이 주민 거주환경 개선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음을 고발했습니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한 예산 분석으로 지원금이 허투루 쓰이는 사례를 찾아내 설득력을 더했고 심의위원회 구성 자체가 군수나 발전소와 친분이 있는 인물로 구성돼 피해주민을 대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짚어냈습니다.